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원주 동부가 이상범(48) 전 KGC 인삼공사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동부는 지난 21일 이상범 감독의 영입을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3년이다.

이상범 감독은 대전고-연세대를 거쳐 안양 SBS(KGC인삼공사의 전신)에서 프로무대에 데뷔했으며 은퇴 후 코치를 거쳐 지난 2010년부터 세 시즌 간 지휘봉을 잡는 등 '안양맨'이미지가 강하다. 특히 2011-12시즌에는 인삼공사에 창단 첫 우승의 영광을 안겼다. 특유의 소통과 친화력으로 선수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형님 리더십'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인삼공사 사령탑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국가대표팀 코치로 유재학 감독을 보좌하며 한국농구의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우승에 기여하기도 했다.

재미있게도 이상범 감독은 어쩌면 동부와는 악연에 가깝다. 2011-12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당시 정규시즌 우승팀 동부의 앞을 가로막은 것이 바로 이상범 감독의 인삼공사였다. 당시 동부는 정규시즌 최다인 44승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위세를 과시하고 있었으며 챔프전에서도 많은 이들이 동부의 일방적인 우세를 점쳤다.

하지만 인삼공사는 예상을 깨고 동부를 4승 2패로 제압하며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동부전을 대비한 변칙적인 수비압박 전술이 챔프전에서 대성공을 거두며 그동안 저평가됐던 이상범 감독의 전술가로서의 면모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동부는 이후 다시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당시 챔프전은 한국농구에서는 보기드물게 경기장 안팎에서도 선수들이 거친 설전과 신경전을 이어가는 등 이후로도 끊임없이 화제를 모았다. 동부 팬들에게는 어쩌면 가장 뼈아픈 트라우마를 남겼던 어제의 적장을 이제는 감독으로 맞이하게되었다는 점에서 묘한 인연이다.

'리빌딩'은 이상범 감독의 지도자 인생에서 빼놓을수 없는 단어중 하나다. 이상범 감독은 만년 중하위권을 전전하던 인삼공사를 파격적인 리빌딩을 통하여 리그 우승권으로 환골탈태시킨 공로자중 한 명이다. 이상범 감독은 2008년부터 인삼공사의 전신인 KT&G의 감독대행을 맡으며 주축 선수들의 군복무 공백과 선수단 개편을 극복하고 약 3년만에 우승 전력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정상적인 팀운영을 포기했다는 비판적인 여론과 부작용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상범 감독의 과감한 결단과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리빌딩이었다.

현재 김승기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삼공사는 올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며 내친김에 5년만의 정상탈환까지 노리고 있다. 2012년 창단 첫 챔프전 우승의 주역이기도 했던 오세근, 양희종, 이정현 등 이상범 감독이 완성했던 선수단이 여전히 인삼공사의 주축으로 건재하다.

공교롭게도 이상범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게된 동부 역시 리빌딩이 중요한 현안이다. 동부는 김주성이 입단한 2002년 이후 3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프로농구 전통의 강호로 군림해왔으나 최근 주축 선수들의 노쇠화로 인하여 하향세를 걷고 있다. 승부조작으로 물의를 일으키며 제명된 강동희-최악의 성적을 남긴 이충희 전 감독에 이어 지난 3년간 지휘봉을 잡았던 김영만 감독도 적극적인 리빌딩을 시도하지 못하며 팀의 정체를 피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주성은 어느덧 은퇴를 바라보는 불혹의 노장이 되었고 윤호영 역시 적지않은 나이인데다 연이은 부상에 시달리며 기량이 많이 떨어졌다. 허웅은 상무 입대가 예정되어있고 두경민도 조만간 군복무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주희정을 트레이드하고 김태술과 양희종을 동시에 입대시켰던 2009년 당시 인삼공사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신인 선발과 유망주 육성이 시급하다. 자유계약선수 영입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할 시점이다. 인삼공사 시절의 2009년과 비교하면 신인드래프트 제도가 바뀐데다 향후 2~3년간은 이종현이나 김종규와 맞먹는 대형 신인이 선뜻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도 이상범 감독에게는 리빌딩의 방향을 두고 고민스러울 법 하다.

단순히 젊은 선수들을 중용하는 인위적인 세대교체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팀컬러를 새롭게 구축해나가는 작업이 필수다. 이상범 감독은 인삼공사 시절에도 김성철, 은희석 등 팀의 구심점을 잡아줄 베테랑 선수들을 식스맨으로 적절히 활용하며 리빌딩의 균형을 맞춘바 있다. 이상범 감독의 새로운 리빌딩 도전이 동부에서도 결실을 맺을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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