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 4명의 주인공.

<클로저> 4명의 주인공. ⓒ 글뫼


오묘한 사랑의 감성을 4인 4색으로 그려낸 로맨스 영화 <클로저>가 오늘(20일) 메가박스에서 재개봉한다. 국내에는 12년 만에 오는 셈이다.

<클로저>는 패트릭 마버의 세계적인 희곡 <클로저>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연극으로 공연된 적이 있다. 당시 연극 <클로저>는 미국 브로드웨이 최고 영예인 토니상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할리우드 영화화 작업에, 시작부터 많은 사람이 이목을 집중했다. 감독은 <졸업>으로 유명한 마이크 니콜라스 연출이며 주드 로, 줄리아 로버츠, 나탈리 포트먼, 클라이브 오언이 각각 주인공을 맡았다. 제62회 미국 골든글러브상 5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나탈리 포트먼과 클라이브 오언이 나란히 남녀조연상을 받은 작품이다.

제작비 2700만 달러가 투여된 이 영화는 북미에서 2004년 12월에 개봉, 약 3400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전 세계 1억1550만 달러의 극장 수입을 거두며 흥행에 성공했다. 국내에는 2005년 개봉 당시 전국 23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댄·래리·앨리스·안나

 짝이 있으면서도 낯선 사랑에 빠져버리는 두 사람.

짝이 있으면서도 낯선 사랑에 빠져버리는 두 사람. ⓒ 글뫼


소설가를 꿈꾸는 런던의 한 신문사 부고 담당 기자 댄(주드 로)은 출근길 인파 속 유달리 눈에 띄는 한 여성을 발견하고 강한 이끌림을 느낀다. 서로를 응시하며 횡단보도에 마주 선 그들, 그러나 그녀는 달려오던 택시에 치여 쓰러지고 얼떨결에 보호자가 된 댄. "Hello, Stranger(안녕, 낯선 사람!)"이란 앨리스의 말로 사랑을 시작한 두 사람은 동거에 들어간다.

그리고 1년 후, 소설가로 데뷔한 댄은 책 표지 사진을 찍기 위해 만난 사진작가이자 이혼소송 중인 유부녀 안나(줄리아 로버츠)에게 다시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앨리스가 있음에도 댄은 그녀에게 접근한다. 댄에게 끌리면서도 그를 받아들일 수 없는 안나, 그런데 댄 덕택에 래리(클라이브 오웬)라는 피부과 전문의를 만나게 되고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4개월 뒤 안나의 전시회에 댄과 앨리스 커플이 찾아오는데….

매력적인 데미안 라이스의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슬로우 모션으로 걸어가는 주 드로와 나탈리 포트먼을 교차 편집하며 시작하는 첫 장면. 이 장면은 사랑에 빠지는 연인의 느낌을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주위 사람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으며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 서로에게 끌려간다. 그리고 강렬한 나탈리 포트만의 첫 대사.

"Hello, Stranger."

<클로저>의 이 첫 장면은 로맨스 영화의 오프닝을 논할 때 많이 회자할 정도로 인상적이다.

배우 그리고 음악의 힘

 나란히 골든글러브 남녀조연상을 석권한 클라이브 오언과 나탈리 포트먼.

나란히 골든글러브 남녀조연상을 석권한 클라이브 오언과 나탈리 포트먼. ⓒ 글뫼


네 남녀의 얽히고설킨 사랑과 이별 그리고 재결합을 보여주는 <클로저>. 누군가와 함께 삶을 공유할 정도로 점점 가까워지면서도, 끊임없이 낯선 다른 이에게 눈을 돌리는 오묘한 심리를 세밀하게 포착해내고 있다. 그 심리를 솔직하다 못해 도발적으로 표현하는 한편, 깊이 있는 대사들은 여느 로맨스물과는 다른 차원의 재미를 선사한다.

"사랑은 순간의 선택이야, 거부할 수도 있어."

<클로저>의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나탈리 포트먼의 대사이다. 사랑은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지만, 운명처럼 꼭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도 선택할 수 있다. 그 선택의 대가는 온전히 자신에게 돌아간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인 명대사가 있다.

"모두가 거짓말이에요. 사진은 슬픈 순간을 너무 아름답게 찍죠. 그 안의 사람들은 너무 슬프고 괴로운데도. 그리고 예술을 좋아한다는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감동을 받겠죠."

우리는 정말 왜곡된 것들에 너무 열광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클로저>에는 엑스트라를 제외하면 단 4명의 주인공만 등장하는데, 그들의 연기 앙상블 또한 이 영화의 큰 힘이다. 우선 검은색 단발의 나탈리 포트먼은 <레옹> 속 마틸다의 매력을 연상케 하는 한편, 농염한 매력을 뽐내며 스트립 댄서로도 열연을 펼쳤다.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 수상은 물론 미국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지명되기도 했다. 줄리아 로버츠 또한 갈팡질팡하는 여인의 미묘한 감정을 세밀하게 잡아내었고, 섹시 가이 주드 로는 여인을 홀리는 매력을 뽐내는 한편 '지질함'의 끝을 보여줬다. 끝으로 골든글러브와 영국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석권한 클라이브 오언은 저돌적이면서 무너져버린 내면 연기로 시선을 끈다.

배우들 못지않게 음악도 한 몫을 단단히 한다. 쓸쓸함과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데미언 라이스의 'The Blower's Daughter'는 영화 곳곳에 배치되어 분위기를 살리며 영화의 감정을 한껏 끌어올린다. 또한 생략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는 편집도 훌륭하다. 세밀하지 않은 불친절한 전개는 오히려 그 공간의 감정적 분위기를 오히려 선명하게 만들고 있다.

 영화 <클로저>의 재개봉 포스터.

영화 <클로저>의 재개봉 포스터. ⓒ 글뫼


이야깃거리
이 영화에는 나탈리 포트먼의 가슴 노출 장면이 있었지만 나탈리 포트먼의 요청으로 삭제되었다. 이유는 부끄러워서 아니라 자신의 누드가 맘에 들지 않아서라고 한다. 오히려 자신의 벗은 몸이 제대로 찍히지 않았기 때문. 포트만은 "토플리스 장면 속의 내 몸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서, "니콜스 감독은 우리 아버지보다 더 내 몸에 대해 보호 본능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렇다 보니 섹시한 모습을 촬영할 때 난 심히 불편했다"고 말했다. 감독이 몸을 사려 오히려 자신의 몸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안나 역에는 애초에 케이트 블란쳇이 캐스팅되었으나 임신으로 하차하고 줄리아 로버츠에게 돌아갔다. 에바 그린은 <클로저> 속 앨리스를 통해 할리우드에 데뷔할 뻔했으나 결국 앨리스 역은 나탈리 포트먼에게 돌아갔다.

클라이브 오언은 <클로저>의 연극 무대에도 섰었는데, 연극에선 주드 로가 연기했던 댄을 맡았었다고 한다.

줄리아 로버츠는 극 중 사진작가인 안나 역을 소화하기 위해 사진작가인 남편에게 조언을 구하는 등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참고로 최초 개봉 당시 오리지널 예고편에는 영화의 삭제 신들이 포함되어 있느니 한 번쯤 챙겨볼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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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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