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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자유한국당 대선경선 후보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 결정에 대해 “궁궐에서 쫓겨나 사저에서 눈물로 지새우는 여인에게 사약을 내린 것"이라며 "한마디로 참담하다, 나라가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 김진태 "궁궐서 쫓겨난 여인에게 사약 내린 것" 김진태 자유한국당 대선경선 후보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 결정에 대해 “궁궐에서 쫓겨나 사저에서 눈물로 지새우는 여인에게 사약을 내린 것"이라며 "한마디로 참담하다, 나라가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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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하다. 나라가 이렇게 가면 안 된다. 궁궐에서 쫓겨나 사저에서 눈물로 지새는 여인에게 사약을 내리는 격이다. 멈춰라! 이제 그만하면 됐다."

잠시 착각했다. 오늘이 21세기 2017년의 3월 27일인지, '박정희 유신 체제'하의 20세기 1970년대인지, 그도 아니면 임금이 '구중궁궐'에 살던 전 근대의 어느 봄날인지. 답은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물어봐야할 것 같다.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27일 오전, 김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여러 사람을 아연실색케 만들었다. 궁궐도, 사약도 뜨악이지만, "눈물로 지새는 여인"이란 표현에서는 누군가를 향한 애타는 마음이 절절히 느껴진다. 김 의원은 '박근혜 영장 청구에 대한 김진태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이번 탄핵에 상심한 국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이다. 이러고 앞으로 어떻게 국민화합을 이루겠다는 건가? 이 사건의 다른 면 고영태 일당, 태블릿 피씨에 관한 수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이렇게 일방적으로 몰고 가는 것은 부당하다. 공정한 나라가 아니다. 내가 대통령이 돼서 반드시 바로잡겠다."

기승전 "대통령이 되겠어요"란 맺음도 우습지만, 문제는 김진태 의원을 비롯한 '친박' 의원들과 지지자들의 반응이다. 친박집회에서 부르짖었던 "부당하다"는 '무논리'의 반복도 모자라 이제는 "사약" 운운하며 공공연하게 시계를 과거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주장은 또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을 "누나"로 불렀다는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 결정에 대해 "탄핵으로 모든 것을 잃고 침잠하신 분을 다시 인신을 구속하겠다는 것은 역사의 불행으로 남을 것이고, 국가의 불행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며 "이미 치욕적이고 불명예스러운 파면을 당한 대통령을 포승줄과 수갑에 채워 교도소에 넣겠다는 것은 부관참시와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 윤상현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은 부관참시와 다를 바가 없다"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 결정에 대해 "탄핵으로 모든 것을 잃고 침잠하신 분을 다시 인신을 구속하겠다는 것은 역사의 불행으로 남을 것이고, 국가의 불행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며 "이미 치욕적이고 불명예스러운 파면을 당한 대통령을 포승줄과 수갑에 채워 교도소에 넣겠다는 것은 부관참시와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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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검찰의 구속 영장 청구에 대해 "이미 치욕적이고 불명예스러운 파면을 당한 대통령을 포승줄과 수갑에 채워 교도소에 넣겠다는 것은 부관참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박 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누구에게도 일전 한 푼 돈을 받지 않았고 어떤 사익도 추구하지 않았다"며 "이미 재임 중 파면이라는 대통령으로서 최대 형벌을 받았고 사실상 가택에 유폐된 채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두둔했다.  투다.

"사약" 운운한 김진태, "부관참시" 말한 윤상현

"검토한 결과, 피의자는 막강한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하여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케 하거나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권력남용적 행태를 보이고, 중요한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등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 그동안 다수의 증거가 수집됐지만 피의자가 대부분의 범죄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등 향후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상존한다.

공범인 최순실과 지시를 이행한 관련 공직자들뿐만 아니라 뇌물공여자까지 구속된 점에 비춰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반한다. 위와 같은 사유와 제반 정황을 종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법과 원칙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이날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밝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전 구속영장 청구 사유다. 지극히 '법상식'적인 결과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접수했고, 오는 30일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가 열릴 예정이다.

