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넣고 환호하는 다니 아우베스

골 넣고 환호하는 다니 아우베스 ⓒ EPA/연합뉴스


웬만한 공격수들도 성공시키기 어려운 발리슛을 꽂아넣은 윙백 다니 아우베스는 토리노의 홈팬들을 향해 내달리며 양손으로 아름다운 하트를 만들어 바쳤다. 자신의 34살 생일(5월 6일)을 사이에 두고 치른 준결승 두 경기를 통해 내로라하는 공격수들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이 이끌고 있는 유벤투스(이탈리아)가 한국 시각으로 10일 오전 3시 45분 토리노에 있는 유벤투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6-2017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AS 모나코(프랑스)와의 홈 경기에서 2-1로 완승을 거두고 두 경기 합산 점수 4-1로 결승전에 올라 1995-1996 시즌 이후 21년만에 우승 트로피를 노릴 수 있게 되었다.

윙백 다니 아우베스의 가치

현대 축구의 중요한 수비 전술 중 하나인 쓰리 백 시스템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끈질긴 수비 능력자가 존재해야 하는 것 이상으로 측면에서 주로 뛰면서 공격과 수비의 역할을 모두 해낼 수 있는 빼어난 윙백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유벤투스의 오른쪽 측면을 맡고 있는 다니 아우베스의 가치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FC 바르셀로나(스페인)의 전성기를 이끌며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린 뒤, 미련없이 이탈리아의 토리노로 건너온 다니 아우베스가 자신의 새로운 팀 유벤투스를 위해 또 다른 역사를 쓰고 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그를 두고 이제 선수 생활의 내리막길로 생각한 팬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보는 이들을 놀라게 만들며 FC 바르셀로나 시절보다 더 왕성한 활동력과 팀 공헌도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 4일 모나코에 있는 루이 2세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AS 모나코와의 준결승 1차전은 2골을 넣은 곤살로 이과인보다 그 골들을 정확하게 어시스트한 다니 아우베스가 더 빛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경기였다.

그 경기 29분에 다니 아우베스가 절묘하게 뒤꿈치 패스로 내준 공을 이과인이 달려들며 오른발로 선취골을 터뜨렸다. 마무리 슛 동작도 누구보다 정확했지만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듯 정확하게 밀어준 다니 아우베스의 신기한 힐킥 동작이 압권이었다.

다니 아우베스는 이 선취골 도움도 모자라 59분에 더욱 정확한 오른발 크로스로 곤살로 이과인의 결정적인 왼발 추가골을 도왔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진출 첫 번째 팀이 바로 이 장면에서 결정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명장면이었다.

유벤투스의 트레블 가능할까?

4만244명 토리노 홈팬들 앞에 우뚝 선 유벤투스는 1차전 2-0 승리의 기세를 몰아서 비교적 부담없이 2차전 승리 공식을 만들어나갔다. 역시 그 중심은 오른쪽 윙백 다니 아우베스였다.

경기 시작 후 33분만에 멋진 선취골이자 결승행 쐐기골이 터져나왔다. 다니 아우베스가 오른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받은 골잡이 마리오 만주키치가 헤더 슛으로 골을 노린 것. 하지만 만주키치의 헤더는 모나코 골키퍼 수바시치의 선방에 1차로 막혔다. 거기서 살짝 뜬 공을 만주키치는 침착하게 왼발 인사이드 발리 슛으로 차 넣었다.

다니 아우베스의 직접 어시스트가 인정되지는 않았지만 누가 봐도 다니 아우베스의 가치는 충분히 입증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다니 아우베스가 경기를 끝내는 아름다운 골을 직접 터뜨렸다.

44분,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유벤투스의 미드필더 피야니치가 감아올린 공은 모나코 골키퍼 수바시치가 두 주먹으로 쳐냈다. 그런데 이 공이 그라운드에 닿기도 전에 놀라우면서도 아름다운 발리 슛이 모나코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빨려들어갔다. 그 공을 오른쪽 발등으로 휘어찬 주인공은 다름 아닌 다니 아우베스였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들에게 똑같이 흉내내라고 해도 성공 확률이 그리 높지 않은 고난도의 명품 골 장면이었다.

후반전에 AS 모나코의 떠오르는 골잡이 음바페가 만회골을 터뜨리기는 했지만 두 경기 합산 점수 4-1의 격차는 더이상 좁혀질 수 없는 경기 흐름이었다. 다니 아우베스가 전반전 종료 직전에 짜릿하게 터뜨린 골이 유벤투스의 결승행을 일찌감치 결정지은 것이었다.

이제 유벤투스는 오는 6월 4일(일요일) 오전 3시 45분(한국 시각) 카디프에 있는 웨일즈 국립 경기장(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성대하게 벌어지는 결승전 준비를 하게 되었다. 그들의 상대는 11일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비센테 칼데론에서 결정되는데 아마도 1차전에서 3-0으로 완승을 거둔 디펜딩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 CF가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현존하는 최고의 골잡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앞세운 레알 마드리드와의 결승전이 결코 쉬운 경기는 아니겠지만 유벤투스 선수들에게는 트레블(3관왕)의 꿈이 불타오르고 있다.

이제 이탈리아 1부리그(세리에 A) 3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는 시점에서 유벤투스는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2위 AS 로마와의 승점 차이가 7점이나 벌어져 있기 때문이다. 마침 오는 15일에 로마와의 어웨이 경기를 펼치기 때문에 바로 그 경기에서 우승 여부가 확정될 수도 있다.

그리고 유벤투스는 코파 이탈리아 결승전에도 올라 라치오와의 마지막 대결을 앞두고 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일정과 거의 겹치기 때문에 아마도 코파 이탈리아 결승전 날짜가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기세로는 유벤투스의 3관왕 위업이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아홉 번째 결승전을 경험하게 된 유벤투스는 1984-1985 시즌에 리버풀 FC(잉글랜드)를 1-0으로 물리치고 첫 우승 영광을 누린 다음, 1995-1996 시즌에도 아약스(네덜란드)를 승부차기 끝에 물리치고 두 번째 트로피를 들었다. 21년만에 세 번째 트로피 '빅 이어'를 들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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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결과(10일 오전 3시 45분, 유벤투스 스타디움-토리노)

★ 유벤투스 2-1 AS 모나코 [득점 : 마리오 만주키치(33분), 다니 아우베스(44분) / 킬리안 음바페(69분,도움-주앙 무티뉴)]
- 1, 2차전 합산 점수 4-1로 유벤투스 결승 진출!

◇ 유벤투스의 UEFA 챔피언스리그 역대 결승전 기록(왼쪽이 우승 팀)
1972-1973 아약스 1-0 유벤투스
1982-1983 함부르크 1-0 유벤투스
1984-1985 유벤투스 1-0 리버풀 (첫 우승)
1995-1996 유벤투스 1-1(승부차기 4-2) 아약스
1996-1997 도르트문트 3-1 유벤투스
1997-1998 레알 마드리드 1-0 유벤투스
2002-2003 AC 밀란 0-0(승부차기 3-2) 유벤투스
2014-2015 FC 바르셀로나 3-1 유벤투스
축구 다니 아우베스 유벤투스 챔피언스리그 AS 모나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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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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