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악녀>에서 숙희 역을 맡은 배우 김옥빈. ⓒ 이선필
킬러로 길러진 연변 여성 숙희(김옥빈)와 그를 킬러로 키운 이들 간 진한 이야기를 그린 <악녀>를 두고 배우들이 강한 애착을 보였다. 22일 오후 7시 30분(현지시각) 칸 시내 한 호텔에서 정병길 감독 이하 배우들이 각자가 해석한 캐릭터에 관해 설명했다.
제목이 <악녀>고 주인공이 숙희라 자칫 그가 악한 중 악한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막상 그 내용을 보면 반대다. 각 조직의 암투에 휘말려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는 가장 순수한 결정체였다. 이를 두고 김옥빈은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내 딸로 함께 한 아이가 숙희 언니가 가장 불쌍하다고 얘기하더라"라며 "숙희가 악역이 아니라 어떻게 악녀가 되어 가나를 설명하는 게 이번 영화고, 감독님께선 그 이후 2편을 만드셔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숙희를 킬러로 키우는 국정원 요원 권숙 역의 김서형이 오히려 목적을 위해 희생을 지시하는 등 냉혈한의 면모를 보인다. 김서형은 "숙희의 감정선을 연장하는 차원으로 표현하려 했는데 막상 현장에서 부딪히는 게 없었고, 그와 더불어 (숙희의 스승이자 남편) 중상(신하균)이 감정선도 참고했다"라며 "선과 악이 공존하는 거로 해석했다"라고 설명했다.
▲ 영화 <악녀>의 주역들. 왼쪽부터 성준, 김옥빈, 정병길 감독, 김서형. ⓒ 이선필
강렬한 여성 액션에 대해 정병길 감독이 할 말이 많았다. 애초 2시간 40분짜리 영화였음을 고백한 정 감독은 "여자 액션 영화를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크게 우려했고, 그래서 더 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며 "마치 청개구리 같은 마음인데 액션이 굳이 아니더라도 여성 영화에 대한 갈증이 컸다"라고 말했다.
"어릴 때 <동방불패> 등 영화에 환호했는데 왜 한국에 그런 영화가 없을까 생각했던 거 같다. 그런 복합적 이유로 시나리오를 썼는데 2주 만에 썼다. 그만큼 갈증이 심했나 보더라. <악녀>라는 제목은 반어법으로 사용한 거다. 숙희는 되게 착한 사람인데 동시에 슬픈 일생을 산 여인이다. 그걸 표현하고 싶었다." (정병길 감독)칸 영화제에서 공개된 <악녀>는 총 129분이다. 국내 개봉에선 약 6분이 편집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