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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3년만에 인양되어 반잠수식 선박으로 옮겨진 세월호가 수면위로 선체  전체가 부양된 상태로 목포신항으로 이동 준비를 하고 있다. 작업자들이 세월호 선내의 해수와 잔존유를 빼내고 있다.
▲ '마지막 항해' 준비중인 세월호 26일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3년만에 인양되어 반잠수식 선박으로 옮겨진 세월호가 수면위로 선체 전체가 부양된 상태로 목포신항으로 이동 준비를 하고 있다. 작업자들이 세월호 선내의 해수와 잔존유를 빼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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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목포신항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험 인양이 시작된 22일부터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사흘이 흘렀다. 시험 인양에 이어 본 인양에 들어가기로 한 다음날 새벽, 수면 위로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선미 램프가 열려 반잠수선에 싣기 곤란하며 긴급하게 제거를 결정했다는 해수부의 입장 발표가 있었다. 해수부가 무슨 말을 해도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소조기를 놓칠 수 없다니 어쩌랴.

한 달에 두 번, 반달이 뜰 때 즈음 2~3일의 소조기가 찾아온다. 태양과 달이 직각을 이루어 인력을 상쇄시키는 때다. 인양의 주요 작업은 소조기 때만 할 수 있다고 했다. 바람이 바다 표면의 풍랑에 영향을 미친다면, 해와 달은 바닷속이 거칠거나 부드러워지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하루하루 시간은 가는데 인양의 주요 작업은 한 달에 두 번밖에 기회가 없다고 했다. 그나마도 바다 위의 날씨까지 평온해야 작업을 할 수 있으니 2년 여 동안 속만 시커멓게 타들어갔다.

24일 오전 드디어 세월호 선체가 수면 위로 절반가량 올라왔다. 25일 새벽 반잠수식 선박에 무사히 선적되면서, 뭍으로 이동할 준비를 마쳤다. 세월호 인양이 사실상 성공했다거나 인양 완료가 임박했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인양은 이제 시작인지도 모른다. 모두의 간절함으로 이제 겨우 이른 단계는, 세월호가 소조기와 같은 바다의 조건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단계일 뿐이다. 

눈앞에 모습 드러낸 세월호, 새삼스레 떠오른 문구

26일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3년만에 인양되어 반잠수식 선박으로 옮겨진 세월호가 수면위로 선체  전체가 부양된 상태로 목포신항으로 이동 준비를 하고 있다. 세월호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바다에 떠 있다.
▲ '마지막 항해' 준비중인 세월호 26일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3년만에 인양되어 반잠수식 선박으로 옮겨진 세월호가 수면위로 선체 전체가 부양된 상태로 목포신항으로 이동 준비를 하고 있다. 세월호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바다에 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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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정부는 수중 수색 중단을 선언했다. 인양을 언제 어떻게 한다는 기약은 없었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청운동사무소 앞과 광화문광장에서 날마다 피켓을 들었다. 세월호가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지금, 그 문구가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세월호 인양이란? 배가 뭍으로 올라오는 것! 미수습 가족을 찾는 것!

작년 3월, 미수습자 가족과 함께 하는 인양 콘서트가 열렸다. "고맙습니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무대에 올라 인사를 했다. 그런데 찾아와주셔서, 함께 기다려줘서 고맙다는 인사만이 아니었다.

"아까 말씀하신 분이 295명의 희생자와 9명의 미수습자라고 불러주셔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295명의 희생자와 9명의 미수습자…. 고백하건대 나는 듣지도 못하고 놓쳐버린 말이었다. 은화 엄마가 그 말을 다시 짚어주었을 때서야 그 숫자와 말들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기다림보다 두려운 것은 외로움이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고, 따로 헤아려야 할 시간이 있음을 알아차린 말이 고마웠던 이유일 것이다.

뼛조각이라도 찾고 싶은 마음은 미수습자 가족의 것만이 아니다. 유가족의 품에 안겼던 시신들도 훼손된 모습인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희생자들의 마지막 순간에 함께 했던 유품 하나라도 더 찾고 싶은 마음도 매한가지다.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오면 수습과 동시에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선체조사도 시작되어야 한다. 침몰 당시의 상황을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밝혀내기 위해서는 선체 조사가 필수적이다. 그래야 침몰의 원인을 알 수 있다. 참사의 진실을 안다는 것은 다시 볼 수 없게 된 소중한 사람의 운명을 알 권리이기도 하다.

세월호를 본격적으로 들어올리는 작업이 시작되자 온 언론이 인양을 기다려왔다는 듯 보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아직 외로움이 두렵다. 세월호가 무사히 육상으로 올라온 후 이어질 긴긴 시간에도, 해수부는 적극적으로 브리핑을 할지, 언론은 적극적으로 취재를 할지, 아직은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원하는 세월호 인양이 무엇이었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

