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리기 전까지, 어느 팀이 승리할지 알 수 없었다. 그만큼 치열했고, 역대 어느 경기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명승부였다. 하지만 서울 삼성은 충분히 승리할 수 있었던 경기를 놓치면서 큰 아쉬움을 남겼다.  

삼성이 15일 오후 2시 30분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 고양 오리온과 경기에서 72-73으로 패했다. 삼성은 4쿼터 김준일과 라틀리프를 앞세워 승기를 잡아나가는 듯했지만, 투지를 앞세운 오리온의 막판 집중력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패배의 아픔을 맛봤다.

삼성의 외곽 중심 농구의 한계

지난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삼성은 3점슛으로 재미를 봤다. 삼성은 오리온의 5배에 가까운 18개의 턴오버를 범했음에도 3점슛 23개를 시도해 11개를 성공하며 승리를 따냈다. 그러나 삼성은 외곽슛이 강점인 팀이 아니다.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마이클 크레익, 김준일, 문태영이 버틴 골밑이 삼성의 진짜 강점이다.

지난 2차전 승리 때문인지 3차전에서의 삼성은 자신들의 강점을 잊어버린 듯 보였다. 이날 삼성은 3점슛을 27개나 시도해 8개만을 성공했다. 반면 오리온은 14개를 던져 7개를 성공했다. 삼성이 오리온보다 3점슛 1개를 더 성공했지만, 19개의 실패가 명승부와 4강 플레이오프 첫 패배란 결과를 만들어냈다.

삼성은 1쿼터부터 외곽 중심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김태술을 시작으로 문태영과 임동섭이 3점슛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후 문태영과 크레익이 3점슛을 터뜨리기는 했지만, 2쿼터까지 삼성의 3점슛 시도는 16개였고, 성공한 것은 4개뿐이었다. 슛 컨디션이 좋지 않음에도 라틀리프를 활용한 골밑이 아닌 외각을 고집하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삼성은 여전히 3점슛 시도가 많았다. 문태영의 깔끔한 3점슛으로 3쿼터를 시작하기는 했지만, '슈터' 임동섭의 3점슛은 계속 링을 외면했다. 4쿼터 주희정과 김준일의 3점슛 성공으로 점수 차를 벌리기도 했지만, 승부의 향방을 결정했던 경기 막판에는 외곽슛이 침묵을 지키며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가장 아쉬웠던 선수는 임동섭이었다. 임동섭은 풀타임에 가까운 39분 8초를 뛰며 3점슛 9개를 시도했지만, 성공한 것은 단 1개뿐이었다. 2점슛도 3개를 시도해 모두 실패했고, 득점은 3점에 그쳤다. 경기 종료 직전 삼성의 마지막 공격 상황에서도 점프슛이 아닌 라틀리프나 김준일을 이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물론 '슈터'는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성공률에 신경 쓰지 않고, 과감하게 던질 수 있어야 진짜 '슈터'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골밑 돌파 비중을 늘리고, 동료들을 활용할 수도 있어야 최고의 슈터로 올라설 수 있다. 

삼성의 농구가 답이다

이날 삼성은 골밑의 우위를 가져갈 수 있음에도 외곽만을 고집했다. 심지어 외곽슛 성공률이 최악이었음에도 말이다. 여기에 골밑으로 투입하는 패스도 좋지 않았다. 2명 이상이 골밑의 라틀리프를 수비하고 있음에도 뻔한 패스로 실책을 만들어냈다. 골밑 돌파나 한 박자 빠른 패스가 필요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골밑에서 확실한 우위를 가져갈 수 있음에도 외곽을 고집하게 되면, 승리할 확률은 떨어지게 된다. 물론 외곽슛 성공률이 좋은 날에는 골밑보다 외곽 공격의 비중을 높일 수는 있다. 그러나 외곽슛 성공률이 높지 않은 날에도 무리한 공격을 고집한다면, 승리를 챙기기란 매우 어렵다. 

삼성의 농구는 골밑이 중심이어야 한다. 라틀리프는 물론이고, 크레익과 김준일의 골밑 활약이 많아져야 삼성의 승리 확률은 높아진다. 특히 라틀리프는 상대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사실상 일대일로는 막기 어렵기 때문에 상대는 더블팀 수비를 가져갈 수밖에 없다. 이럴 때 터지는 삼성의 외곽슛이야말로 팀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삼성은 골밑의 우위 덕분에 6강 플레이오프 탈락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전자랜드 김지완과 박찬희 등 상대 가드진에 휘둘려 위기를 맞았지만, 골밑 중심의 삼성 농구를 되찾으면서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었다. 4강 플레이오프 역시 2승 1패를 기록하며,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날 패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챔피언 결정전으로 향할 확률이 높은 팀은 삼성이다.

삼성은 자신들의 강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골밑의 우위를 바탕으로 외곽슛이 힘을 더할 때, 삼성의 농구는 완벽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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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VS 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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