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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5일 당시 메르스 환자 발생으로 응급실을 폐쇄한 삼성서울병원.
 2015년 6월 5일 당시 메르스 환자 발생으로 응급실을 폐쇄한 삼성서울병원.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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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무마를 위해 감사원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녹음 파일이 28일 법정에서 공개됐다.

국정농단의혹특별검사팀은 이날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뇌물 사건 9차 공판(서울중앙지방형사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에서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과 이헌수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의 통화 내용 증거 조사를 진행했다. 이 부회장의 혐의 중 제3자 뇌물죄의 구성요건, '부정한 청탁'을 입증하겠다는 이유였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원활한 경영권 승계 작업 뿐 아니라 주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 최순실씨의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냈다고 본다. 그 대표 사례는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확산 책임 논란이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은 2015년 7월 25일 두 번째 단독면담을 했다. 이 즈음 국회는 감사원에 삼성서울병원 감사를 청구할지 논의 중이었다. 특검은 장 전 차장과 이 기조실장의 통화도 비슷한 시기에 이뤄졌으며 이때 삼성이 감사원 사무총장 인선에 개입한 결과 삼성서울병원이 솜방망이 징계를 받았다고 했다.

이날 법정에서 틀어진 녹음파일은 장 전 차장과 이 기조실장의 2015년 7월경 대화였다. 당시 감사원은 김영호 사무총장 임기가 곧 끝나는 상황이었다. 그의 후임으로는 이욱 전 감사원 공직감찰본부장과 정길영 감사원 1사무차장, 이완수 변호사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었다.장 전 차장과 이 기조실장은 이들 가운데 이욱 전 본부장을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일종의 도XX이다. 이 친구가 워낙 평가가 안 좋아. 이 친구가 (감사원) 사무총장을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이욱은 말이 워낙 많고, 다른 문제도 있다. 이욱을 하자고 고집하면 저희 직원들도 반대할 것이다. 절대 그건 안 된다. 감사원을 망가뜨리는 거고..."

"절대 안 된다"는 말에... '이건희 변호인'이 사무총장으로

장충기 전 차장은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이 전 본부장을 평가절하했다. 또 "총장을 바꾸는 건 있을 수 있더라도, 대신 대안으로 이욱은 안 된다"며 거듭 반대 뜻을 밝혔다. 결국 이 전 본부장은 사무총장 최종 후보가 되지 못했다. 대신 또 다른 유력 후보, 이완수 변호사가 신임 사무총장이 됐다. 이 변호사는 2007년 삼성특검 당시 이건희 회장을 변호했다.

그런데 두 사람의 통화는 국회가 메르스 사태를 두고 삼성서울병원을 대상으로 감사원 감사를 청구할지 논의하던 시기에 이뤄졌다. 2015년 말 감사원은 메르스 사태 감사 결과,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확산방지에 미흡했다며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의료법' 등 관계법령에 따라 적정한 제재를 하라고 통보했다.

특검은 이전 공판에서도 메르스 사태 감사 문제를 다루며 삼성의 로비에 감사원이 형사처벌 수위가 더 강한 '감염병예방법'이 아닌 '의료법'으로 위반 법규를 명시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가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12월 26일에 가서야 삼성서울병원을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고발한 점 역시 석연 찮은 정황이라고 언급했다.

장 전 차장은 국정원의 평판 조회에 응했을 뿐이라고 했다. 또 이날 변호인단은 이욱 전 본부장의 명예를 언급하며 방청객과 취재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통화녹음파일을 조사하는 일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또 대화 상대방이 국정원 기조실장인 점을 감안할 때 국가 안보나 선량한 풍속, 공공질서 등을 해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 심리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는 "특별한 관련이 없다"며 공개 조사를 진행했다.

한편 지난 25일 감사원은 "삼성 로비가 감사원 감사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 자료를 냈다. 감사원은 "이 건은 당시 감사위원회의에서 의료법 등에 따라 적정한 제재 조치를 하도록 의결한 사안"이라며 "삼성서울병원 감사는 엄정하게 실시‧처리됐고, 보건복지부도 후속 조치까지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태그:#이재용, #박근혜, #최순실, #메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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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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