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KBO리그에서 FA 자격을 취득했던 황재균은 롯데 자이언츠를 떠나 다른 리그의 자이언츠 일원이 됐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한 황재균의 계약은 메이저리그 계약이 아닌 마이너리그 계약이었다. 황재균의 주 포지션인 3루수에 자원이 넉넉했기 때문이다.

다만 황재균이 자이언츠와 계약할 수 있었던 배경은 3루수 이외의 다른 포지션에 대해서도 소화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황재균은 스프링 캠프에서 3루수뿐만 아니라 1루수로도 경기에 나섰으며, 좌익수로도 출전했다. 타율 0.333에 장타율 0.688을 기록하고도 초청선수 황재균이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들지 못한 배경에는 외야 수비에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팀의 판단이 있었다.

보다 다양한 경쟁력을 지닐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의 강점

물론 야구에서는 각 선수들이 집중적으로 소화했거나 가장 잘 하는 포지션을 맡게 된다. 우리나라의 유소년, 청소년 야구에서도 선발투수가 등판하지 않는 날이면 야수로 출전해 타격으로 힘을 보태는 경우도 많았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유틸리티 사례는 내셔널리그 투수들이었다. 선발투수들 중 간혹 타격 능력이 뛰어난 투수들이 등판 없는 날에 대타로 출전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일부 선수는 투수로서 경쟁력을 잃은 뒤 타자로 전향하기도 했다(베이브 루스와 이승엽도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함).

타격 능력에 일가견이 있던 유틸리티 투수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박찬호 역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절에 3안타 경기를 2번이나 만들며 대타 출전까지 했을 정도였다(통산 3홈런). 이번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 이스라엘 대표로 출전했던 제이슨 마퀴스(우투좌타) 역시 타격 능력이 뛰어나 대타로 자주 활용되었던 선수였다.

한때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팀 동료였던 잭 그레인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내셔널리그로 옮긴 후 다저스 시절 투수 실버 슬러거를 수상했던 이력도 있다. 자이언츠의 에이스 매디슨 범가너는 2014년 투수 역대 최초로 한 시즌 만루 홈런 2개를 날렸으며 올 시즌에는 역대 최초로 개막전 2홈런을 기록한 투수가 됐다.

역시 류현진과 잠시 인연을 맺었던 마이클 영(은퇴)도 내야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한 이력이 있다. 영은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팀의 사정에 의해 2루수, 3루수, 유격수, 1루수 등으로 이동하며 팀에 헌신했던 선수였다. 추신수(현 텍사스 레인저스) 역시 메이저리그 생존을 위해 본래 포지션인 우익수 이외에 중견수와 좌익수 수비도 모두 소화했다.

그러나 유틸리티는 내야와 외야를 가리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한때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팀 동료였던 션 로드리게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지난 시즌 투수와 포수를 제외한 나머지 포지션을 모두 뛰었다. 내외야 포지션을 모두 5경기 이상 출전한 유일한 선수로 단순한 구멍 메우기 출전이 아니었음을 입증한 로드리게스는 지난 겨울 FA 시장에서 2년 1100만 달러의 대우를 받았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중요해진 이유 중 하나는 25인 로스터에서 구원투수의 비중이 더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발투수가 타격 능력이 뛰어나면 대타 요원을 아낄 수 있고, 야수가 유틸리티라면 그만큼 백업 야수를 1명 절약하여 구원투수를 넣을 수 있다.

지난 시즌 월드 챔피언이었던 시카고 컵스 역시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많았다. 내셔널리그 MVP 크리스 브라이언트는 2루수를 제외한 내외야 6개의 포지션을 뛰었으며, 하비에르 바에스 역시 내야에서 3개의 포지션(2루수, 3루수, 유격수)을 뛰었다. 유망주 이안 햅 역시 내외야 다양한 포지션 활용을 목적으로 키우고 있다.

황재균의 외야 경쟁력이 필요한 이유, 3루수 경쟁률만 봐도 4 대 1

황재균이 시범경기에서 뛰어난 타격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트리플A 팀인 새크라멘토 리버캐츠로 가게 된 배경에는 3루수 자원이 너무 겹쳤다는 점이 컸다. 한 포지션에 많아야 플래툰 형식으로 2명을 활용하는 팀의 사정 상 입지가 가장 밀리는 초청선수 신분이었던 것이 안타까웠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봤으면 알겠지만, 자이언츠의 주전 3루수는 에두아르도 누네즈이다. 만일 그가 부상을 당할 경우나 휴식이 필요한 경우에 출전할 백업 3루수로는 코너 길라스피가 버티고 있다. 주전 포수 버스터 포지가 1루수로 출전하는 날도 있기 때문에 내야수 백업은 길라스피 이외의 애런 힐, 크리스 마레로 등 3명뿐이다.

주전 3루수 누네즈의 경우 2018년 시즌이 끝나야 첫 FA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길라스피 역시 2019년 시즌을 마쳐야 FA가 된다. 게다가 자이언츠는 애지중지하며 차기 주전 3루수로 키우고 있는 특급 유망주 크리스티안 아로요를 2018년에 데뷔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로요는 2013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5순위 지명을 받은 자이언츠 최고의 야수 유망주이다. 특급 유망주에게 메이저리그 기회를 주게 되면 기존에 있는 주전 선수들의 입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황재균이 3루수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기 더 어려워진다는 뜻이 된다.

물론 황재균에게 있어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3루수로서 메이저리그에 안착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이언츠는 황재균이 3루에 안착하기에 너무나 많은 경쟁 상대가 있는 팀이다. 반면 자이언츠는 백업 외야수가 고키스 에르난데스 1명뿐으로, 황재균이 외야 수비까지 완벽해지면 활용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투수를 1명 더 활용하기 위해 야수를 줄인 경우는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트윈스의 1루와 지명타자 자리에는 조 마우어와 로비 그로스만이 버티고 있으며, 마이너리그에 있는 케니스 바르가스와도 경쟁해야 한다.

물론 박병호도 1루수만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KBO리그에서 뛰던 시절 3루수로 출전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트윈스는 미겔 사노가 지난 시즌 외야 수비에서 낙제점을 받고 3루로 왔기 때문에 박병호가 3루에서 뛸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다.

황재균이 올 시즌을 끝나고 새로운 팀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다만 황재균이 보다 많은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게 된다면 그를 찾는 팀은 더욱 많아질 것이고, 황재균의 가치도 덩달아 상승할 것이다.

물론 자이언츠는 기존 야수들 중 부상 공백이 생긴다면 시범경기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던 황재균을 우선적으로 호출할 가능성이 높다. 황재균이 당장 올 시즌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위해 보다 완벽한 경쟁력을 갖춘 선수로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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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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