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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기념 '보짱' 공연 후 무대 인사를 하는 멤버들.
▲ 인형극단 가미후센 20주년 기념 '보짱' 공연 후 무대 인사를 하는 멤버들.
ⓒ 이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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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3cm라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인형에 숨을 불어 넣어 당신께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가미후센' 주제가 '바람을 주세요' 중)

장애인이 휠체어에 탄 채로 인형을 조작하는 인형극을 보신 적이 있는가? 일상 생활의 많은 부분을 다른 이의 도움으로 보내는 중증 장애인들이 인형극에 모든 걸 걸고 20년간 외길을 걸어왔다. 

일본 나고야 미나토구에 있는 장애인 인형극단 '가미후센(紙風船、종이풍선이라는 뜻, 이하 '가미후센')이다. 이들이 지난 3월 26일 나고야의 미나토구 문화소극장에서 창립 20주년 기념 자선공연을 가졌다.

지난해 구마모토에서 있었던 지진피해 장애인을 돕기 위한 자선공연으로, '가미후센'의 대표작으로 '보'라는 이름의 하마를 주인공으로 한 '보짱', 일체의 대사없이 동작과 음악만으로 표현되는 '폰타와 닷쿤'이 공연되었다. 이 밖에도 이들은 '거북아 고마워!',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라는 오리지널 인형극 네 가지를 갖고 있다.

창립 멤버의 한 사람인 다나카 요시에씨.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제 삶의 보람이예요"
▲ 인형극단 가미후센 창립 멤버의 한 사람인 다나카 요시에씨.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제 삶의 보람이예요"
ⓒ 이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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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한 마디로 시작된 도전

'가미후센'은 20년 전인 1996년 당시 양호학교(장애인 특수학교)에 다녔던 학생 중 한 명이 담당교사에게 "우리도 다른 이에게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요"라고 한 마디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언제나 다른 이의 도움을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들도 무언가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웃음과 기쁨을 주고 용기를 줄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리 중증 장애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가능한 일이라는 게 이들의 말이다.

"지금까지 인형극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어왔어요. 그것이 제 일이고 삶을 살아가는 보람이에요."

멤버 중 한 사람인 다나카 요시에씨는 말한다. 당시 10대의 소녀였던 그도 세월이 흘러 지금은 30대 중반.

일상생활을 휠체어에 의지하며, 휠체어에서 타거나 내릴 때에도 다른 사람이 안아주어야만 이동할 수 있는 다나카씨는 말 한 마디를 하는 데도 체력이 많이 필요하다. 20주년을 맞는 소감을 묻자 아주 느리고 작은 목소리로 "옛 시절이 그립기도 하지만, 이번에 최선을 다해 멋진 공연을 해내고 싶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사람, 휠체어, 인형 삼위일체의 인형극

가미후센은 멤버 13명 중 11명이 휠체어를 탄 채 생활을 하기 때문에, 이들이 인형을 조작하기 위해서는 아주 세밀한 작업과 배려가 필요하다. 각 연기자의 신체, 휠체어의 특성 등을 고려해 특수 제작된 발판과 테이블 등을 휠체어에 고정시키고, 그 위에 인형을 꽂아 세운다.

그리고 이 인형을 끈으로 연결해서 연기자가 그 끈을 잡고 인형을 조작하도록 한다. 한편 휠체어를 탄 연기자가 스스로 이동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어시스턴트'라고 불리는 이 곳 직원들이 휠체어 뒤에서 이동과 각종 동작의 표현을 돕는다. 이렇게 해서 인형, 연기자, 휠체어를 조작하는 어시스턴트 3자가 하나가 돼 이른바 '삼위일체' 인형극이 탄생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삼위일체' 인형극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 그리고 무엇보다도 경험많은 전문가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이것을 가능케 하는 조력자가 바로 오바라 시게루 선생이다. 오바라 선생은 과거 일본 NHK의 인형극 제작에도 참여한 바 있는 인형극계의 실력자.

