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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지난 17일 인천에서 열린 372회 새얼아침대화에 출연해 '북핵과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적대적 동반성장,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크게 두 가지 갈림길에 놓여 있다. 지정학적인 감옥에 갇힐 것이냐, 아니면 대륙과 해양세력의 가교역할을 하며 허브로 성장할 것이냐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북핵 문제와 사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한반도 비핵화가 궁극적인 목표인데, 새 정부가 임기 내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새 정부 임기 때 비핵화를 위한 전환점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우선 중간목표로 북핵 동결과 한반도 평화협정을 끌어내는 게 과제다"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정욱식 대표가 강연에서 북핵 문제와 사드 문제와 관련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형태로 동북아시아의 현 정세를 진단하고, 그 해법으로 제시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기자 말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17일 열린 새얼아침대화에서 중국의 사드 배치 반대는 문재인 정부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새 정부 임기 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전환점을 만드는 것만으로 큰 성과라고 했다. 우선 중간목표로 북핵 동결과 한반도 평화협정을 이끌어내는 게 과제라고 강조했다.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17일 열린 새얼아침대화에서 중국의 사드 배치 반대는 문재인 정부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새 정부 임기 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전환점을 만드는 것만으로 큰 성과라고 했다. 우선 중간목표로 북핵 동결과 한반도 평화협정을 이끌어내는 게 과제라고 강조했다.
ⓒ 사진제공 새얼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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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한은 왜 핵보유국이 되려 하나

아주 기초적인 질문인데,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토론하지 못한 질문이다. 북한이 지난 14일 신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는데 (발사 성공으로)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에 상당히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처음부터 목표가 핵보유국이었을까? 그렇기 때문에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인가? 근본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북핵 문제의 발단이다. 현재 국내 국방백서나 교과서 등, 공식 문서에는 북한이 1990년을 전후해 세 차례 플루토늄을 비밀리에 추출해 보유하고 있고, 미국이 이를 발견해 핵무기 제조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돼 있다.

북한이 신고한 플루토늄은 90g이고, 미국은 10kg이라고 했다. 그리고 1994년에 한반도는 전쟁 직전까지 갔다. 어떤 게 사실일까? 2008년 주한 미국대사이자 6자회담 차석 대표였던 성김 전 대사가 1986년부터 2007년까지 영변 핵시설 가동 일지를 북한으로부터 받아 미국 정부가 검토했다. 검토 결과 북한이 신고한 게 정확하다고 보고됐다.

그 뒤 2008년 가을 미국은 북한이 핵 신고를 하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겠다고 했다. 당시 딕 체니 부통령이 반대하자,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부시 대통령을 설득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북한은 처음부터 핵무기를 만들려고 했나? 2011년 콘돌리자 라이스는 회고록에서 '1990년대 초 미국 정보기관이 오판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한 북핵사(史)를 다시 써야 할지도 모른다.

2. 북핵과 사드는 왜 적대적 동반성장인가

1990년대 초 아버지 부시 대통령 때 미소 냉전이 끝나고, 중국도 사실상 자본주의로 전환하는 만큼,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력을 감축할 시대가 도래했다.

당시 미국 내 한반도 정책은 '통일된 한반도시대를 준비하자'는 협상파와 '중국이 부각하는 만큼 한반도에 10만 명을 계속 주둔시키며 군사력을 강화해야한다'는 강경파로 나뉘었다. 강경파는 딕체니 부통령이었고, 1992년 10월 한국 대선을 약 두 달 앞두고 한미합동군사훈련인 팀스피릿 훈련을 재개하면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됐다.

다행히 한반도 (1차) 북핵 위기는 1994년 10월 제네바 합의로 수습됐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때부터 사드를 비롯한 미사일디펜스(아래 MD) 배치를 둘러싼 국제적 갈등이 시작됐다.

제네바 합의 2주 전에 미국 공화당은 중간 선거를 앞두고 '북한과 같은 깡패 국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MD가 필요하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어서 미 공화당은 클린턴 정부가 제네바 합의를 체결한 것을 두고 미국의 '외교 모독'으로 간주했다.

즉, 미사일 방어 구상을 부활시키기 위해 북한의 위협이 존재해야 하는 역설이 발생한 것이다. 또 MD를 강화할수록 상대국은 미사일을 더 많이 생산하고, 미사일에 맞춰 또 MD가 강화되는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그 뒤 2000년 가을에 클린턴 대통령이 평양에 가기로 약속하면서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하지만 그해 11월 대선에서 아들 부시가 당선되고, 아들 부시가 평양 방문을 반대해 무산됐다.

당시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클린턴 정부의 북미 정상회담이 미국의 MD 구축에 반하는 것이라서 부시가 반대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당선 직후 가장 먼저 북한과 미사일 협상을 중단하고 MD 구축을 발표했다.

