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18일 만에 시즌 2승을 따냈다.

LA다저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류현진은 1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홈경기에서 5.1이닝7피안타(2피홈런)1볼넷3탈삼진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경기는 류현진의 호투와 2회말에 터진 야시엘 푸이그의 결승 홈런에 힘입어 다저스가 7-2로 승리했다.

다리 부상으로 예상보다 일찍 마운드에서 내려오긴 했지만 79개의 공으로 16개의 아웃카운트를 책임진 류현진은 시즌 성적을 2승5패 평균자책점 4.75로 끌어 올렸다. 류현진은 타석에서도 1타수1안타1몸 맞는 공1득점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타석수가 적긴 하지만 류현진의 시즌 타율은 무려 .333에 달한다.

 류현진의 등판 소식을 전하고 있는 LA다저스 공식 홈페이지

류현진의 등판 소식을 전하고 있는 LA다저스 공식 홈페이지 ⓒ MLB.com


그 동안 미안했나? 초반부터 5점을 지원해준 타선

마이애미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최하위(승률 .359)에 머물고 있는 약팀이지만 국내 팬들에게는 결코 낯선 팀이 아니다. 마이애미를 이끄는 수장 돈 매팅리 감독은 2015년까지 다저스를 이끌었고 미일통산 4300안타를 친 스즈키 이치로도 마이애미에서 뛰고 있다. 빠른 발을 자랑하는 류현진의 옛동료 디 고든과 빅리그 정상급의 배팅 파워를 자랑하는 간판타자 지안카를로 스탠튼도 국내팬들에겐 익숙한 선수다.

다저스는 2루수 로건 포사이드와 외야수 앤드류 톨스가 부상을 당하면서 라인업 구성, 특히 테이블 세터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은 베테랑 체이스 어틀리가 1번 2루수에 배치됐고 팔꿈치 부상을 당했던 애드리안 곤잘레스도 라인업에 복귀했다(6번 1루수). 류현진과 호흡을 맞춘 다저스의 선발 포수는 주전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이다(류현진은 올 시즌 백업 포수 오스틴 반스가 마스크를 썼을 때 평균자책점 8.10으로 부진한 바 있다).

지난 6번의 등판 중 5경기에서 1회 실점을 했던 류현진은 이를 의식한 듯 1회부터 신중한 투구를 이어갔다. 선두타자 고든을 유격수 땅볼, 크리스티안 옐리치를 1루 땅볼로 유도한 류현진은 마이애미에서 타율(.308),홈런(11개), 타점(29개) 1위를 달리고 있는 마르셀 오수나를 삼진으로 처리했다. 투구수는 단 9개였다. 류현진이 1회를 삼자범퇴로 막아낸 것은 올 시즌 처음 있는 일이다.

다저스 타선은 류현진의 호투에 선취점으로 보답했다. 1회 어틀리, 코리 시거, 저스틴 터너의 연속 안타로 무사 만루 기회를 만든 다저스는 4번타자 코디 벨린저의 1루 땅볼 때 어틀리가 홈을 밟으며 선취점을 올렸다. 하지만 류현진은 2회 투구에서 1사 후 저스틴 보너에게 솔로 홈런을 맞으며 동점을 허용했다. 2루타를 치고 나간 스탠튼을 3루에서 잡아낸 직후에 맞은 홈런이라 더욱 아쉬운 실점이었다.

류현진이 아쉽게 실점을 했지만 다저스는 2회말 공격에서 금방 리드를 되찾았다. 다저스는 2회말 공격에서 1사 후 작 피더슨의 안타로 만든 1사 1루에서 푸이그가 좌측 담장을 넘기는 큼지막한 투런 홈런을 터트렸다. 다저스는 이어 류현진의 2루타와 어틀리의 적시타로 스코어를 4-1로 벌렸다. 류현진의 시즌 첫 득점이자 2014년7월3일 크리블랜드 인디언스전 이후 무려 1051일 만에 나온 장타였다.

