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오랜만에 타격이 대폭발하며 5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김진욱 감독이 이끄는 kt 위즈는 21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2방을 포함해 장단 17안타를 터트리며 13-4로 대승을 거뒀다. 롯데전 스윕패에 이어 넥센전에서도 3연패의 위기에 몰려 있던 kt는 일요일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주간 전패의 위기에서 탈출했다.

kt의 4번 타자 유한준은 2회 만루홈런을 터트렸고 테이블 세터 이대형과 이진영, 하위 타선에 배치된 정현과 이해창도 나란히 3안타를 터트리며 대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날 예상외의 활약으로 kt팬들을 가장 즐겁게 해준 선수는 시즌 첫 등판에서 5이닝 1자책 호투로 kt 이적 3년 만에 첫 승을 따낸 김사율이었다.

롯데 단일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 보유자, kt이적 후 부진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김사율은 이택근(넥센 히어로즈)과 배터리를 이루던 경남상고(현 부경고) 시절 팀을 1998년 대통령배 우승으로 이끌며 주목받았다. 199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2차 1라운드(전체 1순위)로 롯데 자이언츠에 지명됐고 2억300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계약금을 받았다. 입단 당시 제구가 좋고 구질이 다양해 당장 프로에서 통할 수 있는 '즉시전력감'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김사율이 프로에서 빛을 보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프로 데뷔 후 6년 동안 8승밖에 올리지 못한 김사율은 2004년 KBO리그를 강타한 병역비리사건에 연루됐고 2004 시즌을 마치고 입대해 현역으로 복무했다. 2007년 팀에 복귀했지만 다시 3년 동안 1승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이제 롯데 팬들 사이에서도 입단 후 11년 동안 10승도 올리지 못한 김사율에 대한 기대는 거의 사라지고 있었다.

김사율은 2010년 롯데의 불펜 사정이 좋지 않은 틈을 타 1승4패5세이브5홀드 평균자책점 3.75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리고 2011년 롯데의 마무리 자리를 차지해 20세이브를 올렸다. 2012년에는 2승3패34세이브1홀드2.98의 성적으로 롯데 프랜차이즈 역사상 한 시즌 최다 세이브의 주인공에 등극했다. 이 전까지의 기록은 고 박동희 선수가 1994년에 세운 31세이브였다.

2년 연속 20세이브을 올린 김사율은 2013년 부진을 거듭하다가 김성배(두산 베어스)에게 마무리 자리를 내줬고 2014년에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33경기에 출전했지만 2승5패2홀드5.79로 부진했다. 2014 시즌 이후 FA 자격을 얻은 김사율은 적당한 금액에 롯데와 재계약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신생구단 kt와 3+1년 총액 14억5000만 원에 계약을 체결하며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하지만 사직의 수호신이었던 김사율은 kt위즈파크의 수호신이 되지 못했다. 김사율은 이적 첫해 단 하나의 세이브도 기록하지 못하고 8.06의 민망한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작년 시즌에도 1패1세이브1홀드5.34로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 못했다. 이적 후 1승도 올리지 못한 김사율에게 기대를 하느니 차라리 젊은 투수에게 등판 기회를 주는 게 낫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주력 선발 재충전 시기라 더욱 반가운 김사율의 호투

사실 30대 후반의 이적생이 2년 동안 1승도 거두지 못한다면 다음 시즌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김사율은 2014 시즌이 끝나고 kt와 3+1년 계약을 체결하면서 2017년까지 계약이 보장돼 있었다. 30대 중반을 넘긴 노장 선수들이 FA 협상을 할 때 금액보다는 계약 기간에 비중을 두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사율은 지난 3월10일 세 아이의 아빠가 되며 올 시즌 부활을 위한 결의를 다졌지만 시범경기부터 한 경기에도 등판하지 못했고 결국 개막 엔트리에서도 제외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김사율이 조용히 은퇴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김사율은 퓨처스리그에서 꾸준히 등판을 하며 몸상태를 끌어 올렸다. 지난 13일 롯데전에서는 선발로 등판해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내기도 했다.

김진욱 감독은 팀이 5연패에 빠진 21일 넥센전에서 김사율을 선발로 예고했다. 1군 경기 선발등판은 지난 2014년 5월22일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3년 만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팀타율 1위(.295)를 자랑하는 넥센. 맞대결하는 투수 역시 올 시즌 4승을 따내며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신성' 최원태였다. 누가 봐도 kt와 김사율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경기였지만 김사율은 반전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kt 타선은 경기 초반부터 최원태를 완벽하게 두들기며 4회까지 12점을 지원했다. 넉넉하다 못해 차고 넘치는 득점 지원을 받은 김사율은 5회까지 95개의 공을 던지며 넥센 타선을 7피안타 3실점(1자책)으로 막아내고 시즌 첫 1군 등판에서 승리 투수가 됐다. 빠른 공은 시속 141km에 그쳤지만 다양한 변화구와 노련한 수싸움으로 착실하게 15개의 아웃카운트를 책임졌다. 롯데 시절이던 2013년 8월 17일 NC다이노스전 이후 1373일 만에 챙긴 선발승이다.

kt는 시즌 초반 선발 투수으로 활약했던 주권과 정대현이 재충전을 목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태다. 하지만 기존 선발 투수가 휴식을 취하는 기간에도 시즌은 멈추지 않고 진행된다. 긴 시즌을 치르려면 기존 선수를 대체할 예비 전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다. 개막 당시 kt의 마운드 구상에서도 제외된 이름이었던 노장투수 김사율의 깜짝 선발승은 그래서 더욱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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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T 위즈 김사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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