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은 챔피언 결정전 3차전에서 다 잡았던 승리를 놓쳤다. 사실상 수비를 포기한 안양 KGC 양희종의 외곽슛이 폭발한 것도 패배의 원인이었지만, 집중력에서 큰 문제를 드러냈다. 특히, 양희종처럼 수비와 리바운드 가담 등 궂은일을 맡아줄 선수가 삼성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삼성이 35분을 앞서고도 마지막 5분을 버티지 못해 패한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나 삼성은 28일 열린 챔피언 결정전 4차전을 승리로 가져갔다. 1쿼터의 답답한 흐름을 바꿔준 이관희와 4쿼터에 연속 3점슛을 터뜨린 문태영, 오세근의 파울 트러블과 골밑 공략에 성공한 마이클 크레익을 앞세워 시리즈 전적 2승 2패를 만들며, 승부의 향방을 알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삼성은 승리의 기쁨을 누릴 시간이 없다.

이날도 삼성은 수많은 문제점을 노출했고, 행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패할 수도 있었다. 특히, 4쿼터 종료 직전 3점슛을 시도한 데이비드 사이먼에게 불필요한 반칙을 범한 김준일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뻔했다. 4점 차로 앞서고 있었지만, 슛감이 절정에 달했던 사이먼이 3점슛과 자유투까지 성공했다면, 결과는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른다.

중요한 순간, 포인트가드의 부재

삼성에는 무려 12명의 가드가 있다. 김태술과 주희정, 이관희를 포함해 경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기 힘든 이종구와 성기빈에 이르기까지, 삼성은 KBL 10개 팀 중 가장 많은 가드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에 나서는 선수는 매우 한정적이다. 이를 다시 포인트가드로 한정한다면, 활용 가능한 선수는 더욱 적어진다.

냉정하게 볼 때, 삼성에서 경기 흐름을 읽고, 볼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선수는 김태술과 주희정뿐이다. 그런데 김태술이 정규시즌 막판 당한 부상 때문인지 아직도 정상 컨디션을 찾지 못하면서, 삼성의 포인트가드라 할 수 있는 선수는 주희정밖에 없다. 주희정이 한국 나이로 41살이란 점을 보면, 삼성의 포인트가드 부재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삼성은 인천 전자랜드와 6강, 고양 오리온과 4강 플레이오프에서 주희정을 주전 포인트가드로 활용했다. 김태술이 오리온과 4강 플레이오프 마지막 5차전에서 결승 3점포를 포함해 자신의 몫을 해주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아쉬운 점이 많았다. 이상민 감독의 선택을 받은 이관희와 이동엽도 자신의 역할을 완수했다고 보기 어려웠다.

좀처럼 자신의 역할을 해주지 못하는 김태술과 주희정의 체력이 문제가 된 것일까. 이상민 감독은 챔피언 결정전에서 '신인' 천기범을 많은 시간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다 잡은 승리를 놓친 3차전에서는 중요한 순간 천기범과 이동엽에게 앞선을 맡기면서, 이상민 감독 스스로가 패배를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물론 천기범과 이동엽 때문에 3차전에서 패배한 것은 아니다. 다만, 포인트가드 역할을 해줘야 할 천기범이 중요한 순간 그 역할을 할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과감하게 골밑으로 패스를 넣어줘야 할 순간 주저하고, KGC의 순간적인 트랩 수비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승리를 챙긴 4차전에서도 충분히 속공으로 연결할 수 있는 상황에서 패스를 주저하다 기회를 놓쳤고, 상대의 압박 수비에 당황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챔피언 결정전 4경기 동안 평균 15분 가까이 코트를 누볐음에도 3점슛이 하나도 없다는 점은 아쉬움을 더한다. 천기범이 체력과 수비에서는 장점이 있지만, 승부가 결정될 4쿼터에 오랜 시간 코트를 누비는 것은 다시 한 번 고려할 필요가 있다.

 28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안양KGC에 승리한 서울삼성 선수들이 경기 후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28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안양KGC에 승리한 서울삼성 선수들이 경기 후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삼성은 지난 3차전과 이날 경기에서 공격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했다. 삼성 가드진이 상대의 압박 수비를 이겨내지 못하면서 공격 시간에 쫓겨 슛을 던지는 장면이 많았다. 4차전에서 삼성이 승리한 데는 크레익의 골밑 공략과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꾸준함, 문태영의 외곽슛 등 선수 개인 능력이 큰 몫을 담당했다.

