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인식되었던 스포츠 구단의 로고가 인종 차별 논란에 휩싸이면서 교체 수순에 들어가고 있다. 인디언 이미지로 강하게 남아있고,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가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던 메이저리그 구단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이야기다.
인디언스가 지금의 팀 이름을 쓰기 시작한 시점은 1915년이다.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를 연고지로 하여 창단한 시점은 1894년이었지만, 당시에는 그랜드 래피즈 러슬러스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이후 여러 차례 팀 이름을 바꾼 결과 1915년부터 인디언스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만화 같은 추장 로고, 인디언에 대한 편견 부추겨논란이 된 로고는 1947년부터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와후 추장(Chief Wahoo)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마스코트를 쓰기 시작한 시점으로, 이후 로고를 조금씩 바꿔가다가 1951년부터 우리가 흔히 기억하고 있는 만화 같은 로고를 사용하고 있다.
와후 추장 로고는 빨간 얼굴을 하고 있으며 머리에 깃털을 꽂고 이가 다 보이도록 활짝 웃은 이미지로 친근감 넘치는 모습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인디언이라 불리는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에 대한 편견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구단의 로고를 빨간색으로 사용하면서 인디언들의 피부가 빨갛다는 편견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원주민들을 경멸하는 차별적 로고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인디언스는 점차 와후 추장 로고 사용을 줄여오고 있었다. 물론 이러한 배경에는 팀의 성적 문제도 포함되어 있었다.
미식축구 팀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경우도 팀 이름 때문에 이러한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이 때문에 레드스킨스도 팀 이름과 관련된 상표 등록을 취소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팀 이름이 언제 바뀔지가 관심사인 상태다.
와후 추장의 저주, 현 로고 사용 이후 월드 챔피언 트로피 없어인디언스가 마지막으로 월드 챔피언에 오른 해는 1948년이었다. 현재의 만화 같은 추장 로고로 바꾼 이후 월드 챔피언에 오른 적이 한 번도 없으며, 통산 월드 챔피언 경험도 2번(1920, 1948) 밖에 없다.
물론 로고를 사용한 이후 1954년 한 차례 월드 시리즈에 진출한 적은 있었으나 당시 인디언스는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후 인디언스는 기나긴 암흑기에 들어갔고 1995년 다시 월드 시리즈에 진출하기까지 무려 41년이 걸렸다.
1995년 월드 시리즈에 진출했던 인디언스는 당시 최전성기를 달리고 있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게 패했다. 당시 브레이브스는 그레그 매덕스, 톰 글래빈, 존 스몰츠 등 명예의 전당 입성 선수로만 원 투 쓰리 펀치를 구성할 정도로 위력적인 팀으로 당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의 절대 강자였다.
인디언스는 1995년부터 2001년까지 6번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이 저주를 깨뜨리려는 기미를 보이기는 했다. 그러나 당시 중부지구가 생긴 초창기였고 인디언스를 제외한 다른 팀들의 전력이 인디언스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1997년 월드 시리즈에서는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의 신생 팀 그것도 와일드 카드로 올라왔던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 말린스)에게 무릎을 꿇었다.
2007년 인디언스는 사이 영 상 수상자였던 CC 사바시아와 로베르토 에르난데스(당시 가명 파우스토 카르모나) 원 투 펀치를 앞세워 뉴욕 양키스를 꺾고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올랐다. 인디언스는 조시 베켓과 커트 실링, 마쓰자카 다이스케 등 강력한 원 투 쓰리 펀치를 이루고 있었던 보스턴 레드삭스를 상대로 2차전부터 4차전까지 3연승을 거뒀다.
그러나 인디언스는 1차전 승리투수였던 베켓을 5차전에서 넘지 못했고 6차전에서 실링, 7차전에서 마쓰자카에게 연속으로 당하며 3연패를 당하고 탈락했다. 당시 인디언스 소속이었던 추신수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아서 시즌을 접었고, 클리프 리(은퇴)는 부진으로 마이너리그에 있었을 때였다.
