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분, 인천유나이티드 문선민이 오른발로 선취골을 터뜨리는 순간

22분, 인천유나이티드 문선민이 오른발로 선취골을 터뜨리는 순간 ⓒ 심재철


새내기 문선민이 단 2경기 만에 인천 유나이티드 FC를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로 자기 이름을 각인시켰다. 지난달 18일 전북 현대와의 홈 경기에서 깜짝 데뷔전을 치른 문선민은 누구보다 빨랐고 드리블, 위치 선정, 과감한 돌파와 슛 능력을 맘껏 자랑했다. 이기지는 못했지만 그 덕분에 7299명의 인천 홈팬들은 함께 어깨춤을 출 수 있었다.

이기형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1일 오후 3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7 K리그 클래식 4라운드 수원 블루윙즈와의 홈 경기에서 후반전 중반 이후 내리 2골을 터뜨리며 3-3 극적인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K리그 클래식 시즌 최다골(6골) 기록을 만든 것이다.

명가의 자존심을 세운 수원 블루윙즈, 그러나...

비교적 이른 시간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문선민에게 첫 골(22분)을 내준 수원 블루윙즈는 아무리 부상 선수들이 많다고 해도 축구 명가라는 수식어를 여전히 붙일 자격이 있는 팀이었다.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미드필더 김종우가 이종성의 재치있는 패스를 받아서 정확한 오른발 슛으로 동점골을 뽑아낸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이태희가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수원 블루윙즈가 만든 이 흐름은 후반전 초반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내리 두 골을 넣으면서 3-1로 멀찌감치 달아난 것이다.

52분에 조나탄이 넣은 페널티킥 역전골은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부노자의 손에 공이 맞는 바람에 운 좋게 얻어낸 것이었다고 해도 54분에 장현수가 터뜨린 오른발 추가골(인천 유나이티드 1-3 수원 블루윙즈)은 보기 드문 명품 골이었다.

수원 블루윙즈의 역습 과정에서 미드필더 이종성이 시원하게 넘겨준 로빙 패스를 장현수가 대각선으로 달려들며 오른발 발리 슛으로 때려넣었다. 그야말로 대지를 가르는 패스와 마무리 슛의 기술적 완성도가 만들어낸 완벽한 작품이었다. 덕분에 골문 바로 뒤 관중석을 가득 메운 수원 블루윙즈 서포터즈는 서로의 어깨를 걸고 소리지르며 춤을 출 수 있었다.

 후반전, 인천유나이티드 문선민의 과감한 오버헤드 슛 동작

후반전, 인천유나이티드 문선민의 과감한 오버헤드 슛 동작 ⓒ 심재철


그러나 수원 블루윙즈의 서정원 감독은 그 흐름에 쐐기를 박지 못했다. 70분에 조나탄 대신 염기훈을 들여보냈지만 박기동 혼자서 공격을 이끌기에는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명품 골을 터뜨리며 맹활약하던 장현수를 75분에 불러들이고 수비수 구자룡을 들여보내 겨우 1골 차 리드를 지키겠다고 선언한 것이 실수였다. 오히려 수원 블루윙즈가 재역전 패배를 당하지 않은 것이 다행스러울 정도였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서포터즈 '파랑검정'이 펼쳐들었던 "SEO TIME"이 기막히게 맞아떨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

문선민의 극장골과 이기형 감독 '신의 한 수'

3월 18일 강팀 전북과의 홈 경기에서 결정적인 페널티킥을 얻어내 많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며 데뷔전을 치른 인천 유나이티드 공격형 미드필더 문선민이 이번에는 당당히 선발 멤버에 이름을 올렸다.

2011년 일종의 스포츠 오디션 프로그램 'NIKE THE CHANCE'를 통해 이름을 널리 알린 문선민은 2012년부터 지난 해까지 스웨덴 프로축구 팀 외스터순드 FK, 유르고르덴 IF에서 귀중한 경험을 쌓고 돌아와 인천 유나이티드 FC를 깨우기 시작했다.

 22분, 인천유나이티드 문선민의 선취골을 절묘하게 어시스트하는 웨슬리(10번)