류현진은 3회에도 투수 에디슨 볼케스와 고든을 땅볼로 처리했지만 2사 후 옐리치에게 바깥쪽 높은 유인구를 던지다가 좌월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아무리 스트라이크존에서 빠지는 유인구였다지만 어설프게 들어가는 높은 공은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에게는 장타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다저스는 3회 공격에도 터너의 볼넷과 곤잘레스의 적시타로 1점을 추가했다.

퀄리티 스타트 아쉽게 놓쳤지만 무난히 시즌 2승 달성

3회까지 매이닝 득점 지원을 받은 류현진은 4회 투구에서 안정을 되찾았다. 2회 동점 홈런을 쳤던 보너를 볼넷으로 내보내긴 했지만 첫 타석에서 2루타를 쳤던 스탠튼과 J.T. 리얼무토를 각각 땅볼과 삼진으로 처리했다. 4회 투구수도 단 11개로 끊으면서 4회까지 53개로 경제적인 투구를 이어갔다.

류현진은 4회말 공격에서 볼넷으로 출루한 푸이그를 2루로 보내기 위해 보내기 번트를 시도하다가 볼케스의 2구째에 오른팔을 맞았다. 류현진의 빅리그 데뷔 후 처음 나온 몸 맞는 공이었다. 류현진은 트레이너에게 응급처치를 받고 의연한 표정으로 1루로 출루했다. 하지만 류현진의 살신성인에도 불구하고 이어진 1사 만루에서 터너가 병살로 물러나며 4이닝 연속 득점에는 실패했다.

류현진은 5회 투구에서 선두타자 J.T. 리틀에게 안타를 허용하고 고든에게 몸 맞는 공을 내주며 1사 1,2루의 위기를 맞았다. 이어지는 타자는 3회 류현진에게 솔로 홈런을 때려냈던 옐리치. 하지만 류현진은 시속 140km짜리 빠른 슬라이더로 옐리치를 병살타로 잡아내고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류현진의 올 시즌 첫 병살 유도였다.

류현진은 6회 투구에서 1사 후 스탠튼을 안타로 출루시켰고 이어진 보너의 강습 타구가 류현진의 다리에 맞으며 내야안타가 됐다. 무릎에 불편함을 느낀 류현진은 책임주자 2명을 남겨두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투구 수가 79개에 불과했기에 다소 아쉬운 강판이지만 전날 3명의 투수로 경기를 끝냈기 때문에 다저스 불펜에는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 다저스는 크리스 해처가 후속 타자를 연속삼진으로 잡아내며 류현진의 추가 실점을 막았다.

9회 어틀리의 희생플라이와 크리스 테일러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2점을 추가한 다저스는 7회부터 루이스 아빌란, 조쉬 필즈, 켄리 젠슨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를 투입해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특히 8회 2사 후에 올라와 4개의 아웃카운트를 책임진 다저스의 마무리 젠슨은 올 시즌 16경기에서 16이닝 무사사구 행진을 이어갔다(2승8세이브1.13).

4회말 몸 맞는 공 상황에서 오른 팔에 공을 맞고, 6회초 다리에 강습 타구를 맞은 류현진은 5.1이닝 2실점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오면서 시즌 두 번째 퀄리티 스타트 기회를 눈 앞에서 놓쳤다. 하지만 옐리치, 오수나, 스탠튼 등 강타자들이 포진한 마이애미 타선을 상대로 실점을 최소화하는 투구를 선보였다. 실제로 류현진은 이날 솔로 홈런 두 방을 제외하면 두 번의 득점권 위기에서 적시타를 허용하지 않는 집중력을 과시했다.

승리가 절실했던 류현진에게 시즌 2승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지만 상대를 압도하는 투구를 보여주지 못한 만큼 류현진이 앞으로 선발진에 잔류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오히려 무릎 부상으로 부상자명단에 다시 등재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부상 복귀 후 힘든 시간들을 견뎌내고 빅리그에서 승리를 쌓아가고 있는 모습은 야구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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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LA 다저스 류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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