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시즌부터 새 홈 구장(메트로폴리타노)으로 둥지를 옮기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아쉽게도 에스타디오 비센테 칼데론에서 열린 마지막 더비 매치에서 활짝 웃지 못했다. 경기 종료 직전 굵은 빗줄기가 선수들의 시야를 가릴 정도로 퍼부었다. 하늘도 그 아쉬움을 아는 듯했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이끌고 있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는 한국 시각으로 11일 오전 3시 45분 에스타디오 비센테 칼데론에서 벌어진 2016-2017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레알 마드리드 CF(스페인)와의 홈 경기에서 2-1로 이겼지만 1, 2차전 합산 점수 2-4로 밀려 결승전에는 오르지 못했다. 이로써 최고의 별을 가리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레알 마드리드 CF와 유벤투스(이탈리아)가 맞붙게 되었다.

더비 매치에 어울리는 짜릿한 '1골 승부'

지난 3일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1차전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해트트릭으로 이 준결승전은 이미 끝난 듯 보였다. 아무리 이번 2차전 홈 팀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라고 하지만 그 차이를 뒤집는 것이 매우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축구공은 둥글다는 만고의 진리는 그 예상을 일찌감치 무색하게 만들어 버렸다. 레알 마드리드가 3-0으로 앞선 상태에서 시작한 경기가 겨우 16분만에 1골 승부라는 짜릿한 살얼음판으로 변했다. 그만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은 5만3422명 홈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다.

시작 후 12분만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홈팬들이 선취골을 만나 환호했다. 코케가 차 올린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사울  니게스가 내리꽂는 헤더로 그물을 흔든 것이다. 비센테 칼데론을 떠나는 마드리드 더비가 제대로 뜨거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강변 축구장은 그로부터 3분 뒤에 더 뜨거워졌다. 홈팀 골잡이 페르난도 토레스의 드리블을 막기 위해 레알 마드리드 수비수 라파엘 바란이 걸기 반칙을 저지른 것이다. 이에 퀴네이트 카키르(터키) 주심은 길게 휘슬을 불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인물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자랑하는 특급 왼발 앙투안 그리즈만이었다. 빠른 속도의 공은 아니었지만 회전이 많이 먹은 공은 레알 마드리드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가 쳐내기 어려운 공이었다. 나바스의 손끝을 스치기는 했지만 그리즈만의 페널티킥은 골문 안에 떨어졌다.

홈 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분전이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이렇게 빠른 시간에 따라붙을 줄은 몰랐다. 싱거워 보였던 마드리드 더비 매치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짜릿한 1골 승부로 변한 셈이다.

레알 마드리드 FW 벤제마가 만든 '1+2=-1' 공식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두 경기 합산 점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2-3 레알 마드리드'가 되었으니 이제 어느 팀이든 1골을 먼저 뽑아내는 팀이 결승행을 확정짓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여기서 레알 마드리드는 디펜딩 챔피언의 위엄을 두 차례나 확인시켜 주었다. 결정적 기회가 찾아왔을 때 쐐기골을 터뜨릴 수 있는가? 또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끈질긴 수비력이 갖추어졌는가? 바로 이런 점들이 축구장 끝판왕의 조건이라는 사실을 수많은 축구팬들 앞에서 입증한 것이다.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카림 벤제마가 보는 이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할 정도로 놀라운 드리블 실력을 자랑했다. 42분, 왼쪽 끝줄 앞에서 공을 잡은 카림 벤제마는 자신을 밀어내기 위해 달라붙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3명의 선수를 절묘하게 따돌리는 드리블 기술을 자랑했다.

디에고 고딘, 스테판 사비치, 호세 마리아 히메네스 이렇게 3명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은 끝줄 밖으로 벤제마의 드리블이 굴러 나갈 것이라 속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 빈틈을 카림 벤제마가 너무도 적절하게 이용하며 이른바 '줄타기 드리블' 신기술을 자랑했다. 1명도 모자라 2명이 더 달라붙는 1+2 협력수비의 결과가 어이없게도 '0'을 넘어 '-1'이 되는 이상한 장면이었던 것이다.

벤제마의 패스를 받은 토니 크로스는 오른발 인사이드 슛으로 만회골을 노렸다. 하지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얀 오블락이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그 공을 쳐냈다. 그리고는 바로 앞에 있던 이스코가 빼어난 집중력으로 그 공을 밀어넣었다. 어웨이 골 우대 규정을 적용하고 있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이스코의 이 골은 결승핼 보증수표나 다름없었다.

결승전이 열리는 카디프로 가기 위해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무려 3골을 더 넣어야 했다. 마음이 급해진 것이다. 66분에 결정적인 역습 기회를 잡아 기적의 역전 드라마를 시작할 수 있었지만 레알 마드리드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의 슈퍼 세이브 앞에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야니크 카라스코의 첫 번째 오른발 슛을 왼쪽으로 몸 날려 쳐낸 케일러 나바스는 곧바로 솟구치며 후반전 교체 선수 케빈 가메이로의 두 번째 헤더 슛까지 기막히게 막아낸 것이다. 경기 흐름상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상승세는 바로 여기서 꺾인 셈이다.

공격수 카림 벤제마와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의 놀라운 활약에 힘입어 결승에 오른 디펜딩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 CF는 다음 달 4일 카디프에 있는 웨일스 국립 경기장에서 이탈리아의 강팀 유벤투스를 만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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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결과(11일 오전 3시 45분, 에스타디오 비센테 칼데론)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2-1 레알 마드리드 CF [득점 : 사울 니게스(12분,도움-코케), 앙투안 그리즈만(16분,PK) / 이스코(42분)]
- 1, 2차전 합산 점수 4-2로 레알 마드리드 CF 결승 진출!

◇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일정
- 일시 : 2017년 6월 4일(일요일) 오전 3시 45분(한국 시각)
- 장소 : 웨일스 국립 경기장(밀레니엄 스타디움, 카디프)
- 대진 : 레알 마드리드 CF - 유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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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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