22분, 인천유나이티드 문선민의 선취골을 절묘하게 어시스트하는 웨슬리(10번) ⓒ 심재철


22분, 박세직-윤상호-웨슬리로 이어진 인천 유나이티드의 역습이 돋보였고 웨슬리의 절묘한 왼발 패스를 받은 문선민이 침착하게 방향을 바꾸는 선취골을 넣었다. 수원 블루윙즈의 베테랑골키퍼 신화용도 코앞에서 당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후반전 초반에 허무하게 2골을 내주며 1-3으로 점수판이 벌어져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풀이 죽었다. 68분에는 수비형 미드필더 김경민이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러 조나탄에게 쐐기골을 얻어맞을 위기까지 이어졌다. 골키퍼 이태희가 각도를 과감하게 줄이고 나와서 슈퍼 세이브를 펼치지 못했다면 그 이후 극적인 드라마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71분,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귀중한 만회골이 터졌다. 오른쪽 옆줄 밖에서 수비수 이윤표가 길게 던진 스로인 세트 피스 기회에서 후반전 교체 선수 달리의 머리에 맞고 넘어간 공을 송시우가 재치있게 이마로 방향을 바꿔 넣은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홈팬들은 그의 부모님을 향한 하트 세리머니를 오랜만에 지켜보며 한마음으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정말로 경기 종료 시간을 얼마 남겨놓지 않아서 "SEO TIME"이 거짓말처럼 입증됐다. 85분, 인천 유나이티드 후반전 교체 선수들이 기막힌 조직력을 뽐내며 오른쪽 측면을 시원하게 털었다. '수비수 부노자의 가로채기 패스-김도혁의 절묘한 로빙 패스-박용지의 놀라운 드리블 돌파 후 어시스트' 이 모든 과정이 수원 블루윙즈 장현수의 명품 발리 골 순간만큼 작품이었다.

 85분, 인천유나이티드 문선민이 감각적인 오른발 돌려차기로 3-3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고 있다.

85분, 인천유나이티드 문선민이 감각적인 오른발 돌려차기로 3-3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고 있다. ⓒ 심재철


특히, 후반전 교체 선수 김도혁와 박용지의 환상 호흡은 보는 이들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할 정도로 수준 높은 부분 전술이었다. 지난 시즌 인천 유나이티드를 극적으로 1부리그 K리그 클래식에 잔류시킨 이기형 감독의 신의 한 수가 또 한 번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문선민은 누구보다 빨리 공간으로 빠져들어와 오른발 돌려차기를 성공시켰다. 바로 앞에서 기다리던 또 다른 교체 선수 달리의 발에 맞고 살짝 방향이 바뀌었지만 문선민의 골로 공식 기록됐다.

수원 블루윙즈 서정원 감독이 1골을 지키기 위해 들여보낸 수비수 구자룡이 인천 유나이티드 교체 선수 달리의 바로 옆에 있었다. 이 순간 수원 블루윙즈 골키퍼 신화용은 팔을 번쩍 치켜들며 달리의 몸에 공이 맞았기 때문에 오프 사이드라고 주장했지만 달리보다 훨씬 앞쪽에 수원 블루윙즈 수비수 매튜가 걸어오고 있었다.

수원 블루윙즈의 교체 선수 염기훈은 종료 직전 좋은 위치에서 직접 프리킥을 왼발로 감아찼지만 인천 유나이티드의 수비벽을 넘기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2골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3-3으로 비긴 수원 블루윙즈 선수들을 향해 그들의 서포터즈는 심한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불편한 수식어 'SEO TIME'을 빨리 떼어내고 싶은 외침으로 들렸다.

이로써 두 팀은 나란히 3무 1패의 성적을 올렸지만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5득점 6실점(-1)의 기록으로 수원 블루윙즈(5득점 7실점 -2)보다 한 계단 위 순위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오는 9일 일요일 오후 3시 스틸야드로 들어가 선두권에 올라있는 포항 스틸러스(2승 1무 1패 8득점 5실점)를 상대하며, 수원 블루윙즈는 8일 오후 3시 상주 상무(2승 1무 1패 6득점 4실점)를 빅 버드로 불러들인다.

 85분, 인천유나이티드 박용지가 완벽한 패스로 문선민(27번)의 극적인 3-3 동점골을 어시스트하는 순간

85분, 인천유나이티드 박용지가 완벽한 패스로 문선민(27번)의 극적인 3-3 동점골을 어시스트하는 순간 ⓒ 심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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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7 K리그 클래식 4라운드 결과(1일 오후 3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3-3 수원 블루윙즈 [득점 : 문선민(22분,도움-웨슬리), 송시우(71분,도움-달리), 문선민(85분,도움-박용지) / 김종우(44분,도움-이종성), 조나탄(52분,PK), 장현수(54분,도움-이종성)]

◎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
FW : 웨슬리(59분↔달리)
AMF : 문선민, 윤상호(55분↔김도혁), 박세직, 송시우
DMF : 김경민(82분↔박용지)
DF : 김용환, 부노자, 이윤표, 박종진
GK : 이태희

◎ 수원 블루윙즈 선수들
FW : 조나탄(70분↔염기훈), 박기동
MF : 고승범, 김종우, 다미르, 이종성, 장현수(75분↔구자룡)
DF : 매튜, 곽광선, 조원희
GK : 신화용
축구 문선민 인천 유나이티드 수원 블루윙즈 K리그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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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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