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또 터졌다. 스피드를 활용한 드리블 돌파에 이어 멋진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갈랐다. 리그 4경기 연속골이자 5골이다. 지난해 9월 못지않은 맹활약이고, 다시 한 번 이달의 선수상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토트넘 홋스퍼가 15일 오후 8시 30분(한국 시각) 영국 런던에 위치한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열린 2016·20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3라운드 본머스와 경기에서 4-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홈 12연승과 함께 승점 71점을 기록하며, '선두' 첼시와의 격차를 승점 4점으로 좁히는 데 성공했다.
토트넘의 압도적인 경기였다.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날카로운 킥과 손흥민의 날렵한 움직임, 돌아온 '주포' 해리 케인의 존재감까지, 본머스는 토트넘의 상대가 되지 못 했다.
토트넘은 전반 15분 만에 선취골을 뽑아냈다. 코너킥 상황에서 에릭센이 올려준 예리한 킥이 무사 뎀벨레에 향했고, 이것이 강력한 슈팅으로 이어지며 본머스의 골망이 출렁였다. 기세를 올린 토트넘은 3분 뒤, 추가골을 터뜨렸다. 추가 득점의 주인공은 손흥민이었다.
케인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스피드를 활용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따돌렸고, 정확한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갈랐다. 각도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손흥민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리그 4경기 연속골이자, 시즌 19호골을 기록하며, 한 시즌 20골이라는 대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게 됐다.
손흥민의 활약은 계속 이어졌다. 그는 전반 41분 에릭센의 낮고 빠른 크로스를 달려 들어오며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고,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상대 수비진을 끊임없이 흔들었다. 손흥민의 활약을 앞세워 경기를 압도하던 토트넘은 후반 2분 추가골을 터뜨렸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잡아낸 케인이 수비수를 따돌린 뒤 강력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추가 시간에는 교체 투입된 빈센트 얀센이 이날 경기 팀의 4번째 득점을 뽑아냈다. 손흥민의 과감한 돌파가 만들어낸 코너킥 상황에서 벤 데이비스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얀센이 슈팅으로 연결하며 상대 골망을 갈랐다.
시즌 19호골 손흥민, 진짜가 나타났다이날 손흥민의 움직임은 최근 그의 몸 상태가 얼마나 좋은지를 정확하게 보여줬다. 손흥민은 경기 초반 3~4명의 선수가 그를 막기 위해 달라붙어서인지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스스로 해법을 찾아냈다. 순간적인 공간 침투로 슈팅 기회를 만들어냈고, 패스를 활용해 상대의 압박을 이겨냈다.
손흥민은 케인의 부상 복귀로 인해 스트라이커에서 측면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본래 포지션으로 돌아온 그는 오히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케인과의 호흡도 나쁘지 않았고, 델레 알리, 데이비스와 측면에서 주고받는 삼각 패스도 눈에 띄었다. 이른 시간 득점포를 가동했음에도 만족하지 않는 '골잡이'의 모습도 여전했다.
이날 손흥민은 90분 풀타임을 뛰었고, 1골을 기록했다. 슈팅은 5차례를 시도했고, 3번의 유효 슈팅을 만들어냈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2차례의 드리블 돌파 성공과 4차례의 키패스 성공으로 자신의 욕심만을 차리지도 않았다. 상대 수비를 흔들며 동료들에게 공간을 마련해줬고, 날카로운 패스로 슈팅 기회를 만들어냈다.
토트넘의 위협적인 공격 기회는 대부분 손흥민의 발을 거쳤고, 승부 역시 그의 발끝에서 갈렸다. 그만큼 이날 손흥민의 모습은 완벽에 가까웠다. 시즌 19호골을 기록하며, 1985-1986 차범근이 기록한 유럽 한 시즌 최다 득점 기록과 동률까지 이뤄냈다. 물론 시즌 득점에서는 차범근이 앞서지만, 유럽 한 시즌 20골이란 대기록을 눈앞에 둔 손흥민의 활약이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이적 첫 시즌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느끼며 이적설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그는 유로 2016 프랑스 국가대표로 맹활약한 무사 시소코와 네덜란드 리그 득점왕 출신 빈센트 얀센을 벤치로 보냈다. 에릭 라멜라의 부상 공백이 떠오르지 않도록 맹활약을 선보였고, 동료들의 신뢰도 더욱 강해졌다.
손흥민은 득점뿐 아니라 움직임에서도 큰 발전을 이뤄냈다. 과거 손흥민은 볼을 잡지 않은 상황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케인과 움직임이 겹치는 모습이 잦았고, 예리하지 못한 몸놀림 때문에 동료들에 패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패스 타이밍에 맞춰 상대 수비 뒷공간을 무너뜨리는 움직임이 날카로워졌고, 동료들과의 호흡도 완벽에 가까워졌다. 그의 최대 장점으로 손꼽히는 슈팅력은 리그 최고 수준으로도 손색이 없으며, 드리블과 패스 능력 역시 점점 좋아지고 있다.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수준으로 다가서고 있다.
그럼에도 만족은 이르다. 토트넘의 시즌은 끝나지 않았고, 우승의 가능성도 남아있다. 리그보다 우승 가능성이 큰 FA컵 4강전도 남아있다. 그만큼 '주연' 손흥민이 나서야 할 무대는 아직 많다. 이제는 시즌 20골, 리그 15골 이상이라는 더 높은 목표를 바라봐야 한다. '월드 클래스'로 향하는 손흥민, 남은 시즌 그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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