변경 전 인양 방식 추진하면서 뚫은 구멍 140여 개

26일 오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3년만에 인양되어 반잠수식 선박으로 옮겨진 세월호가 수면위로 선체 전체가 부양된 상태로 목포신항으로 이동 준비를 하고 있다. 세월호 선수 부분이 갈라져 있다.
▲ 선수 부분 갈라진 세월호 26일 오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3년만에 인양되어 반잠수식 선박으로 옮겨진 세월호가 수면위로 선체 전체가 부양된 상태로 목포신항으로 이동 준비를 하고 있다. 세월호 선수 부분이 갈라져 있다.
ⓒ 해양수산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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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바다로부터 풀려나더라도 육상의 조건이 만만치 않다. 길이가 150미터에 이르고 누운 높이가 21미터가 되는, 거대한 건물이 우리 앞에 놓이게 된다. 길다란 7층 건물 규모지만 계단도 벽도 모두 불안정하고 한쪽으로 쏠려 있는 화물들과 바다의 뻘들이 가득 차 있다. 정부가 유실방지망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 세월호와 함께 뭍으로 올라오지 못할 수 있는 유실물들에 대한 해저 수색도 시작되어야 한다.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몇 달이 걸릴지 모르는 시간을 함께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지켜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해수부는 작년 8월 세월호 육상 거치 후 선체 절단 계획을 발표했다. 가끔 사람들이 내게 조심스럽게 묻는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선체 절단을 원한다면서요?" 당혹스럽기 그지없지만 왜 이런 질문을 하게 되는지 짐작 못하는 바도 아니다. 해수부는 미수습자 수습을 원활히 하기 위해 선체를 절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왔고 선체절단계획을 비판하면 미수습자 가족들이 그렇게 원하는 것처럼 말해왔다.

해수부가 언제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인양 계획을 결정할 권한이나 주어본 적 있는가? 미수습자 가족들이 그토록 인양을 원하는데도 차일피일 미뤄온 것도 해수부이며, 인양 결정 후 업체 선정과 인양 계획 수립 과정에서 유실방지대책도 제대로 세우지 않아 나중에야 예산을 책정한 것도 해수부다. 선체절단 계획에 절단 계획은 있으나 미수습자 수습 계획은 분명하지 않다.

선체 절단이 중요한 증거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온전한 인양'을 요구했던 이유도 그것이다. 게다가 선체를 절단할 때 미수습자 수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선체 절단이 가위로 천을 조심스럽게 오려내는 과정일 수는 없다. 매우 높은 온도와 강한 바람을 이용해 세월호의 한 단면을 손상시키는 방식이며, 이 과정에서 선체 내부에 남아 있는 물질들도 함께 손상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누워 있는 상태에서 세로로 절단할 때 화물 구역에 남아 있던 차량 등이 쏟아져 내리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도 해수부는 최선의 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해수부는 객실 구역을 세워야 한다고 말하지만 부력을 활용해 바다에서 세워 올리는 방식은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았다.

지난 연말 해수부는 인양 방식을 변경했다. 이번에 세월호를 수면 위로 올리는데 사용된 방식은 인양업체 선정 당시 기술 점수를 가장 높게 받았던 업체가 제시한 방식이었다. 그 업체는 비용을 가장 높게 제시해 인양업체로 선정되지 못했다.

결국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 변경 전 인양 방식을 추진하느라 세월호에는 140여 개의 크고 작은 구멍이 뚫리게 되었다. 며칠 전 반잠수선 선적을 위해 좌현 선미램프가 절단된 데 이어 해수부는 추가로 구멍을 뚫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해수부가 말하는 인양과 우리가 원하는 세월호 인양은 전혀 다른 것일 수 있다.

수습과 조사와 보존은 한덩어리일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제정된 '세월호 선체조사 특별법'에 따른 선체조사위원회를 서둘러 구성해야 한다. 뭍으로 세월호가 올라온 후, 수습과 조사와 보존은 한덩어리일 수밖에 없다. 무엇을 위한 인양인지 분명히 하면서 세 가지 목표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가족과 시민들의 참관을 보장할 방안도 제시해야 한다.

해수부는 줄곧 인양의 방식이나 과정에서 유가족을 배제해왔다. 유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최초의 인양 설명회가 2016년 5월에 있었을 정도다. 국민들 앞에 인양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도 않았다. 앞으로의 시간은 달라야 한다.

1073개의 하루가 흘러가고서야 세월호가 바다 위로 올라왔다. 며칠 후 뭍으로 세월호가 올라오면, 그때 우리가 원하는 인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작업은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하지만 성급하게 서둘러서도 안 된다. 쉽지 않은 작업일 것이다.

정부를 믿지 못하는 국민은 참 괴롭다. 특별법을 제정할 때는 온 국민이 법률 전문가가 되어야 했는데, 인양을 할 때는 온 국민이 선박과 해난 구조의 전문가가 되어야 할 지경이다. 어쩔 수 없다.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누군가가 국가에 의해 '실종' 처리되어 버리면 그만인 세상을 바꾸려면, 참사의 진실을 묻고 책임을 모면하며 죽은 사람만 억울하게 되는 세상을 바꾸려면, 국민이 나서야 한다.

앞으로 다시 몇 개의 하루를 보내야 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루의 무게가 똑같을 수 없다. 그러나 그 하루 하루의 무게를 나눠지기 위해 손 맞잡기를 멈추지 않았던 사람들의 힘으로 세월호가 바다 위로 올라왔다. 미수습자 가족들과 유가족들이 목포신항에서 보내게 될 시간을 외롭게 남겨두지 말자. 언론이 다시 인양을 외면하더라도 우리는 세월호의 인양, 수습과 조사와 보존을 위한 행동을 멈추지 말자.

'실종자'가 아니라 '미수습자'라고 우리를 일깨워준 미수습자 가족들과, 진실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세월호 참사 이후의 사회를 열어가고 있는 유가족들과, 우리가 함께 안전할 때만 나와 내 가족을 지킬 수 있음을 깨달은 국민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인양을 이뤄내자.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이자 4.16연대 운영위원입니다.



태그:#세월호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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