정치권의 반응은 "유감스럽다"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곤 한결 같이 환영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논평을 통해 "법원은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고, 안희정 충남지사 역시 "구속영장 청구는 사필귀정이다. 상식적이고 당연한 결정"이라며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측 역시 "박 전 대통령 구속은 국민의 명령"이라는 입장이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역시 "구속영장 청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정의당 심상정 대표 또한 "법 앞에 평등은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점에서 너무도 마땅한 결정"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특히 심 대표는 "공을 넘겨받은 영장전담 재판부도 형사소송법 제70조말고, 그 어떤 것에도 한눈 팔지 않기를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더더욱 '친박' 의원들의 '불복' 의지와 '유감' 표명은 도드라졌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윤상현 의원은 "(구속영장 청구가) 오히려 국가의 품격과 이미지만 실추시킬 뿐"이라고 했다. 과연 그럴까.

전 세계가 주목한 20여 회에 걸친 촛불집회는 "한국 민주주의의 승리"로 평가 받는 중이다. 그 결과가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나타났고, 검찰 역시 이러한 결과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관측이 팽배하다. 법원의 영장 인용 여부가 남았지만, 여러 설문조사 결과 70%를 넘는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수사를 촉구했던 것이 사실이다. 

'피의자 박근혜'씨의 구속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세력이 곱씹어야 할 것은 국민 여론일 것이다. "정치적 이용" 운운하는 세력 말고 대다수 국민들은 인식하고 있다. '조기대선'과 '피의자 박근혜'의 구속은 전혀 무관한 사안이란 점 말이다. 국민들은 그저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이란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 역시 공정하고 공평한 재판을 받길 원할 뿐이다. '피의자 박근혜'씨는 궁궐에서 쫓겨난 '공주'도, '여왕'도 아니기에.

더 이상 '법 위에 박근혜'는 없다

22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시간 넘게 조사와 조서 검토를 위해 머문 뒤 귀가하고 있다.
▲ 검찰 조사 마친 박근혜 22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시간 넘게 조사와 조서 검토를 위해 머문 뒤 귀가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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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발언은 또 있었다. 윤 의원은 이날 "탄핵으로 이미 모든 것을 잃고 침잠한 분의 인신을 다시 구속하겠다는 것은 역사의 불행으로 남을 것이고 국가의 불행으로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것"이라고도 했다. '부관참시'는 곧 '국민통합'에 반한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그렇지 않다.

'정경유착'과 '미성숙한 민주주의', 그리고 '분단국가'로 해외에 각인된 한국이 이번 국정농단 사태로 더없이 실추된 국가이미지를 재고하기 위해서라도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수사는 필수다. 부패한 권력을 국민들과 국가 시스템의 힘으로 정당하게 수사하고 구속하며 기소할 수 있다는 '한국 민주주의의 힘'을 해외에 널리 알리는 것이야말로 역사의 불행은 물론 국가의 불행을 남기지 않는 길이다. 

그 와중에, 또 다른 '친박' 조원진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국민들의 엄청난 저항이 있을 것이다"란 내용이 포함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 역시  이날 정오경 박사모 카페에 "이 글을 보시는 애국시민 전원, 지금 즉시 삼성동 박 대통령님 사저(자택)로!!!"란 공지를 남겼다. 친박단체들 회원들이 삼성동 박근혜씨의 자택 앞에서 또 다른 '불복' 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취임 내내 "법과 원칙"을 강조했던 전직 대통령 '피의자 박근혜'씨. 누가 그를 구속 영장 청구에까지 이르게 만들었나. 무턱대고 '지지'와 '충성'만을 외쳤던, 그래서 '합법'과 '불법'을 분간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친박' 의원들과 '묻지마' 지지자들 역시 한몫을 했다. '부관참시' 운운할 때가 아니란 얘기다.

그러니 단 하나만 당부하자. 박근혜씨부터 더도 덜도 말고 법대로만 하시라. 그리고 하나 더, 지지자들에게도 "불법집회", "폭력시위"만은 그만해 달라고 메시지 하나 남겨 주시라. 앞으로 그저 법대로 수사 받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권리도 주장하시고 의견도 표출 하시라. 하지만 하나만 명심하시라. 법정 구속이 임박한 전직 대통령에게 더 이상 '법위의 박근혜'란 '예우'는 있을 수 없다.


태그:#박근혜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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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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