3. 사드는 방어용인가, 공격용인가?

사드는 방어용 무기다. 사드 요격미사일은 상대방이 미사일을 쏘면 미사일을 발사해 중간에 파괴하는 것이다. 요격미사일이 갑자기 방향을 바꿔 베이징이나 평양을 폭격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왜 난리일까. 핵도 아니고, 방어용 무기인데 한중 관계는 왜 '사드 대란'에 휩싸여 수교 25주년 만에 최악인가. 여기엔 역설이 있다. 만약에 미국이 공격용 미사일을 배치했다면 이런 난리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세계 최강의 공격력을 갖춘 미국이 상대의 보복능력까지 무력화할 방어능력을 갖추면, 공격력을 더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다. 그 중심에 MD가 있다.

1991년 걸프전 때 미국이 가장 먼저 한 일이 패트리엇 미사일 배치였고, 1994년 북한 영변 핵시설 정밀타격을 검토할 때도 남한에 제일 먼저 반입한 게 패트리엇 미사일이다. 2003년 이라크 침공 때도 그랬고, 북한 선제공격을 검토할 때도 수원과 오산 등에 패트리엇 미사일을 배치했다. 방어용 무기의 역설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사드가 평면상으로 반경 200km를 방어할 수 있다고 해도, 국방백서를 보면 반경과 무관하게 고도 40km 이하 단거리 미사일이나 고도 150km 이상 중장거리 미사일을 방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사드가 평면상으로 반경 200km를 방어할 수 있다고 해도, 국방백서를 보면 반경과 무관하게 고도 40km 이하 단거리 미사일이나 고도 150km 이상 중장거리 미사일을 방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사진제공 새얼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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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드로 북 핵무기를 막을 수 있나?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검토하고, 미국이 북한에 무력을 사용하겠다고 하면서 북미 관계와 동북아 정세는 악화되고 있다.

그러나 사드는 북핵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방어할 수 없다. 1조 원이 넘는 무기도 한반도의 지리적인 상황을 넘어설 순 없다. 남북은 붙어 있다. 중간에 거대한 사막이나 바다가 있는 게 아니다. 달랑 비무장지대 4km만 있을 뿐이다.

경북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면 반경 200km 지역을 보호할 수 있다고 했다. 최대 사거리가 그 정도이니까 방어할 수 있다고 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측면에서 보면 다르다.

사드의 최저 요격고도는 40km이고, 최고 높이는 150km이다. 즉, 이 사이로 미사일을 날려야 한다. 이는 우리 국방부와 제조사 록히드마틴이 공개한 자료에 있다.

그런데 북한 황주에서 오산 미군기지를 향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 휴전선과 인천 부근에서 고도 40km를 형성한 후 떨어진다. 그리고 지난 14일 북한이 발사한 중장거리 미사일은 고도 2110km까지 올라갔다. 150km를 가볍게 넘겨버렸다.

우리 국방부 또한 이런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국방부는 고도 40km 미만 미사일을 요격할 땐 패트리엇을 배치하고, 150km 이상은 이지스함에 있는 SM3를 장착하자고 한다. 이렇듯 MD는 끊임없는 무기 수요를 창출하고, 결국 득 보는 것은 미국의 군산복합체다.

5. 중국의 사드 반대, 문재인 정부라고 달라질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일각에선 중국도 사드 배치를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고, 그래서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의 양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들과 언론들이 있다. 그러나 이는 대단히 위험천만한 전망이다.

중국 입장에선 박근혜 정부나 문재인 정부나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전략적 침해'는 같다. 사드에 포함된 엑스밴드 레이더는 사드 포대와 별개다. 이 레이더의 탐지 범위는 미국 정부 문서에 따르면 약 1000km 이상이고, 펜타곤 고위관료의 얘기에 따르면 약 2900km까지다.

사드가 중국과 무관하다고 하지만, 레이더는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성주에 배치한 사드가 탐지한 중국과 러시아 등의 정보가 미국 콜로라도의 북미항공우주사령부와 괌에 있는 앤더슨 공군기지에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그렇다면 일본에도 레이더가 있고 대만에도 있는데, 중국은 왜 한국 것을 문제 삼을까. 미일 동맹의 핵심 상대국은 중국과 북한이다. 한미동맹의 상대는 북한이다. 한미동맹이 중국을 적으로 간주하는 순간, 한국은 지정학적인 감옥에 갇히고 만다.

중일 간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영토 분쟁 시, 관건은 미국의 개입 여부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성주에 배치한 사드를 중국용으로 이용한다고 중국이 판단하면, 중국은 성주 사드를 타격할 가능성이 높다.

