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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도지사
 홍준표 경남도지사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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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7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자유한국당 대선주자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인터뷰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관련 기사 : "DJ는 서해페리호 정치에 이용 안해 야당, 세월호로 죽은 학생들 우려먹어"). 홍 지사는 특정 계파에 얽혀 있지 않고 오랜 정치경험을 통해서 쌓은 독자적인 대중적 기반도 있으며 기존의 야권 정치인들과도 소통할 정도로 폭넓은 정치력을 갖고 있다.

그와 같은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자유한국당 유력 대권주자 중의 한 명으로서 현재 구 여권 후보군 중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홍 지사와의 인터뷰는 그 자체만으로도 뉴스 가치가 크다.

그런데 이번 오마이뉴스 인터뷰를 보면 기존에 나오지 않았던 새로운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바로 홍 지사가 현재의 야권을 비판하기 위한 목적에서 김대중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이것을 단순한 사안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이것은 대선을 앞둔 홍 지사의 전략과 구상을 분석하는 데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은 정치권 주변에서 계속 언급되는 소위 '반민주당연대'와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본다.

홍 지사의 최근의 언행 및 오마이뉴스에서 한 인터뷰를 종합해서 보면 그는 국민의당까지 포함한 소위 '반민주당연대'를 구상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김대중-노무현 지지층을 분리해서 접근하는 보수 세력의 기본 전략이 엿보인다. 이 글은 이와 같은 내용을 분석하기 위해서 쓴다.

김대중에 대한 홍준표의 언급, 사실이 아니다

오마이뉴스 홍 지사 인터뷰의 메인 타이틀을 보면 "DJ는 서해페리호 정치에 이용 안해 야당, 세월호로 죽은 학생들 우려먹어"라고 되어 있다. 인터뷰 본문을 보면 오마이뉴스 편집팀이 제목을 이렇게 뽑은 것이 무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홍 지사는 김대중을 언급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구 야권 세력(맥락상 민주당과 친노 세력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음)을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먼저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한다. 홍 지사는 김영삼 정권 초기인 1993년 10월에 발생한 서해페리호 참사사건을 김대중이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주장은 좀 이상하다.

그 당시 김대중은 정계은퇴 상태였다. 1992년 12월 대선 패배 직후 김대중은 정계은퇴를 선언했고 1993년 1월에 영국 유학을 떠나 7월에 귀국하였다. 그리고 귀국 이후에는 '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1994년 1월 창설)을 준비하는 데에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김대중은 귀국 이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였지만 국내 정치에 관한 발언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한 예로 서해페리호 사건 이후에 진행된 국민일보 인터뷰(1993년 12월 8일자) 기사를 보면 끝에 기자가 "김대중씨는 좀더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듯이 보였으나 정계를 은퇴한 사람으로서 또 무슨 오해를 불러일으킬까 봐 참는 인상이었다"라고 언급할 정도였다.

그렇게 볼 때 홍준표 지사가 도대체 어떤 근거로 저런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정계은퇴를 하여 한반도 평화 문제에 집중하던 시절에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을 의도적으로 피한 것을 두고 'DJ는 아픈 사건을 정치에 이용하지 않았다'라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일까.

홍준표, 김대중과 노무현에 대한 접근이 다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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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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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지사가 사실을 제대로 알고 발언했는지 여부는 알 길이 없다. 그런데 이 인터뷰에서 홍지사가 서해페리호 사건을 언급한 것은 이유야 어떻든 간에 김대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려는 목적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그런데 홍준표 지사는 위와 같은 내용을 현재의 민주당을 비판하는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이 인터뷰에서도 확인되지만 홍 지사는 친노와 구 야권(맥락상 더불어민주당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임)을 비판한다.

그리고 홍지사의 최근의 발언을 종합적으로 보면 홍지사는 노무현, 친노, 문재인을 여러 각도에서 비판하고 있다. 특히 그는 친노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서거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독설도 마다하지 않고 있어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보수 진영 후보가 문재인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그는 노무현 대통령과 친노를 끌어들이면서 전선을 확장시킨다. 그러면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홍준표가 노무현에 대해 독설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홍 지사의 의도는 '반노무현'이라는 정치적 상징을 이용하여 1차적으로는 보수 진영 내에서의 헤게모니를 잡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2차적으로는 김대중-노무현 지지층 사이의 반목을 이용하며 국민의당 내의 반노 정서를 자극하여 대선 정국에서 연합의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노무현'은 현재 야권 내부에 형성된 자기 파괴적인 정치적 상징으로서 '진보 오리엔탈리즘'의 전형적인 사례다. 필자는 '반노무현'이 정치적 상징으로 작용하는 방식과 파장을 <진보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반노무현주의, 탈호남 그리고 김대중 노무현의 부활>이라는 책에서 분석했다. 기사에서 다 언급할 수 없지만 정치적 상징으로써 '반노무현'은 매우 복합적인 성격을 띤다.

무엇보다 필자가 보기에 '반노무현'은 '종북'과 비슷한 방식으로 보수 세력에 이용당하고 있다. '종북' 담론은 보수 세력이 고안한 것이 아니었으며 진보 정당 내부 갈등 속에서 처음 제기된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을 보수 세력이 이용하면서 확대 재생산되었다.

'반노무현'도 동일하다. '반노무현'은 민주당 세력 내부 갈등 과정 속에서 처음 나오게 되었는데 이것을 뉴라이트 보수 세력들이 범 진보 야권을 공격하는 논리로 이용하면서 확대 재생산된 것이다.

또한 반노무현은 지역주의와 같은 정체성 문제와 결부되면서 매우 격렬한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것이 김대중-노무현 지지층 사이의 불화를 낳는 근본 요인이 되었고, 정치적으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의 분당의 한 원인이 된 것이다.

'반민주당연대'의 연결고리, 김대중-노무현 지지층의 분리

이처럼 '반노무현'을 강조한 홍 지사의 구상은 단순히 보수 세력 내부의 헤게모니 창출에 국한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 홍 지사는 향후 대선 과정에서 사실상 '반민주당연대'로 평가받는 보수-중도 단일화 문제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 인터뷰를 보면 홍 지사는 단일화 문제에 있어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와 인연을 강조하면서 '고단수인 사람하고는 얘기가 좀 된다'는 식으로 언급하면서 향후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지금 '반민주당연대'의 키는 국민의당이 쥐고 있다. 기존 구 야권 정체성을 민주당과 공유하는 국민의당으로서는 보수 세력과의 연대는 분명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반노, 반문 정서가 강한 세력들 중에서는 민주당을 배제한 연대론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보면 홍 지사가 김대중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시도하고, 문재인을 넘어서 노무현과 친노까지 끌어들여 논쟁화하는 것은 결국 보수 내에서의 헤게모니뿐만 아니라 국민의당과의 연대 가능성까지 내비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번 오마이뉴스 인터뷰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홍 지사의 구상과 전략이 실제 어떻게 전개되고 어떤 파장을 낳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현재의 한국 정치를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된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이 기사에서 언급된 '반노무현' 현상을 분석하여 <진보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반노무현주의, 탈호남 그리고 김대중 노무현의 부활>이라는 책을 최근에 낸 바 있습니다.



태그:#김대중, #노무현, #홍준표,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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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박사이며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사료연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에 대한 재평가를 목적으로 한 김대중연구서인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시대의창, 2021)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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