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들꽃영화상 수상자들

4회 들꽃영화상 수상자들 ⓒ 들꽃영화상


"블랙리스트에 오른 영화인들이 계속해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자리가 되길 원한다."

12일 저녁 남산 문학의집에서 열린 4회 들꽃영화상 시상식은 어느 해 보다 많은 영화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치러졌다. '대한민국의 저예산독립 영화를 재조명하고, 독특하고 창조적인 작품들을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영화상'이라는 취지에 맞게 지난해 주목받은 독립영화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오동진 운영위원장의 말대로 그들은 대부분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영화인들이었고, 들꽃영화상은 그들을 격려하고 창작활동을 응원하는 마음이 보여줬다. 오 위원장은 "대선후보들에게 관심을 요청했으나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며 독립영화에 대한 각 대선캠프의 자세에 아쉬움을 나타냈으나 "그렇다고 홍준표 후보가 오기를 바라지는 않았다"는 말로 웃음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들꽃영화상은 2014년 시작해 이제 4회를 맞고 있지만 규모가 큰 영화상에 비교해 떨어지지 않을 만큼 알차고 실속 있었다. 수상자들 또한 영광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국내 영화상들이 크게 주목하지 않는 저예산 영화와 다큐멘터리 등 독립영화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수상작들 면면도 흥행과는 거리가 먼 작품들이 많았다. 이런 상이 아니면 재조명 받기 어려웠던 작품들이 가치를 부여받는 순간이었기에 시상식장 안에서는 수상자가 발표될 때마다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대상을 받은 <우리들>과 여우주연상을 받은 <스틸 플라워> 정하담 배우 정도를 제외하면 지난해 국내 영화상에서 눈길조차 받지 못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극영화 감독상을 받은 <우리 손자 베스트> 김수현 감독이나 극영화 신인 감독상을 수상한 <철원기행> 김대환 감독 등은 부산영화제와 전주영화제에서 주목받았으나 국내 영화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이번에 들꽃영화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1999 면회> <족구왕> <범죄의 여왕> 등 개성 있는 독립영화를 제작해 주목받은 광화문시네마에 특별상을 준 것은 들꽃영화상의 지향점을 분명히 해 주는 지점이었다.
 
재조명되고 가치 인정받은 독립영화들 

 4회 들꽃영화상 여우주연상 <스틸 플라워> 정하담 배우

4회 들꽃영화상 여우주연상 <스틸 플라워> 정하담 배우 ⓒ 성하훈


수상 소감도 특별했다. 다큐멘터리 감독상을 받은 <그림자들의 섬> 김정근 감독은 "블랙리스트에 올라 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배급사 '시네마달'을 응원하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스틸 플라워>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정하담 배우는 눈물 어린 표정으로 자신을 배우로 이끌어 준 박석영 감독을 찾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커튼콜>에서 열연을 펼쳐 공로상을 받은 전무송 배우는 "노구라 할지라도 영화를 만드는 젊은 영화인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면서 연기의 열정을 드러냈다. 전무송은 <커튼콜> 류훈 감독의 차기작에도 함께하기로 약속해 훈훈함을 더했다.

대상을 받은 <우리들>의 윤가은 감독은  "제가 지금까지 받은 상 중 가장 예쁜 상"이라며 기쁨을 나타냈다. 윤 감독은 지난해 주요 영화상의 신인감독상을 싹쓸이 했는데, 들꽃영화상 대상 작품으로 선정되며 수상 릴레이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어렵게 후원자들을 구해 화려하지 않게 소박한 모습으로 치러진 시상식이었지만, 시상을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권해효, 이정현 배우 등은 영화상의 가치를 빛내줬다. 외형만 클 뿐 내실도 부족해 상의 가치가 떨어진, 그래서 배우들도 외면하는 어느 영화상과는 비교됐다. 특히 블랙리스트에 오른 영화인들의 가치가 더욱 돋보였다는 점에서 4회 들꽃영화상은 그 자체로 의의를 갖기에 충분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매해 달시 파켓 집행위원장과 오동진 운영위원장의 개인기와 영화인들의 재능기부로 치러지고 있는 부분이었다. 안정된 구조가 갖춰지지 않다보니 올해도 여러 영화계 관계자들이 독립영화를 위해 자신의 능력을 쏟아 부어야 했다. 이런 행사에 관심을 둬야할 영화진흥위원회 부재는 허울뿐인 독립영화 정책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4회 들꽃영화상 대상 수상작인 <우리들> 윤가은 감독(가운데)

4회 들꽃영화상 대상 수상작인 <우리들> 윤가은 감독(가운데) ⓒ 성하훈


제4회 들꽃영화상 수상자 및 수상작
-대상 / <우리들> (윤가은 감독)
-극영화 감독상 / <우리 손자 베스트> 김수현 감독
-다큐멘터리 감독상 / <그림자들의 섬> 김정근 감독
-여우주연상/ <스틸 플라워> 정하담 배우
-남우주연상 / <양치기들> 박종환 배우
-다큐멘터리 신인감독상 / <위켄즈> 이동하 감독
-극영화 신인감독상 / <철원기행> 김대환 감독
-시나리오상 / <양치기들> 김진황 감독
-촬영상 / <혼자> 김병정
-조연상 / <설행_눈길을 걷다> 최무성 배우
-신인배우상 / <연애담> 이상희 배우
-공로상 / <커튼콜> 전무송 배우
-특별상 / 광화문시네마


들꽃영화상 독립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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