108년 저주 깨뜨린 컵스, 아직까지 안 깨진 와후 추장의 저주이후 인디언스는 또 다시 기나긴 리빌딩에 들어갔으나 당시 두 차례의 20홈런-20도루를 달성한 추신수를 빼고는 도통 답이 나오질 않았다. 추신수가 떠난 이후 2014년에 코리 클루버가 사이 영 상을 받을 때까지 인디언스는 또 다시 기나긴 암흑기에 빠져야 했다.
2016년 인디언스는 오랜만에 중부지구 우승을 차지했고, 디비전 시리즈에서 보스턴 레드삭스를 꺾었으며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꺾으며 무려 19년 만에 월드 시리즈에 올랐다. 주축 선발투수 2명이 시즌 아웃되어 나올 수 없었고, 트레버 바우어가 드론을 고치다 손가락을 다치며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음에도 이뤄낸 성과였다.
월드 시리즈에서 만난 상대는 무려 108년 만에 월드 챔피언에 도전하는 시카고 컵스였다. 각 리그에서 가장 오랫동안 월드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한 역사를 갖고 있어서 인디언스와 컵스 모두 한 맺힌 저주를 풀고자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인디언스는 4차전까지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인디언스는 2007년처럼 나머지 3경기를 내리 패했다. 특히 7차전에서는 컵스의 마무리투수였던 아롤디스 채프먼(현 뉴욕 양키스)을 상대로 극적인 동점을 만들어 연장 승부까지 끌고 갔으나 10회초에 통한의 결승타를 맞고 무릎을 꿇어야 했다.
조금씩 바꿔가고 있는 로고, 과연 추장 로고는 사라질까무려 108년 동안 이어졌던 염소의 저주(시카고 컵스)는 이렇게 작년에 깨졌다. 이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길게 이어져오고 있는 저주는 인디언스가 겪고 있는 와후 추장의 저주다. 이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인디언스는 점차 와후 추장 로고를 줄여가고 있다.
일단 2010년 중반부터 홈 경기 유니폼이 새롭게 바뀌었다. 와후 추장 로고가 박힌 유니폼 대신 레트로 스타일의 유니폼으로 바꿨으며, 2011년에는 원정 유니폼도 바꿨다. 이전까지 모자에 달렸던 와후 추장 로고도 클리블랜드를 의미하는 "C"로 바꿨다.
그러나 아직까지 와후 추장 로고는 각종 구단 상품에서 인디언스를 상징하는 여러 가지 부분에 쓰이고 있다. 이에 인디언스는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협의하여 로고를 완전히 교체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13일(한국시각)까지 진행된 상황을 보면,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와 인디언스의 폴 돌런 구단주가 지난 가을부터 꾸준히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로고 사용 문제가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니만큼 시즌 내내 꾸준히 논의하여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로고 교체 작업이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종 차별 문제도 중요하지만, 팀의 이미지가 걸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와후 추장 로고가 곧 인디언스 팀이라는 인식이 팬들에게 강하게 박혀 있기 때문에 로고를 교체할 경우 인디언스라는 팀 컬러가 무색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구단들 중 가장 최근에 로고를 바꾼 팀은 2012년 연고지를 옮겼던 마이애미 말린스였으며, 로고와 함께 팀 이름까지 바꿨던 가장 최근 팀은 탬파베이 레이스였다. 당시 데빌레이스라는 이름을 사용했던 레이스는 팀 이름을 바꿈과 함께 만년 꼴찌 팀에서 탈바꿈해 2008년 월드 시리즈 진출까지 이뤄냈다.
인디언스가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팀의 컬러를 지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가 올 시즌 관심사 중 하나로 떠오르게 됐다. 이미지 개선을 위해 팀 이름까지 바꿀 경우의 수도 있는 가운데 인디언스가 과연 어떠한 이미지의 구단 로고를 만들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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