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축구팬 입장에서는 만감이 교차하는 경기였을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축구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리오넬 메시는 유벤투스 수비수들에게 막혀 고개를 숙였지만 유벤투스의 보석이라 불리는 파울로 디발라는 별명 그대로 반짝반짝 빛났다. 그가 바로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에서 메시의 후계자라 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묘한 감정이 밀려들어왔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이 이끌고 있는 유벤투스(이탈리아)가 한국 시각으로 12일 오전 3시 45분 토리노에 있는 유벤투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6-2017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FC 바르셀로나(스페인)와의 홈 경기에서 파울로 디발라의 2득점 맹활약에 힘입어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파울로 디발라의 군더더기 없는 마무리

홈 팀 유벤투스의 압박 수비를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다시 우승 트로피를 노리는 FC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몹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만큼 경기 초반 기세를 유벤투스가 휘어잡았다는 뜻이다.

축구는 그렇게 압박만 잘하면 이기는 게 아니라는 점을 유벤투스 선수들이 바로 입증해주었다. 좋은 공격 장면을 만들어냈을 때 소중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모든 것이 헛것이라는 점을 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경기 시작 후 7분 만에 유벤투스의 보석 파울로 디발라가 귀중한 선취골을 터뜨리며 그들의 초반 압박 기선 제압이 유효했음을 웅변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후안 콰드라도가 밀어준 공을 잡은 디발라는 간결한 터닝 동작으로 멋진 왼발 슛을 성공시켰다. 그 앞에 바르셀로나의 수비수 헤라르드 피케가 각도를 잡고 있었지만 더 접근하지 못한 틈을 타 절묘한 왼발 감아차기를 절묘하게 꽂아넣은 것이다.

파울로 디발라의 왼발은 22분에 한 번 더 빛났다. 동료 공격수 만주키치가 왼쪽 구석에서 낮게 크로스한 공이 바르셀로나 풀백 세르지 로베르토의 발에 맞고 방향이 살짝 바뀐 것을 기다렸다는 듯 강력한 왼발 휘어차기를 제대로 꽂아넣었다. FC 바르셀로나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온 마스체라노가 디발라의 스피드를 잡아내지 못한 탓도 있지만 파울로 디발라의 군더더기 없는 왼발 슛은 한 마디로 일품이었다.

같은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는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동료 리오넬 메시가 봐도 충분히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엄청나게 휘어들어간 골이었다. 어쩌면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 세대 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장면처럼 보였다.

FC 바르셀로나, 16강 2차전처럼 한 번 더 가능할까?

아직 만 23살인 파울로 디발라의 결정력 높은 2득점 덕분에 앞서나간 유벤투스는 후반전에도 초반 기세를 휘어잡았다. FC 바르셀로나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풀백 마티외를 빼고 안드레 고메스를 들여보내며 보다 공격적으로 나왔지만 유벤투스가 55분에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추가골을 터뜨리며 3-0으로 달아났다.

유벤투스 수비형 미드필더 피야니치가 왼쪽에서 올린 코너킥을 수비수 조르조 키엘리니가 헤더로 정확하게 꽂아넣었다. FC 바르셀로나의 하비에르 마스체라노가 키엘리니를 따라붙었지만 몸싸움에서 그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었다. 이 세 차례의 득점 상황을 분석해봐도 FC 바르셀로나의 수비 조직력이 얼마나 허술한가를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위험 지역에서 상대 팀 요주의 인물을 제대로 밀어내거나 체크하지 못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유벤투스의 파울로 디발라가 빠른 선수이기는 하지만 전반전 2실점 상황에서 그를 근접 마크하는 수비수는 아무도 없었다.

이렇게 0-3으로 풀이 죽어 돌아선 FC 바르셀로나는 오는 20일 오전 3시 45분(한국 시각)에 장소를 홈 구장 캄프 누로 옮겨서 2차전 뒤집기를 노려야 한다. 지난 달 9일 파리 생 제르맹과의 16강 2차전 홈 경기에서 6-1로 기적의 대역전(1, 2차전 합산 6-5 승리) 드라마를 펼친 바 있기에 실망하기에는 이르지만 오늘 드러난 수비 조직력으로는 아무리 홈 경기라 해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FC 바르셀로나는 오는 24일 오전 3시 45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벌어지는 레알 마드리드 CF와의 엘 클라시코 맞수 대결을 앞두고 있기에 머릿속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스패니시 프리메라 리가 우승 경쟁 구도 아래 30경기 72점으로 1위를 내달리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를 31경기 69점의 FC 바르셀로나가 따라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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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결과(12일 오전 3시 45분, 유벤투스 스타디움-토리노)

★ 유벤투스 3-0 FC 바르셀로나 [득점 : 파울로 디발라(7분,도움-후안 콰드라도), 파울로 디발라(22분), 조르조 키엘리니(55분,도움-피야니치)]

◎ 유벤투스 선수들
FW : 곤살로 이과인
AMF : 마리오 만주키치, 파울로 디발라(81분↔토마스 링콘), 후안 콰드라도(73분↔마리오 레미나)
DMF : 사미 케디라, 미랄렘 피야니치(89분↔안드레아 바르잘리)
DF : 알렉스 산드로, 조르조 키엘리니, 레안드로 보누치
GK : 지안뤼지 부폰

◎ FC 바르셀로나 선수들
FW : 네이마르, 루이스 수아레스, 리오넬 메시
MF :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이반 라키티치
DF : 예레미 마티유(46분↔안드레 고메스), 사무엘 움티티, 헤라르드 피케, 세르지 로베르토
GK : 마르크-안드레 테어 슈테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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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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