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펼치고도 또 다시 첫 승이 무산됐다.

LA 다저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류현진은 2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오주 샌프란시스코의 AT&T 파크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6이닝 동안 96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경기는 류현진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1-2로 패했다.

두 경기 연속 6이닝 이상 소화하며 시즌 최소 실점까지 기록한 류현진은 시즌 평균자책점을 5.87에서 4.64까지 내렸다. 류현진의 퀄리티스타트는 지난 2014년 9월7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6.2이닝 2실점) 이후 무려 962일 만이다. 평균자책점을 많이 낮춘 것과 더불어 데이브 로버츠 감독 앞에서 처음으로 안정된 투구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경기였다.

 시즌 4번째 패배를 당한 류현진은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했다는 점에 만족해야 했다.

시즌 4번째 패배를 당한 류현진은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했다는 점에 만족해야 했다. ⓒ MLB.com


2회 적시타 없이 희생타로 유일한 실점

956일 만에 만나는 샌프란시스코는 2010,2012,2014년 세 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후 작년 시즌 디비전 시리즈에서 시카고 컵스에 패하며 2010년부터 이어지던 '짝수 해 징크스'가 끊어졌다(반면에 샌프란시스코의 '짝수 해 징크스'를 깬 컵스는 '염소의 저주'를 깨고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을 하지 못한 후유증일까. 샌프란시스코의 올 시즌 분위기는 매우 좋지 못하다. 최근 4연패를 포함해 6승13패의 부진. 류현진으로서는 첫 승을 딸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샌프란시스코는 류현진을 상대로 통산 .455의 고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헌터 펜스를 1번에 전진 배치하는 등 6명의 우타자를 포진시키며 소위 '류현진 맞춤 타선'을 들고 나왔다.

1회 천적 펜스를 시속 146km의 빠른 유인구로 삼진을 잡으며 기분 좋게 출발한 류현진은 브랜든 벨트를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에두아르드 누네즈를 3루 땅볼로 처리하는 사이 벨트를 득점권으로 보낸 류현진은 버스터 포지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다저스의 우익수는 야시엘 푸이그였다. 다저스는 푸이그의 정확한 홈송구로 벨트를 잡아내며 힘든 1회를 무실점으로 넘겼다.

1회 가까스로 위기를 막은 류현진은 2회말 브랜든 크로포드에게 2루타, 조 패닉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내주며 선취점을 허용했다. 물론 투수에게 실점은 언제나 기분 나쁜 일이지만 잔루를 남기지 않았고 선두 타자에게 2루타를 맞은 이닝에 투구 수를 17개로 끊었다는 점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특히 2회 빠른 공이 시속 150km(93마일)까지 나오면서 구위가 점점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류현진 등판 경기에서 4경기 5득점 지원해준 다저스의 답답한 타선

류현진이 구위 회복증거는 다음 이닝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3회 1사 후 펜스에게 안타를 맞은 류현진은 벨트와 누네즈를 각각 땅볼로 유도하며 펜스를 잔루로 남겼고 4회에는 단 10개의 공으로 샌프란시스코의 4,5,6번을 삼자범퇴로 잡아냈다. 류현진은 5회에도 안정감 넘치는 투구를 펼치며 또 한 번 세 타자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5회까지의 투구 수는 76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류현진이 등판한 3경기에서 단 4점을 지원해준 다저스 타선은 이날도 침묵을 지켰다. 케인이 2012년 16승을 기록한 이후 4년 연속 한 자리 승수에 그치고 있는 투수라는 것을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다저스는 케인을 상대로 6회까지 2안타 1볼넷 무득점에 그치며 호투하는 류현진을 전혀 도와주지 못했다.

3회 펜스에게 안타를 맞은 후 9타자 연속 범타를 유도하며 안정을 찾은 류현진은 6회 1사 후 벨트에게 안타를 맞으며 다시 주자를 내보냈다. 류현진은 누네즈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았지만 포지의 빚맞은 타구가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안타가 되면서 2사 1,3루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류현진은 2회 2루타를 친 크로포드를 3루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이날의 투구를 끝냈다.

류현진은 부상 복귀 후 처음으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비록 탈삼진은 3개에 불과했지만 삼진이 적은 아쉬움보다는 피홈런이 없었다는 부분이 더욱 고무적이었다. 류현진의 유일한 실점은 2회 패닉이 때린 희생플라이였고 적시타는 단 하나도 맞지 않았다. 96개의 투구 중에서 61개의 스크라이크를 잡은 류현진은 선두 타자 출루가 한 번 밖에 없었을 정도로 집중력 있는 투구가 돋보였다.

하지만 다저스는 류현진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류현진에게 시즌 첫 승을 가져다 주진 못했다. 이날 다저스가 기록한 유일한 1점은 류현진이 마운드에서 내려온 8회초에 따낸 점수였다. 역시 야구라는 종목은 투수가 아무리 잘 던져도 타자들의 도움 없이는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없는 스포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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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LA 다저스 류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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