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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을 읽어도 아무런 의문이 들지 않는다면 당신이 알고 있는 월경은 '환상' 속에 존재하는 월경일 가능성이 높다.
 이 내용을 읽어도 아무런 의문이 들지 않는다면 당신이 알고 있는 월경은 '환상' 속에 존재하는 월경일 가능성이 높다.
ⓒ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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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 몸 속에서 밀려나와'?

위 이미지는 2005년 작품으로 제5회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한 한 소설 속 대사다. 여성의 '폐경'을 다루며 월경이 '터진' 것을 묘사하는 장면의 일부이다. 해당 소설에서는 월경이 시작되자 함께 차에 타고 있던 여동생이 바지와 속옷을 벗기고 준비해 둔 생리대로 피를 닦아주는 모습이 묘사된다.

여기까지 읽어도 아무런 의문이 들지 않는다면 당신이 알고 있는 월경은 '환상' 속에 존재하는 월경일 가능성이 높다. 5월 28일은 월경의 날로 비영리 재단, WASH United의 제안으로 월경에 대한 사회적인 침묵과 터부를 걷어내기 위해 2014년부터 시작됐다. 다가오는 월경의 날을 맞아 당신이 모르는 월경에 대한 Q&A를 준비했다.

Q. 월경은 매달(28일 마다) 5일씩 한다?

5월 28일 월경의 날은 보편적인 월경주기로 알려진 주기를 따서 붙여졌다. 월경을 5일 동안 28일 마다 한다는 의미다. '그럼 월경을 5일 내내 하나요?'와 같은 기본적인 사항은 다루지 않으려고 한다.

월경의 주기는 사람마다 다양하다. 월경을 2주에 한번 하거나 3~5달에 한 번 하는 사람도 있고, 3일 동안 하거나 2주 내내 월경을 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월경주기가 일정하지 않거나, 생리통 PMS 등 관련 증상도 각기각색이다. 그렇기에 내가 아는 월경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로 상대방의 경험을 단정 짓지 않으려는 노력의 필요하다.

한편, 월경혈의 양이 급증하거나, 주기·통증이 급변하는 경우에는 다낭성난소증후군, 자궁에 혹이 생기는 자궁근종 등 관련 질환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 꼭 병원을 방문해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 세계월경의날(5월 28일)을 맞아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퍼포먼스
 ▲ 세계월경의날(5월 28일)을 맞아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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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월경은 비위생적이다?

월경혈은 '더러운 피'가 나오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월경은 단순히 피가 나오는 일이 아니라, 자궁내막이 분해돼 몸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더러운 것은 월경이 아니라 월경을 '더럽게' 여기는 편견과 혐오다.

월경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인 인식은 다양한 월경용품을 사용하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 판매 중인 생리대를 살펴보면 한방, 라벤더, 릴리 등 다양한 향기로 범벅된 제품투성이다. 월경을 하는데 꽃냄새가 나야 할 이유는 또 무엇인가.

여성환경연대가 지난 3월에 발표한 일회용생리대 유해물질 검출실험에서는 조사한 10개 제품에서 모두 미량의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하지만 일회용생리대를 살펴보면 '순면 커버' '부직포' '향' 등 일부 정보만 제시돼 있어, 실질적으로 안전성을 확인할 수 없다. 월경용품에 대한 유해물질 규제와 전성분표시제 도입이 '깨끗하고 맑은' 이미지를 만드는 것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Q. 월경용품은 생리대가 유일하다?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일회용생리대 외에도 탐폰, 생리컵, 면생리대 등 다양한 월경제품이 존재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교육이 없다 보니, 다양한 월경용품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양한 월경용품의 사용법과 장단점을 알게 되면, 자신의 월경을 어떻게 관리할지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깔창 생리대' 등 경제적인 이유로 월경을 할 때마다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정보가 될 것이다.

나아가 월경을 금기시하는 문화는 사회 전반을 통해 지속되고 있다. 월경 인식 개선을 위해서는 남성에게도 교육이 필요하다. 다양한 월경용품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공교육이 실시돼야 한다.

Q. 월경 문제는 '여성'만의 문제다?

초경을 하면 "이제 아기를 가질 수 있겠다"는 말을 먼저 듣는다. 월경은 '가임기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모두의 문제다. 여성들은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경험을 당당하게 인식하기 전에 말하지 못해 숨기고(관련 기사 : 건강하고 당당한 월경에 치얼스), 검은 봉투에 담아주는 생리대를 사는 등 월경에 대한 억압부터 마주하고 있다. 생리대는 언제 검은 봉다리를 탈출할 수 있게 되는걸까. 탐폰·생리컵을 쓰면 '질이 늘어난다'는 말은 언제 멈추게 될까.

또한, 월경은 트렌스젠더, 젠더퀴어의 문제이기도 하다. 성소수자들은 월경을 하며 화장실 이용, 건강서비스 접근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월경은 모두의 문제이자 평등의 문제다. 건강하고 당당한 월경을 위해 다양하고 안전한 월경용품이, 월경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과 긍정적인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월경이 도대체 뭐 어때서, 월경에 대해 뭘 안다고. 우리 이제는, 월경에 치얼스(Cheers)!


덧붙이는 글 | 허핑턴포스트 블로그에 게재할 예정입니다.



태그:#월경의날, #생리, #월경, #생리대, #전성분표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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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창립한 여성환경연대는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모든 생명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녹색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태적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환경단체 입니다. 환경 파괴가 여성의 몸과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여 여성건강운동, 대안생활운동, 교육운동, 풀뿌리운동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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