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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블룸> 책표지.
 <펭귄 블룸> 책표지.
ⓒ 북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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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함께 읽을 수 있는 데다가, 넘겨보며 감동과 희망을 선물 받을 수 있는 사진 에세이집 한 권을 소개합니다.

'희망을 잃어버린 블룸 가족에게 까치 '펭귄'이 선물한 놀라운 기적'이란 부제의 <펭귄 블룸>(북라이프 펴냄)입니다.

볼 일을 보러 나갔던 블룸 가족에게 다 죽어가는, 깃털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연약한 아기 새 한 마리가 발견됩니다.

거센 해풍에 휘말려 둥지에서 떨어진 아기 까치였는데, 떨어지면서 날개까지 심하게 다쳐 매우 위험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불름 가족은 흰색과 까만색의 털을 가진 아기 까치에게 펭귄이라 이름 지어 줍니다. 그리고 신생아를 돌볼 때처럼 두 시간마다 먹이는 등 지극정성으로 돌보는데요. 동물보호단체의 도움조차 받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못했던 아기 새는 건강을 회복합니다.

그리하여 블룸 가족으로 살아갑니다. 아침이면 날아와 알람을 자처해 가족들을 깨우기도 하고, 아이들 품속으로 파고들어 잠을 자기도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샤워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책도 함께 보면서.

책은 까치 펭귄이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듯 매일 아이들이 돌아오는 시간에 어김없이 나타나 노래를 부르거나, 부부가 외출했다 돌아오면 큰소리로 지저귀거나 날개를 펄럭이며 반기는 등, 까치 펭귄과의 교감을 훨씬 많이 소개하는데요.

살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었던 아기 까치의 놀라운 생명력과 블룸 가족과의 교감,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받기에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이야기에는 훨씬 값진 감동의 사연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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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인 막내아들까지 어느 정도 자라 먼 거리로의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자 가족은 태국으로 휴가를 떠납니다. 그런데 엄마 샘 블룸(아래 샘)이 태국의 한 유적지에서 6미터 아래로 추락, 다시는 자신의 의지로 설 수 없게 되는 끔찍한 사고를 당하고 맙니다.

'두개골은 여러 곳이 골절, 뇌출혈이 멈추지 않았고 뇌에 심하게 멍이…. 폐는 두 개 다 파열, 충격을 안 받은 장기가 하나도 없었고'로 처참한 상황. 어느 정도의 치료를 거치고서도 가슴 아래부터는 자신의 의지대로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뇌와 장기들이 이미 손상되어 버린 후라 '잠을 자던 깨어 있던 어떤 상태로든 통증 없는 순간이 없었다'고. 그리하여 사고를 겪기 전 적극적이며 열정적이었던 엄마 샘은 점점 세상을 등지며 죽음 가까이로 가고, 그걸 느끼는 가족들은 실의에 빠집니다.

'펭귄을 보살피면서 인생과 사랑과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우리의 관점이 바뀌었다. 펭귄은 가족의 의미를 완전히 새롭게 다시 썼다. 처음에는 우리가 펭귄을 구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이 작고 놀라운 새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줬고, 우리 가족이 더 가깝게 만들어줬고, 아주 힘든 시기에 우리가 미소 짓고 웃을 수 있게 해줬고, 그렇게 해서 우리의 영혼과 육체가 치유될 수 있도록 도와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펭귄이 아주 현실적인 면에서 우리를 구한 것이다.' - 149쪽.

저자는 당시를 "우리 집은 끝없는 우울로 휩싸였다. 매일매일이 장례식처럼 느껴졌다"로 표현하는데요. 이처럼 절망스러운 때 아기 새가 블룸 가족에게 왔고, 상처와 고통을 이겨낸 아기 새의 생명력은 죽음 가까이로 가던 샘이 희망을 선택하게 합니다. 

아프고 안타깝게 바라볼 뿐 어떻게 해줄 수 없는 데다가 죽음을 선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그로 가족 사이에 흐르는 암울하고 어색한 거리가 웃음으로 바뀌게 되고. 그리하여 집안에, 그리고 가족 사이에 웃음소리가 점점 더 많아지게 됩니다.