지금처럼 라틀리프에게 볼이 투입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 이어진다면, 삼성은 남은 경기에서 더욱 고전할지도 모른다. 이상민 감독은 김태술의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는다면, 최소한 4쿼터에서만큼은 주희정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삼성은 볼 흐름이 계속 원활하지 못하고, 5차전에는 키퍼 사익스가 돌아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삼성의 슈터 임동섭, KGC 이정현에게 배워라

삼성이 6강과 4강 플레이오프, 챔피언 결정전 4차전까지 치르면서 가장 아쉬운 선수는 임동섭이다. 그는 삼성에서 유일한 3점 슈터지만, 좀처럼 슛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플레이오프에 들어와 기복이 너무 심하다 보니 정신적으로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슈터라면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 상대의 집중 견제와 부담감을 이겨내야 진짜 슈터로 성장할 수 있다.

챔피언 결정전 2차전을 제외하면, 임동섭의 활약은 아쉬움이 많다. 4차전에서는 3점슛 기회를 잡아내는 것조차 어려웠고, 득점은 7점에 그쳤다. 승부처였던 4쿼터에 미들슛을 잇달아 터뜨리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만족할 만한 활약은 분명히 아니었다. 

 23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 안양 KGC 인삼공사와 서울 삼성 썬더스의 경기. 삼성 입동섭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23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 안양 KGC 인삼공사와 서울 삼성 썬더스의 경기. 삼성 입동섭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임동섭은 KGC 이정현의 플레이를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 이정현은 국내 최고의 슈팅 가드다. 그는 잦은 플라핑과 지난 2차전에서 이관희와 충돌로 인해 많은 팬들의 비판을 받고는 있지만, 실력만 놓고 보면 국내 최고 선수임이 틀림없다. 특히, 정신적으로 흔들릴 수 있었던 3, 4차전에서의 모습은 그가 왜 국내 최고의 선수인지를 증명했다.

지난 3차전에서 이정현의 슛감은 좋지 못했다. 그가 볼을 잡으면 쏟아지는 삼성팬들의 야유까지 더해지면서, 이정현은 쉽게 무너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경기에만 집중했다. 3점슛 성공률은 높지 않았지만, 기회가 생기면 과감하게 던졌다. 3점슛뿐 아니라 돌파를 통해 손쉬운 득점을 만들어냈고, 오세근과 사이먼을 활용하면서 어시스트를 늘려나갔다. 수비에서도 3개의 스틸을 해내는 등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팀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

4차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3점슛은 9개를 시도해 단 1개뿐이 넣지 못했지만, 성공률에 신경 쓰지 않았다. 골밑으로 파고들어 득점과 상대의 반칙을 얻어냈고, 절묘한 패스로 오세근의 득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14득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란 기록이 보여주듯, 그에게 3점슛은 한 가지 공격 옵션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28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 안양KGC와 서울삼성의 경기에서 삼성 라틀리프가 리바운드를 하고 있다.

28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 안양KGC와 서울삼성의 경기에서 삼성 라틀리프가 리바운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임동섭도 그래야 한다. 그는 동료의 패스를 받아 3점슛만 노리는 인상이 강하다. 이정현 못지않은 드리블 능력과 198cm의 큰 신장을 갖추고 있음에도 골밑으로 파고드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3점슛 성공률이 높지 않은 날에는 특히 더 그렇다. 임동섭은 3점슛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골밑 돌파를 통해 상대 수비의 틈을 만들고, 상황에 따라서는 라틀리프와 크레익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삼성이 리바운드 싸움에서는 확실한 우위를 점하는 만큼, 성공률에 상관없이 3점슛을 시도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 이상민 감독이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고, 실제로 삼성에서 그를 대체할 선수가 마땅치 않은 만큼,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려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임동섭이 어느 정도 득점을 책임져줘야만, 삼성의 챔피언 등극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삼성은 각본 없는 드라마를 써내려가고 있다. 6강과 4강 플레이오프 모두 탈락 위기에 놓였었지만 이겨냈고,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라틀리프와 크레익이라는 최고의 외국인 선수와 문태영, 임동섭, 김준일 등 국가대표급 국내 선수들의 조합을 볼 때, 삼성은 지금이 우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래서 더욱 임동섭의 꾸준한 활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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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VS KGC 임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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