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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탁구단일팀에 실화를 다루었던 영화 <코리아>의 문현성 감독이 5년 만에 사극 활극 <임금님의 사건수첩>으로 돌아온다. 2011년 12월부터 2013년 9월까지 허윤미 작가가 연재했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에는 주인공 예종 역할에 이선균이 윤이서 역할에는 안재홍이 캐스팅되었다. 이선균의 첫 사극 출연작이다. 오는 26일 최민식 주연의 <특별시민>과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학식과 가문 그리고 외모(?)는 물론 한번 본 것은 절대 잊지 않는 비상한 기억력까지 지닌 윤이서(안재홍)는 장원급제하며 예문관에 배속되고 예종(이선균)의 신입 사관으로 임명된다. 그냥 졸졸 쫓아다니며 임금의 일과를 기록하면 될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야근은 기본 독설과 폭행 등 온갖 갑질을 당하며 고생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양 한복판에서 북방으로 파견을 보냈던 도관 한 명이 불에 타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예종은 함길도에 있던 남건희 장군(김희원)을 불러들인다. 여기에 괴물물고기가 출몰했다는 괴이한 소문들까지 나돌면서 예종은 모든 소문과 사건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다. 그는 이것이 최근 한양에 왔다는 무녀 선화(경수진)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서를 데리고 그녀를 찾아간다.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왕이 직접 사건을 조사하고 다닌다는 점을 제외하면 신선함을 논하기 어려운 작품으로 사실상 제2의 <조선명탐정> 시리즈 같은 작품이다.

우선 허세 가득하지만, 과학적 학식이 많은 '갑'과 어리바리한 면이 있으면서도 뜻밖에 잔재주가 많은 '을' 이런 갑을관계에 있는 남남 콤비라는 캐릭터설정과 그것을 활용한 웃음이 눈에 띈다. 그리고 조선이라는 시대적 배경, 조선 시대임에도 과학적인 사건 수사 그리고 발명품들이 나온다. 여기에 역모를 꾸미는 중신들, 팜파탈적인 매력이 엿보이면서도 진보적인 여성 캐릭터 등 <조선명탐정>과 오버랩되는 구석이 제법 많다.

 안재홍은 독설과 폭행에 시달리는 슈퍼 '을'로 출연하여 웃음을 안긴다.

안재홍은 독설과 폭행에 시달리는 슈퍼 '을'로 출연하여 웃음을 안긴다. ⓒ CJ 엔터테인먼트


'추리코믹액션사극'을 표명한 이 작품을 장르적 관점에서 뜯어보자. 우선 추리물적 측면은 과학수사를 표방한 만큼 논리적인 설명과 의외성도 보여 준수한 편이지만 일부 내러티브를 상실한 전개가 그것들을 다 까먹고 있다. 액션은 대부분 검술로 채워지고 있는데, 딱히 매력적인 액션 시퀀스를 찾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고난도 액션도 아닌데 대부분 대역에 의존하면서 얼굴을 가려야만 하는 카메라 앵글을 선택해야만 했고, 결과적으로 액션의 매력이 현격히 떨어뜨리고 말았다. 최근 많은 배우가 고난도의 액션들도 직접 해내고 있다는 점(심지어 할리우드의 클로이 모레츠 등 어린 여배우조차도 대역 없이 고난도의 액션 장면을 소화하고 있다)을 감안하면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임금님의 사건수첩>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나 이선균과 안재홍 콤비가 선보이는 코미디다. 이선균은 호기심 많고 에너지 넘치는 '예종'역을 맡아 특유의 허세와 까불까불함이 살아있는 슈퍼 갑질 연기로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펼치며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반면 안재홍는 어리바리함을 장착한 사관'이서' 역할로 '슈퍼갑'인 예종에게 시달리며 특유의 억울한 표정과 맞는 게 주를 이루는 몸 개그까지 펼치며 웃음을 자아낸다. 여기에 두 사람의 케미를 잘 살린 코믹한 연출도 무난하다.

원작 웹툰이 그랬듯이 이 작품도 일찌감치 역사적 사실감 같은 건 일찌감치 버려둔 작품이다. 우선 불과 20세에 사망한 예종역에 42세의 이선균을 캐스팅했다는 점이다. 또한 '예종'을 제외하면 실존 인물이 전무한 작품이다. 물론 몇몇 캐릭터들은 실존 인물에서 모티브를 따온 흔적이 엿보이긴 한다. 극 중에 역모를 꾸민 남건희 장군이 세조 시절 북방에서 여진족을 토벌하고 병조참판을 지냈던 남이 장군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실제 남이 장군은 역모를 꾸민 이가 아니라 역모로 몰려서 죽임을 당했다는 점에서 많이 다르다. 또한 극 중의 예종의 조카로 나오는 차상군과 그의 어머니는 잘산군(후에 성종에 즉위)과 그 유명한 인수대비에서 따왔다.

원작 웹툰에 허윤미 작가가 예종으로 설정한 건 단순히 어리고 명 짧은 왕이기 때문이라서인데, 어차피 역사적 사실성을 배제할 거라면 영화에서까지 임금을 굳이 '예종'이라고 못 박을 필요가 있었나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임금님의사건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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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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