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홍준표 경남지사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편집인협회 세미나에 초청되어 발언을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홍준표 경남지사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편집인협회 세미나에 초청되어 발언을 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춘향인 줄 알고 뽑았더니 향단이었다."

자유한국당 인사들과 '친박'들의 시계는 왜 자꾸 거꾸로 가는 걸까. 한쪽은 어이없는 발언들로, 또 한쪽은 국민감정을 거스르는 '피의자 박근혜'씨에 대한 호위로 빈축을 사고 있다. 그 한쪽은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중 한 명인 홍준표 지사다.

27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구속 영장 청구를 두고 "궁궐에서 쫓겨나 사저에서 눈물로 지새는 여인에게 사약을 내리는 격"이라고 평했던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에 이어 이번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또다시 숟가락을 얹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를 비판하면서다. "춘향이", "향단이" 운운한 그의 표현을 두고 '여성혐오' 발언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홍준표 경상남도지사는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세미나에 참석 "우파 대표를 뽑아서 대통령을 만들어놓으니까 허접한 여자하고 국정을 운영했다"며 "그래서 국민이 분노하는 것이고, 그래서 탄핵당해도 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향단이" 운운은 박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표현이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같은 기조의 의견을 적었다. 최순실씨를 가리켜 "허접한 여자"라고 적시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영장실질심사가 내일 있다고 합니다. 참담한 심정 가눌 길 없습니다. 친박 패권주의가 빚은 참사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몇 안 되는 양박들과 폐쇄적인 체제로 국정운영을 하다 보니 판단이 흐려지고 허접한 여자에 기댄 결과가 오늘의 참사를 가져 왔다고 봅니다. 박근혜 정부가 무너지고 무정부상태가 된 지금 우리 국민이 선택해야 할 다음 정부는 박근혜 정부와 똑같은 폐쇄적인 친노 패권주의 정부가 아닌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우파 신정부여야 합니다."

조원진 의원님, '박근혜 청원서' 77명 명단이 궁금합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조원진, 윤상현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제14차 박근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 대회'에 참석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정 각하를 요구하며 태극기를 흔들어보이고 있다.
▲ 탄핵반대 집회 참석한 자유한국당 의원들 자유한국당 김진태, 조원진, 윤상현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제14차 박근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 대회'에 참석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정 각하를 요구하며 태극기를 흔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홍 지사는 이렇게 최순실씨의 국정개입에 대해 "그래서 국민이 분노하는 것이고, 그래서 탄핵당해도 싸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홍 지사는 뜬금없는 '좌파' 때리기로 논리를 귀결시켰다. "친노 패권주의"와 "좌파 광풍"이란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환영하는 듯하면서 연일 '친노' 공격에 열을 올리고 있는 예의 그 기승전 '문재인 때리기'의 패턴을 그대로 답습한 셈이다. 

이렇게 자유한국당 유력 대선주자인 홍 지사와 김 의원이 "향단이"와 "궁궐" 운운하며 시계를 거꾸로 돌렸다면, 같은 당 조원진 의원은 좀 더 구체적인 '액션'에 나선 케이스다. 지난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조원진 의원은 국회의원 77명으로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청원서에 서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조 의원은 청원서에 서명한 의원의 숫자가 "현재 의원 중 연락 안 된 사람까지 포함하면 88명 정도 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한데, 조 의원은 서명한 의원들의 명단은 밝히지 않았다. 대표적인 '친박' 의원들이 참여한 것으로만 알려졌다. 조 의원은 이 청원서를 29일 중으로 서울중앙지법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청원은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직접 출석할 것으로 알려진 '피의자 박근혜' 살리기의 일환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의아하다. 당당하고 떳떳하다면 왜 실명을 거론하지 못하는 건가. 일각에서는 환영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친박' 의원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 주고 있으니 환영해 마지않는다는 일종의 '반어법'인 셈이다. 물론 이 77인의 명단이야말로 다음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해야 할 '박근혜와 공범들'이란 비판이 우세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더불어 조 의원은 청원 이유 중 하나로 "역대 대통령 중 최장시간인 무려 21시간 넘게 검찰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한 전직 여성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국가의 품격과 대내외적 파장,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생각할 너무 가혹한 처사"라고 말했다. '친박' 의원들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불리할 때만 등장하는 "여성 대통령"이란 표현이 재차 등장한 것이다.

자유한국당 유력 대선주자 중 한 명은 "춘향이", "향단이" 운운하고, 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여성 대통령에게 가혹하다"면서 법원에 제출할 청원서에 서명을 한다. '여성 혐오'나 '성차별적 시선'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꽤나 분열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어찌 됐건, 구속의 위기에 처한 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각자의 셈법 계산에 충실한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좀 더 흥미로운 쪽은 물론 후자 쪽이다. '친박'을 겨냥한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의 주장이 이를 뒷받침한다. 아마도 '박근혜 살리기' 청원서에 서명한 의원들이 뜨끔할 만한 일침이 아닐 수 없다.

누가 '전직 대통령 박근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가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29일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은 같은 당 유승민 대선후보가 '조건부 보수 후보 단일화의 원칙'으로 '친박 청산'을 제시한 것과 관련, 그 구체적인 기준에 대해 "제 생각은 탈당인데, 그게 어렵다면 다음 총선에 못 나올 만한 실질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당원권 정지 조치 정도는 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자유한국당은 물론 국민의당 대선후보와의 단일화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바른정당 측 입장에 따른 방안일 수 있다. 하지만, 누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가의 관점에서 보자면 꽤나 유효한 기준일 수 있다.

국민적 열망을 고려할 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을 포함해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국민적 요구는 전혀 식지 않았다. 소위 '삼박'(삼성동 친박)이라 불리는 핵심 세력을 포함해 '친박' 의원들 역시 국정 농단 사태의 책임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조원진 의원과 77명의 의원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어설픈 '박근혜 살리기'가 아니다. 그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평범한 진리인 법 정의와 형평성, 그리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일 뿐이다.

조원진 의원은 지금이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청원서에 서명한 77명의 명단을 밝혀야 한다. 누가 아직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했는지, 누가 '전직 대통령 박근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는지 국민들은 알 권리가 있다. 아니, 국민들은 이미 알고 있다. "춘향이", "향단이" 운운해도 결국 본질은 변치 않는다는 것을. 각자의 셈법에 따라 구속된 전직 대통령을 활용하는 것뿐이라는 점을.


태그:#박근혜, #조원진, #홍준표, #이혜훈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