댜오위다오에 미국이 개입하면 중국과 미일 동맹의 전쟁인데, 성주 타격은 중국과 한미동맹의 전쟁으로 확산되고 만다. 그렇다면 중국은 한국, 일본, 미국과 싸워야 한다. 그래서 이는 중국에서도 정말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중국의 경제보복은 풀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군사문제와 관련해선 타협이 없을 것이다. 사드는 북핵과 미사일로부터 무용지물인 데다, 오히려 북한에 핵무기 개발의 빌미를 제공할 우려가 높다. 게다가 잠재적으로 러시아까지 적대국으로 여기게 할 수 있다. 반면 우리가 얻을 이익은 없다.

이런 상황은 미국에도 이롭지 않다. 미국의 패권전략은 중국과 러시아가 손을 못 잡게 하는 것인데, 사드로 중국과 러시아가 손잡으려 한다. 러시아의 기술력에 중국의 자본이 결합해 사드를 무력화할 전략무기를 개발하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할까? 물론 군산복합체는 이익일 수 있지만, 미국의 전체적인 이익에는 반한다. 이는 제 생각이 아니라, 미국 전략가들의 의견이다.

6. 다시 처음으로, 북한은 왜 핵무기를 가지려 할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북한은 왜 핵무기를 가지려 하나. 제가 아는 범위에서 진보든 보수든 이구동성으로 '생존'이라고 답한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이든 일본이든 어디든 핵무기를 쏘는 순간, 북한은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한반도에는 북한의 무모한 핵 공격을 억제할 수 있는 한미동맹이 존재하고 있다. MD가 없던 시절 소련의 핵무기가 4만 개였고, 미국은 3만 개였다. 그땐 MD 없이도 억제했다. 그런데 한 줌 핵을 가진 북을 억제할 수 없다? 아니다.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이다.

북핵은 김일성 시대 때 협상용이었고, 김정일 시대엔 협상용이면서 핵보유국으로 가겠다는 '헤징(hedging)' 성격이 짙었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는 핵 보유 자체가 목표가 되고 있다. 김정은은 핵 무장을 국가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북한은 2013년 '핵과 경제' 병진 노선을 발표했다. 저렴한 비용으로 핵무기를 개발해 안보문제를 해결하고, 대신 재래식 군사력에 투입하는 자금을 경제건설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특이한 게 아니라, 많은 핵보유국이 밟았던 전철이다.

미국 아이젠하워도 '복지에 쓸 막대한 예산을 재래식 무기에 쓰냐?'며 재래식 무기를 핵무기로 대체했고, 소련의 후르시초프도 그랬다. 중국 마오쩌둥은 '양탄성(=원자폭탄, 수소폭탄, 인공위성)' 전략으로 국방비를 늘리지 않고 안보문제를 해결하면서 경제문제를 해결했다.

김정은을 지지하려는 게 아니다. 북한의 선택이 유별난 게 아니니, 상식적인 관점에서 북한을 보자는 것이다.

지난 17일 열린 372회 새얼아침대화에서 강연하고 있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 새얼아침대화 지난 17일 열린 372회 새얼아침대화에서 강연하고 있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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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그래서 북핵 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

핵 문제가 풀리지 않는 건 해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풀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해서다. 미국은 북핵 문제 자체를 풀기보단 뭔가 이익을 보려 했다. 그랬던 아버지 부시 대통령조차 임기 막바지인 2007년부터 북한과 협상을 진행해 2008년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다.

당시 대한민국 입장에선 절호의 기회였다. 군산복합체의 지원을 받는 강경한 공화당 정부조차 북한과 협상하며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 한국의 대통령이 바뀌면서 이에 조응하지 못했다.

2008년 위키리크스에 공개된 미국 정부 보고서를 보면, '이명박 정부는 만나 봐도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돼 있다. 그랬던 이명박 정부가 2008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쓰러지자, 흡수통일로 가닥을 잡았다. 그리고 그 뒤 들어선 박근혜 정부는 더 심했다.

그 사이 사드 문제와 북핵 문제가 더욱 커졌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단박에 해결하기는 어렵다. 목표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 임기 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전환점만 만들어도 성공이다.

목표치를 낮추자. 비핵화를 궁극적인 목표로 삼되, 중간단계로 북핵 동결과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가장 힘든 게 협상이다. 누가 북한이 좋다고 대한민국을 대신해 북한과 협상하려 하겠나. 이는 대한민국의 몫이다.

목표치를 낮추되 협상으로 풀겠다는 의지와 경우의 수를 높여야 한다. 지금까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다운 협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2005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이후 10년이 넘었다. 2005년 9월 한반도 평화를 위한 포럼을 열기로 했는데 단 한 번도 열지 않았다. 이제 진지한 협상을 할 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사드, #북핵, #한반도평화협정, #문재인 정부, #한반도 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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