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불펜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파이널 보스' 오승환이 올해 정규 시즌에 등판한 경기마다 실점하고 있는 것도 심상치 않은 와중에 카디널스 불펜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지난 12일(한국시각)까지 카디널스는 시즌 2승 6패로 최근 몇 년 동안의 출발이 가장 좋지않다. 2011년에도 카디널스는 처음 8경기에서 2승 6패를 하고도 와일드 카드를 획득해 월드 챔피언에 오른 적이 있지만, 그 때에 비해 이번 출발은 영 좋지가 않다.

그 때의 패배와 비교하면 올 시즌 카디널스의 출발은 대량 실점으로 인한 패배가 많다. 당장 개막전만 봐도 8회부터 던졌던 오승환이 3점 홈런을 맞았고, 특히 최근 3경기만 보면 8실점, 14실점, 8실점으로 그 임팩트가 더 컸다.

제대로 된 세이브 기회도 없었던 카디널스 경기들

위기는 개막전부터 시작됐다. 개막전에서 마이크 매시니 감독은 8회초 박빙의 상황에서 오승환을 너무 일찍 올렸다. 구원투수가 한 경기에서 30구를 넘기는 일은 롱 릴리프를 제외하고는 흔하지 않은 사례였지만 너무 일찍 올라온 오승환의 투구수는 30구를 넘겼다.

결국 오승환은 스리런 홈런을 맞고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9회말 카디널스가 끝내기 안타를 만들어내며 구원승을 챙기기는 했지만, 카디널스 불펜은 이 날부터 심상치 않았다. 오승환이 나오기 이전 다른 투수가 나왔어야 할 8회에 오승환이 나왔다는 점은 카디널스 불펜이 정상적인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였다.

카디널스는 개막전 이후 세이브 상황이 한 번 밖에 오질 않았다. 4월 7일 시카고 컵스와의 3번째 경기에서 카디널스는 6회가 끝날 때까지 4-2로 앞서고 있었다. 이 때 7회초 등판한 브렛 세실은 세이브 상황을 적용 받고 등판하게 됐다.

구원투수들은 3점 차 이내의 상황에서 등판하게 되면 세이브 상황이 적용된다. 이 때문에 오승환이 아닌 세실도 2점 차 승부라서 세이브 상황을 적용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카디널스는 이 날 7회에만 4실점하며 역전패를 당했다. 이후 세이브 상황이 한 번도 나오지 않으면서 카디널스는 여태까지 팀 세이브가 하나도 없다.

"불"을 끄기는 커녕 지피고 있는 "불"펜

카디널스가 이렇게 시즌 초반에 뒤처지는 이유 중 하나는 불펜의 상황이다. 카디널스 불펜의 핵심으로 활약하는 오승환과 케빈 시그리스트, 조나단 브록스턴, 세실 등이 모두 평균 자책점이 10을 넘어서는 극도의 부진으로 시즌을 출발했다.

평균 자책점이 가장 높은 선수는 시그리스트로 3경기 2.1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4볼넷 등으로 무려 19.29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브록스턴도 2.2이닝 4피안타(1피홈런) 4볼넷 평균 자책점 16.87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오승환과 마찬가지로 블론세이브가 하나 있는 세실의 평균 자책점은 15.00(3이닝 1피홈런 2볼넷 5실점)이다. 오승환은 세이브 상황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등판하고 있지만 매 경기 실점하는 등 3이닝 6피안타(2피홈런) 1볼넷 평균 자책점 12.27을 기록하고 있다.

카디널스 불펜에서 그나마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들로는 마이클 보우맨(3.2이닝 2피안타 무실점)과 트레버 로젠탈(1이닝 3탈삼진 무실점)뿐이다. 그러나 로젠탈의 경우는 광배근 부상으로 개막을 함께 맞이하지 못하고 이제야 팀에 합류한 상황으로 좀더 지켜봐야한다.

현재까지 카디널스 구원투수 평균 자책점은 8.14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들 중 꼴찌다. 29위 캔자스시티 로열스도 7.77로 무려 0.37이나 차이가 나며, 1위 뉴욕 양키스(1.13)와는 무려 7.01 차이다.

WBC 출전 자유로웠던 카디널스, 설마 오승환도 후유증?

카디널스 선수들 중 오승환을 비롯한 주요 선수들은 3월에 있었던 제 4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 참가했다. 오승환(대한민국)을 비롯하여 세실(미국), 카를로스 마르티네스(도미니카 공화국), 알베르토 로사리오(도미니카 공화국), 야디어 몰리나(푸에르토 리코) 등의 선수들이 각각 대표로 출전했다.

이들 중 세실의 경우는 미국 대표팀이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에 결승전까지 WBC의 모든 일정을 소화했다. 오승환의 경우는 대한민국이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경기 자체는 2경기 밖에 나가지 않았으나 그 2경기 모두 심리적 압박이 큰 상황에서 등판했다. 또 짧은 일정 때문에 미국 플로리다 주와 서울을 오가는 강행군을 해야 했다.

카디널스의 부진 요소 중 하나가 WBC 후유증이라고 충분히 짚어 볼 여지는 있다. 대한민국 대표팀에 선발, 구원, 포수, 야수 각 포지션에 선수들을 골고루 그리고 가장 많이 내보냈던 두산 베어스의 주요 선수들 역시 WBC 후유증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오승환은 WBC 실전에서는 호투하며 전체적인 부진에 빠졌던 대한민국 대표팀 중에서 군계일학의 활약을 보이기는 했다. 다만 WBC 대표팀에 합류하기 전 시범경기에서 1경기 부진했던 점, 소속 팀으로 복귀하고 나서 시범경기에 다시 등판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심상치 않은 요소임은 분명하다.

1982년생 오승환은 올해로 만 34세에 접어든다. 야구선수의 기량이 절정에서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오승환의 선수 기량이 절정이었던 삼성 라이온즈 시절 그는 철저하게 관리를 받았고, 멀티 이닝 등판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한신 타이거즈에 갔을 때 오승환은 멀티 이닝을 소화하는 경우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오승환은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멀티 이닝도 상관 없다고 말했지만 말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개막전부터 오승환을 지나치게 중용한 매시니 감독의 결정은 분명 실수였다. 이후 오승환이 매 경기 실점하면서 매시니 감독은 오승환이 구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고, 이후 오승환은 철저히 1이닝만 던지고 있다. 경기 당 투구수도 38구, 23구, 16구로 점차 조정되고 있다.

오승환이 아직까지 매 경기 실점하고 있지만 경기에 등판하면서 투구수가 최적화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카디널스가 시즌 초반 부진으로 인하여 세이브 상황이 쉽게 오지 않는 상황에서 오승환은 일단 큰 부담 없이 조금씩 구위를 회복해가고 있다. 오승환이 다시 원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시간을 갖고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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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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