'난 샘과 펭귄이 둘이 처한 상황에 대해 길고도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소리를 종종 들었다. 가끔은 샘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펭귄에게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가끔은 펭귄이 샘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또 가끔은 둘 다 몇 시간씩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그냥 같이 있었다. 나는 샘과 펭귄이 서로 어떤 기분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 믿게 됐다.' - 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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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함께 더욱 의미 있게 느껴지는 것은 까치 펭귄이 아마도 샘의 고통을 충분히 다 알고 있다는 듯, 그래서 그 고통을 위로하는 것처럼 행동했다는 거예요. 까치 펭귄은 특히 샘에게 헌신적이었다고 하네요. 샘이 깨어 있는 시간에 늘 함께 있어주고, 무얼 하든 지켜봐 줬고요. 특히 힘든 재활치료를 할 때면 마치 응원 또는 격려라도 하는 것처럼 샘과 함께 움직이며 재잘대거나 노래를 불러주곤 했다고 합니다.

까치 펭귄과 살아가는 날이 길어지면서 점차 샘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나고, 점차 활력을 찾게 되는데요. 그리하여 누군가의 도움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것과 달리 독립의 범위가 넓어지고 결국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됩니다.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가슴 아래는 움직일 수 없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캬악을 선택, 주변 사람들은 물론 샘 자신조차 놀라울 정도의 성장을 하게 됩니다. 

'샘은 맨리 와린카 캬악 클럽에 들어가서 게이 햇필드 코치와 한 팀이 됐다. …짧은 시간에 샘은 클럽 행사에 참여할 준비가 됐고, 놀라운 스피드를 내서 스스로를 포함해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속도가 빨라지면서 샘은 좀 더 경쟁이 치열한 대회에 나갔다. 1년 후에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가장 빠른 여성 KL1캬악 선수가 됐다. 그 해에 샘이 국내 대회에서 우승해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빠른 기록을 냈을 때 최고 선발위원들이 샘을 주시하게 됐다. 2015년 3월, 샘은 오스트레일리아 장애인 수중 스포츠 팀에 뽑혀서 대표팀과 함께 그 해 후반에 밀라노에서 열리는 카누 세계단거리 경주 대회에 출전하기로 했다.' - 1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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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호주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사진작가로 세 아들의 아버지인 캐머린 블룸씨는 까치 펭귄과의 생활을 2년 동안 사진에 담아(1만 4천장이 넘는다고) 자신의 한 SNS에 올렸고, 많은 세계인들이 감동의 찬사를 보냈다고 합니다.

사진 에세이인 이 책은 블룸 씨가 SNS에 올렸다는, 아기 까치와 블룸 가족이 어우러진 사진들과 그리 길지 않은 글로 되어 있습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 짓게 되는 사진들인데다가 감동과 깊은 메시지가 느껴지는 글이라 읽는 동안 웃음과 감동이 가득 밀려오곤 했습니다.

어떤 모습으로든 상처와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의 감동과 메시지가 꼭 전해졌으면, 사랑과 소통을 잃어버린 세상의 많은 가족들에게도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21세기에 살고 있는데도 척추 손상의 치료법을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경악스러운 일입니다. 세상에는 척추가 손상된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거의 9000만 명에 달하고, 매년 50만 명의 새로운 환자들이(주로 이제 막 인생의 전성기가 시작된 청년들입니다) 발생한다고 합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저 같은 사람의 대부분은 수명이 크게 줄어들고 자살할 확률은 다섯 배나 높아진다고 합니다.' - 220쪽.

22쪽에 걸쳐 '샘 블룸이 독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실려 있습니다. 자신의 당시 고통과 그에 대한 심정을 포장이나 가감 없이 말하는 것이 자신과 같은 척추 손상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신념과 함께 쓴 글임을 밝혔기 때문인지 소름끼치는 진솔함까지 느껴졌는데요.  

자신처럼 끔찍한 사고를 겪고도 경제적인 사정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주변 사람들의 인식 부족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몰라 도움을 받지 못하며, 스스로의 절망으로 죽음을 선택하거나 방치되는 사람들이 줄어들기를 바란다고요. 이런 샘의 마음을, 그리고 까치 펭귄과 블룸 가족이 만들어낸 기적과 희망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펭귄 블룸>(캐머런 블룸 | 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 | 박산호 (옮긴이) | 북라이프 | 2017-04-15 | 원제 Penguin Bloom (2016년) ㅣ정가 15,000원



펭귄 블룸 - 희망을 잃어버린 블룸 가족에게 까치 펭귄이 선물한 놀라운 기적

캐머런 블룸.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 지음, 박산호 옮김, 북라이프(2017)


태그:#펭귄 블룸, #사진 에세이, #샘 블룸, #까치, #북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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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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