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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질주> 시리즈, <본> 시리즈, <트랜스포머> 시리즈,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는 할리우드가 21세기에 배출한 대표적인 프랜차이즈다. 그중에서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이변에 가까운 흥행 성적으로 유명하다. 보통 프랜차이즈는 속편으로 가면서 흥행 성적이 떨어지는데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4편 <분노의 질주: 더 오리지널>(3억4000만 달러), 5편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6억2000만 달러), 6편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7억8000만 달러), 7편 <분노의 질주: 더 세븐>(15억 달러)까지 줄곧 흥행 기록을 경신했기에 그렇다.

흥행을 질주하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매력은 무엇일까? 시작은 <폭풍 속으로>를 모방한 언더커버(위장) 장르였으나 점차 도미닉 토레토(빈 디젤 분)와 브라이언 오코너(폴 워커 분)가 힘을 모아 활약하는, 마치 현대판 '로빈 후드'로 정체성은 바뀌었다. 편을 거듭할수록 만화적 상상력도 향상하면서 액션은 공상과학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질주가 생성하는 아드레날린과 펑크한 맛은 시리즈 내내 변함이 없었다.

폴 워커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힘겨운 주행을 했던 <분노의 질주: 더 세븐> 이후 시리즈는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했다. 저스틴 린, 제임스 완에 이어 메가폰을 잡은 F. 게리 그레이 감독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최강의 적에 맞서는 도미닉과 그의 팀원들 간의 모험담이면서 동시에 뜨거운 가족애를 그린 '가족' 영화란 점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만약 가족 중 누군가 배신을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발상은 "배신자가 바로 도미닉"으로 나아갔고 도미닉이 대규모 테러를 계획하는 첨단 테러 전문 사이퍼(샬리즈 시어런 분)와 손을 잡아 예전 동료들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이야기로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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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의 핵심은 "도미닉은 왜 배신을 했는가?"와 "그렇다면 최악의 적으로 돌아온 그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 있다. 전자가 플롯의 흥미를 돋운다면 후자는 폴 워커 이후의 액션을 의미한다. 영화는 전편에서 적으로 겨룬 루크 홉스(드웨인 존슨 분)와 데카드 쇼(제이슨 스타뎀 분)가 미스터 노바디(커트 러셀 분)의 지휘 아래 한 팀으로 뭉친다는 해법을 내놓는다. 영화의 중심축은 빈 디젤, 드웨인 존슨, 제이슨 스태덤으로 형성된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감독의 야심은 이야기뿐만 아니라 액션 장면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엔 3차례 레이싱 장면이 나온다. 3개의 장면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레이싱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 쿠바에서 펼쳐지는 레이싱 장면이 스트리트 레이싱을 펼친 <분노의 질주>라면 수많은 차량이 뒤엉키는 뉴욕 장면은 규모와 상상력이 더해진 4편 이후 행보를 의미한다. 마지막 러시아 장면은 상식과 물리학 따윈 안중에 없는 요즘 <분노의 질주>를 담는다.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은 현재 활동하는 최고 액션 배우인 드웨인 존슨과 제이슨 스태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자동차보다는 몸의 액션에 어울리는 두 배우는 '슈퍼 맥스'라 불리는 감옥을 탈출하는 장면에서 격투의 에너지를 쏟아낸다. 또한, 둘은 끊임없이 말싸움하는 등 신경전을 펼치며 웃음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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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는 아쉬운 구석이 많다. 걸출한 배우인 샬리즈 시어런에게 악당을 맡겼건만 제대로 활용하질 못한다. 사이퍼가 자신이 노리는 목표를 대사로 열심히 설명하나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퓨리오사를 맡았던 배우에게 운전대를 허락하지 않는 점도 궁금하다. 전개의 여러 길목에서 우연은 지나치리만치 자주 출몰한다. 도미닉이 배신하는 이유도 별로 놀랍지 않다.

폴 워커의 부재를 채운 드웨인 존슨과 제이슨 스태덤은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을 <익스펜더블>처럼 만들어버려 <분노의 질주>의 고유한 '레이싱' 개성을 죽이고 말았다. 둘에 관심을 기울이는 통에 시리즈의 공신이었던 로만 피어스(타이레스 깁슨 분)와 테즈 파커(루다크리스 분)의 비중은 떨어졌다. 거의 병풍에 가까울 정도다.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은 기상천외한 자동차 액션 장면을 창조한 전작과 달리 그저 자동차 파괴 쇼에만 몰두한다. 이야기는 앙상한 채로 규모만 키운 스펙터클은 스테로이드로 비대해진 근육을 보는 기분이다. 이런 변화는 로봇의 매력은 사라지고 도시 폭파만 남은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무의미한 파괴만 일삼는 철거 더비로 전락하기엔 <트랜스포머> 시리즈와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너무 아깝다. 두 시리즈 모두 이야기라는 영혼을 어서 되찾길 바란다.

분노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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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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