오바라 감독은 처음 인형극의 지도와 제작을 제안받고 고민했다. 3cm밖에 움직일 수 없다고 볼 것이 아니라, 3cm나 움직일 수 있다고 하는 당사자들의 절실한 마음이 전달됐고 그 가능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지금의 인형극을 만들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전하겠다는 의지대로 지난 20년 동안 이들은 노인홈, 유치원, 학교, 장애인 시설, 병원, 교회 그리고 각종 인형극제, 2005년의 아이치 엑스포 등지에서 총 200회가 넘는 공연을 했다. 많은 이들에게 기쁨, 웃음, 감동을 선사해왔다.

물론 이 공연을 계속 하는 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 우선 무엇보다도 장시간 휠체어에 타 있는 것만으로도 체력 부담이 큰 당사자들 상황 때문에 넉넉한 연습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연극의 큰 조력자인 직원들 또한 다른 장애인 시설처럼 활동보조인으로 취업을 했을 뿐인데 자신도 생소한 인형극까지 해야 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삼위일체' 인형극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마찬가지로, 20년이란 세월동안 이들의 노력과 헌신이 하나가 돼 하나의 드라마를 이뤘다. 무엇보다도 이를 하고자 하는 당사자들의 흔들림 없는 의지가 그 드라마라는 커다란 수레를 맨 앞에서 이끌어간다.

20주년 기념 공연 '보짱'
▲ 인형극단 가미후센 20주년 기념 공연 '보짱'
ⓒ 이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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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공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요시에씨와 마찬가지로 창단 멤버 중 한 사람인 스즈키 시게토시(34)씨는 "앞으로도 아직 만나지 못한 곳의 사람들에게도 우리 인형극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지금까지 인상적인 공연 중 하나가 2000년 프랑스 공연이었는데,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도 공연을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이들의 이야기는 특별하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특별하지 않다. 아니 특별한 이야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장애가 꿈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가 되지 않는 사회, 시행착오 없이 당사자의 의지와 노력만 있다면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가 된다면 이들의 이야기는 더이상 특별한 이야기로 남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이들의 이야기가 낯설기만 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더욱 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모두가 가야 할 터를 닦아주기를 기대하고 응원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가미후센 우리들의 꿈을 가득 담아서
더 높이 더 멀리 나를 수 있는 바람을 주세요
('가미후센' 주제가 '바람을 주세요' 중)

가미후센 주제가인 '바람을 주세요'의 작사, 작곡가인 싱어송 라이터 세키지마씨와 함께 무대에 선 멤버들.
▲ 인형극단 가미후센 가미후센 주제가인 '바람을 주세요'의 작사, 작곡가인 싱어송 라이터 세키지마씨와 함께 무대에 선 멤버들.
ⓒ 이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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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멤버의 한 사람인 스즈키 시게토시씨. "한국에서도 공연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 인형극단 가미후센 초창기 멤버의 한 사람인 스즈키 시게토시씨. "한국에서도 공연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 이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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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라 선생의 지도로 연습을 하고 있는 가미후센 멤버.
▲ 인형극단 가미후센 오바라 선생의 지도로 연습을 하고 있는 가미후센 멤버.
ⓒ 가미후센 페이스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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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 무대 뒤의 모습.
▲ 인형극단 가미후센 공연 중 무대 뒤의 모습.
ⓒ 가미후센 페이스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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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 무대 뒤의 모습
▲ 인형극단 가미후센 공연 중 무대 뒤의 모습
ⓒ 가미후센 페이스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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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기념 공연장 나고야 미나토구 문화소극장. 공연이 시작되기 전의 모습.
▲ 인형극단 가미후센 20주년 기념 공연장 나고야 미나토구 문화소극장. 공연이 시작되기 전의 모습.
ⓒ 이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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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일본 나고야 , #장애인 , #인형극단 , #가미후센, #휠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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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고야의 장애인 인형극단 '종이풍선(紙風船)'에서 일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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