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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렬 작 '이스탄불'.
 변동렬 작 '이스탄불'.
ⓒ 변동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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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의 동쪽 끝자락이자 서쪽 시발점인 도시 터키의 이스탄불. 모스크(mosque·이슬람교의 예배당)와 에잔(Ezan·무슬림들의 기도 시간을 알리는 소리)으로 기억되는 그곳에 휘영청 둥근 보름달이 떴다. 바라보는 공간만이 다를 뿐 한국의 관악산이나 한라산에서 보는 것과 똑같은 달이다.

달은 향수와 그리움, 기원과 허무의 메타포로 사람들의 인식 속에 자리하고 있다. 어두운 하늘에 뜬 이지러진 달을 본 시인 기형도(1960~1989)는 "진짜 밤은 검지 않고 푸르다"라고 노래했고, 작가 서정인(1936~)은 교교한 달빛 아래를 걷는 세 친구를 등장시켜 '삶의 덧없음'과 '그래도 버릴 수 없는 희망'에 관한 소설을 썼다.

달을 소재로 한 다양한 그림... 문화기획자로도 활동

경상북도 경주에서 태어나 '보름달'을 소재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화가 변동렬(52)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윤당아트홀 Y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오는 6월 1일부터 10일까지다. 위에서 본 것처럼 보름달을 그린 다수의 작품이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이번 전시회는 1997년 현대호텔 김민재 갤러리, 2006년 대교 드림센터에서 개인전을 가진 바 있는 변동렬이 11년 만에 여는 3번째 개인전이다. 경주타워 멀티미디어 쇼 총감독(2011년)과 경주문화엑스포 공원 마스터플랜을 수립(2003년)하기도 했던 변 작가는 문화기획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달이 가진 어둡고도 신묘한 매력에 빠져 살아왔기 때문일까? 전시회를 앞둔 변동렬은 '개인전을 준비하며'란 제목의 작가 노트에서 시인 못지않은 감수성을 드러낸다. 이런 문장이다.

"달은 동경이며 미지다. 윤선도의 오우가(五友歌)가 새삼스럽게 다가옴은 나이 탓일까? 늘 반복된 삶, 여유를 잃은 삶, 힘든 현실... 늦은 퇴근길에 만난 달이 잊었던 첫사랑처럼 반갑다. 추억과 그리움... 오늘도 바람은 변함이 없고. 그래도 기분 좋은 밤이다."

변동렬 개인전 포스터.
 변동렬 개인전 포스터.
ⓒ 변동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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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침묵'이자 '내재된 감성'으로서의 달을 그리다

미술평론가 윤범모는 변동렬의 작품을 꼼꼼히 살핀 후 "달의 상징성을 빌려 화가의 내면세계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윤 평론가가 읽어낸 달의 상징성은 무엇일까? 이에 관한 답변은 아래와 같다.

"달은 지상의 사람들에게 희망의 상징이다. 각박한 현실사회에서 보름달은 희망의 메시지를 건네주며, 월인천강(月印千江·하나의 달이 세상 모든 강물에 비침)의 넓은 마음까지 보여준다."

보는 사람의 마음 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 감정을 불러오고, 동시에 해석의 통로 또한 넓게 열려있다고 생각되는 변동렬의 달 그림들. 전시장에서 희망을 찾든, 향수와 그리움에 빠지건, 무언가를 간절히 기원하건 그건 온전히 윤당아트홀을 찾는 사람들의 몫이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그 날처럼 오늘 밤도 다시, 달은 떠오를 것이다.

공연관련 문의: 02-518-0528

달을 소재로 한 변동렬의 작품.
 달을 소재로 한 변동렬의 작품.
ⓒ 변동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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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변동렬, #보름달, #윤당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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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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