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배우들에 대한 연기와 영화에 대한 많은 호평에도 '또 조폭 영화야?'라는 반응이 많았다. 게다가 언더커버(undercover)라는 소재로 이미 많은 작품이 나왔다.

대표적으로 홍콩 누아르 부활을 알렸던 무간도(Infernal Affairs, 2002)를 빼놓을 수 없다. 주인공 진영인(양조위 분)은 경찰을 숨긴 채 전과 8범에 10년을 조직폭력배 조직원으로 살았다. 유건명(유덕화 분) 또한 조폭 조직을 위해 경찰학교에 들어가 10년이 지나 촉망받는 경찰로 지내며 조직을 돕고 결국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영화<무간도>스틸 이미지

영화<무간도>스틸 이미지 ⓒ 디스테이션


국내 영화로는 "죽기 딱 좋은 날씨네", "들어와, 들어와, 들어와" 등 많은 명대사와 지금까지도 예능에서 OST를 활용할 정도로 신세계(New World, 2012)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또한 이자성(이정재 분)은 경찰 신분을 숨기고 8년을 정청(황정민 분)과 의형제로 조직원이 되어 경찰을 돕는 과정에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내용이다.

최근 개봉작인 프리즌(The Prison, 2016)에서도 유건(김래원 분)은 익호(한석규 분)에 눈에 들어 조직원이 되기 위해 온갖 튀는 행동으로 환심을 사고 결국 익호에 호감을 얻는다.

이 밖에 조직폭력, 언더커버(undercover)를 소재로 한 영화는 너무나 많다. 그럼에도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소재는 같을지 모르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다. 같은 재료지만 전혀 다른 요리가 완성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까? 요리 제목은 같지만, 전혀 다른 맛의 레시피를 선보인 느낌이다. 그것도 스타일리쉬하게.

 영화<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스틸 이미지

영화<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스틸 이미지 ⓒ CJ엔터테인먼트


 영화<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스틸 이미지

영화<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스틸 이미지 ⓒ CJ엔터테인먼트


1. 남자들의 영화라는 인식에서 여성 캐릭터를 넣어 성적인 고정관념에 물음을 던졌다.

보통 느와르 액션 영화에서 여자 인물의 역할은 주인공의 여자 정도였다면, 이 영화에서는 어쩌면 제일 반전인 인물일지 모른다. 그만큼 성적인 고정관념 없이 이야기를 풀어간다. 일부러 경직된 상황을 비틀어 가볍게 접근 할 수 있는 소재가 된다.

2. 내부 침투자의 정체가 발각되는 시점이 차별화된다.

변성현 감독은 그동안의 시선을 틀어서 보여준다. 언더커버(undercover) 영화 대부분 내부 침투자의 정체가 발각되는 순간 영화가 정점에 다다른다. 그러나 이 영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3. 이 영화는 범죄, 액션, 드라마 영화가 아닌 멜로 영화.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변성현 감독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생각하기도 했고, 늘 멜로로 접근했다. 내가 여자친구를 속인 적이 있었나 없었나를 생각하면서 그때 느꼈던 죄책감에 주안점을 두고 했다"라고 했으며, 극 중 한재호 역할을 한 배우 설경구 역시 "이 영화는 사랑이다. 동성애는 아니지만 '브로맨스'보다 더 간 관계다. 임시완을 사랑했다"고 이야기했다. 이후 다른 인터뷰에서도 변 감독은 퀴어(동성애)적인 느낌이 나도록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 인물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이 의리 이상의 감정을 보게 된다. 특히 단순한 우정을 넘는 감정표현은 고스란히 한재호(설경구 분) 눈빛에서 느낄 수 있다.

4. 진부한 소재에서 더 빛나는 연출력.

이처럼 변성현 감독의 반항적 시선이 돋보이는 영화다. 그의 연출력과 남다른 시선이 칸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게 했다. 전개되는 시간의 흐름이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몰입하게 한다. 어떤 사실을 알게 되고 고민하는 동시에 이야기는 속도감 있게 이어져 나간다. 분위기가 무거워 질 때쯤 난데없이 만화 같은 화면은 보는 이들의 긴장을 풀어준다. 감옥 속 재호의 모습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하기도 하고, 조직의 회장 고병철(이경영 분)은 어설픈 춤을 추기도 한다. 그러나 마냥 가벼운 영화는 아니다. 마지막의 여운은 사건이 끝났음에도 그 짐을 털어내는 것이 아니라 고스란히 남겼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2017년 5월 17일 개봉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근주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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