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2년 동안 재활에 매달리다 선발 로테이션에 복귀한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시즌 두 번째 등판에서도 그토록 원하던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14일(한국시각)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의 리글리 필드에서 열렸던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류현진은 또 팀 타선의 빈타 속에 고군분투하다 패전을 떠안았다.

분명 크게 무너진 경기는 아니었으며 타자 3명으로 깔끔하게 끝낸 이닝도 있었다. 앞으로 시즌을 치르면서 점차 나아질 요소들이 분명 있었기에 이 날 경기에서도 보여준, 앞으로 류현진과 다저스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너무 뚜렷하게 드러났다.

실투 하나에 치명적 실점, 뼈아팠던 피홈런과 사구

이날 경기에서 있었던 실점 과정 3번은 모두 실투에 의한 것이었다. 잘 던지고 있다가 결정적인 실투로 인하여 아쉬운 이닝이 되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들이 이날 1회부터 드러났던 점이 아쉬웠다.

1회말 첫 타자 카일 슈와버와의 승부부터 그랬다. 풀 카운트 접전 끝에 슈와버를 볼넷으로 보냈는데,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가는 공에 대하여 썩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어깨 수술로 인하여 사실상 2년을 쉬었기 때문에, 건강했을 때의 제구력에 비하면 제구가 살짝 아쉬울 수도 있는 대목이고 류현진 본인도 스트라이크 존에 다시 적응하는 데 시간이 다소 필요한 상황이다.

다행히 다저스의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의 도루 저지로 인하여 슈와버의 득점은 막았다. 류현진도 다음 타자였던 지난 시즌 MVP 크리스 브라이언트를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경기 초반에 제구를 잡는 듯했다.

그러나 다음 타자인 앤서니 리조를 상대할 때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로 몰린 실투 하나에 바로 대형 홈런이 나와 버렸다. 4회말 선두 타자였던 에디슨 러셀을 상대할 때도 실투 하나가 장외 홈런이 되어 버리며 아쉬움을 남겼다. 홈런이 나왔던 1회와 4회 모두 실투만 아니었다면 충분히 실점 없이 넘길 수 있는 이닝이었다.

5회말 무사 1루 상황에서 나왔던 몸 맞는 공도 아쉬웠다. 컵스의 선발투수 브렛 앤더슨의 대타로 나왔던 존 제이를 상대로 몸쪽에 바짝 붙인 공이 그만 제이의 어깨에 맞고 말았다. 이후 슈와버와 리조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결국 이닝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넘을 것 같으면서도 넘지 못하는 5이닝, 구속 유지가 관건

사실 이날 류현진의 평균 구속은 지난 등판에 비해 조금 느렸다. 물론 쿠어스 필드가 자리하고 있는 콜로라도 주 덴버의 해발 고도가 1600m가 넘고, 공기 저항이 적어서 속구 구속이 다소 빠를 수도 있었다.

다만 경기 초반에는 류현진의 투구에 큰 영향이 없었다. 류현진은 몇 개의 실투가 아니었다면 컵스의 타자들을 상대로 스트라이크 존 구석에 과감하게 공을 꽂는 모습도 보였다. 건강했을 때 제구력이 좋았던 편이기에 이날 경기에서도 깔끔했던 이닝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경기도 그랬듯이 이날도 5회에 들어와서 체력이 조금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5회의 처음 세 타자를 상대로 연속 출루를 허용하는 과정 역시 체력 저하로 인하여 구속도 저하된 것이다.

사실 류현진은 시범경기에서 그렇게 많은 공을 던진 상태는 아니었다. 4번의 등판에서 이닝을 조금씩 늘리기는 했지만 다른 선발투수들에 비해 등판을 늦게 시작한 것도 어깨에 갑작스런 과부하가 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 때문에 류현진은 등판을 거듭하면서 투구수를 점차 늘려가는 과정을 정규 시즌에 와서도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직 투구수가 60개를 넘기는 시점에서 상대 타자들의 출루를 허용하는 빈도가 높고, 선발승 요건을 갖출 수 있는 마지막 이닝인 5회의 위기를 넘기기에 다소 버거운 모습이다.

다만 이 점에 대해서는 아직 좀 더 두고봐야 한다. 류현진의 올해 정규 시즌 첫 등판은 쿠어스 필드 원정 경기였으며, 심지어 로스앤젤레스에서 덴버로 이동하는 동안 이동일도 없었다. 그리고 다시 시카고로 이동하는 등 다저스는 개막 일정 치고 다소 버거운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당분간 류현진의 다음 등판 일정이 주로 캘리포니아 주에서 이뤄진다는 점이 체력적인 면에서 다소 여유를 줄 지는 지켜봐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 보여준 극복, 그래서 기대하게 되는 다음 등판

하지만 류현진은 몇 차례의 위기 극복을 통하여 분명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2회말 1사에서 볼넷과 안타로 1사 1, 3루 위기를 맞이했던 류현진은 다음 타자인 하비에르 바에스와 앤더슨을 연속으로 잡아내며 실점 없이 위기를 마쳤다. 물론 수비수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2회말 볼넷 하나를 제외하면 타자들을 상대하면서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갔다.

가장 안정적인 이닝은 3회였다. 류현진은 컵스의 상위 타선인 슈와버와 브라이언트 그리고 리조 3명을 깔끔하게 범타 처리(삼진 1개 포함)하면서 단 12개의 공으로 이닝을 끝냈다. 슈와버를 상대할 때 투구수가 많았지만, 그를 삼진으로 잡은 뒤 브라이언트와 리조를 상대로 적은 투구수에 이닝을 마무리하면서 경기 감각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5회초 타석에서 앤더슨을 상대로 볼넷을 얻어낸 모습에서도 류현진이 집중력을 잃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류현진의 볼넷을 시작으로 다저스 타선은 2사 만루 찬스를 맞이하는 등 어느 정도 반격의 흐름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다만 왼손 선발투수를 상대할 때 다저스 타선의 문제가 도무지 답이 안 나왔고, 결국 추격에 실패한 것이 류현진에게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19일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깨 부상에서 복귀한 후 처음으로 홈 경기에 등판하는 류현진이다. 일단 경기가 끝난 뒤 류현진의 어깨에 이상이 없다면 19일 경기에 예정대로 등판하게 된다.

류현진이 마지막으로 승리투수가 되었던 경기는 2014년 9월 1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거둔 경기가 마지막이었다. 마지막 승리투수가 된 지 956일이 지난 상황에서 류현진은 느리지만 분명 또 다른 승리를 향해 공을 던지고 있다. 류현진이 비록 느린 과정이지만 건강한 모습으로 다음 경기에서 승리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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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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