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의 피겨 경기의 출전권을 결정할 운명의 시간이 다가온다.

2017 국제빙상연맹(ISU) 세계 피겨 선수권 대회가 오는 29일(현지시각)부터 핀란드 헬싱키에서 개막한다. 우리나라는 여자싱글의 최다빈(수리고), 남자싱글에 김진서(한국체대), 아이스댄스에 민유라-알렉산더 게멀린이 출전하는 가운데, 나란히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권 확보에 도전한다. 평창을 향한 불꽃튀는 경쟁의 정점이 될 세계선수권을 여자싱글과, 남자싱글, 아이스댄스 부문으로 나눠 주요 포인트를 미리 본다.

 최다빈의 연기 모습

최다빈의 연기 모습 ⓒ 박영진


최다빈, 쇼트 12위 이내 진입을 노려라

최다빈은 지난달 두 개의 큰 대회를 치르면서 영광스러운 순간을 함께 했다. 강릉에서 평창 테스트 이벤트로 열린 4대륙 피겨선수권 대회에선, 쇼트프로그램을 바꿔 연기해 개인 기록을 경신했고 결국 프리스케이팅과 총점까지 모두 기록 경신에 성공하며 180점대를 돌파했다. 이후 곧바로 출전했던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에선 한국 여자피겨 선수로는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올 시즌 초반 부상과 점프 실수 등의 어려움을 털고 일어나는 위대한 순간이었다.

이 기세를 몰아 최다빈은 세계선수권에서도 최고의 연기를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쇼트프로그램 클린 연기로 프리스케이팅에서 후반부 그룹에 진입하는 것이다. 피겨 경기는 그룹에 따라 예술점수를 나눠 평가하기 때문에, 후반 그룹에 진입하는 것이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 쇼트 경기 후 프리 경기에 참가하는 24명의 선수를 6명씩 나눠 그룹별로 추첨을 하는데, 최다빈은 우선 쇼트프로그램에서 클린 연기로 12위 이내에 들어 전체 4그룹 중 3그룹에 들어가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쇼트프로그램 배정부터 최다빈은 좋은 그룹에서 뛸 수 있는 상황이다. 올 시즌 B급 대회부터 시작해 그랑프리, 4대륙선수권까지 여러 대회를 참가하면서 최다빈은 현재 세계랭킹 20위에 올라있다. 이 랭킹에 따라 최다빈은 쇼트에서 마지막 전 그룹에서 연기를 펼치게 됐다. 그만큼 좀 더 높은 구성점수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기회를 반드시 살려야만 한다.

10위 이내 진입, 어렵지만 가능하다

이번 대회에선 이번 한 명이 출전할 경우 1~2위를 할 경우 올림픽 티켓이 3장, 3~10위는 2장, 그 이하는 1장씩이 티켓이 부여된다. 최다빈의 현재 목표는 1장을 무조건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모든 연기를 선보여 아시안게임에서처럼 클린 연기를 펼쳐야만 한다.

그러나 10위 이내 진입은 결코 쉽지 않다. 현재 이 대회에서 10위 이내에 진입하기 위해선 최소 180점대 중반, 높으면 190점 이상의 점수를 얻어야만 한다. 최다빈은 지난 4대륙 선수권에선 182점, 아시안게임에선 187점대를 기록했다. 10위권 근처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상태이다. 따라서 최다빈이 실수 없는 연기를 하고 경기결과를 기다려야만 한다.

한 가지 호재가 있다면 중위권의 경쟁 선수들이 최근 컨디션 난조 내지, 기권을 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신예 선수들은 모두 가장 최근에 열렸던 4대륙 선수권에서 모두 컨디션 난조로 저조한 성적을 내고 말았다. 이렇게 중위권 선수들이 고전하면서 최다빈에게 다소 유리하게 상황이 돌아가고 있다.

 애슐리 와그너의 연기 모습

애슐리 와그너의 연기 모습 ⓒ 박영진


불안한 미국-일본, 초강세 둔 러시아

한편 상위권에 있는 국가 중 미국과 일본은 계속해서 불안한 역력이 가득하다. 이번 대회에 미국은 애슐리 와그너, 머라이어 벨, 카렌 첸 세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와그너는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충격적인 회전수 부족 판정으로 파이널 진출이 좌절된 이후, 줄곧 이 대회만을 준비했다. 올림픽 테스트이벤트였던 4대륙 선수권도 출전을 포기한 채 이를 갈고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머라이어 벨과 카렌 첸은 모두 4대륙 선수권에 나와 연기를 선보였는데, 모두 연거푸 실수를 범하면서 최다빈보다 순위가 아래였다. 미국의 새로운 세대 교체로 기대를 모은 선수들이었지만 여러모로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일본은 간판이었던 미야하라 사토코가 고관절 부상으로 결국 이 대회도 기권하면서, 기존 멤버였던 마이 미하라, 히구치 와카바 이외에 홍고 리카가 대타 멤버로 나선다. 세 선수는 모두 4대륙 선수권에 출전한 바 있는데, 이 중 마이 미하라만이 성적이 좋았다. 미하라는 당시 쇼트와 프리에서 모두 200점이 넘는 연기를 펼치며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히구치 와카바와 홍고 리카는 각각 부상과 체형변화 등의 문제를 겪으며 저조한 경기를 펼쳤다. 여기에 홍고 리카는 아시안게임에서도 만족스럽지 않은 경기로 최다빈이 금메달을 따는 장면을 바라만 봐야 했다.

두 국가는 모두 피겨 강국으로서 이번 대회에서 내심 올림픽 출전권 최대 수인 3장을 확보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주전 선수들 대부분이 극심한 난조와 어려움을 겪고 있어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의 모습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의 모습 ⓒ 국제빙상연맹 (ISU)


반면 최강국인 러시아는 현 세계1위인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와 그녀의 뒤를 쫓고 있는 안나 포고릴라야, 마리아 소츠코바를 앞세워 메달 싹쓸이까지 노리고 있다. 메드베데바는 올 시즌에서도 그랑프리 두 개 대회와 파이널까지 모두 석권한 이후, 유럽선수권에선 결국 김연아가 지난 2010 벤쿠버올림픽에서 세웠던 총점 세계기록(228.56점)을 깨기까지 했다. 지난해 월드챔피언인 그녀는 이번에도 고난이도 점프 등을 앞세워 2연패를 노린다. 여기에 모두 그랑프리에서 메달을 획득한 바 있는 포고릴라야와 소츠코바까지 더해져, 러시아의 올림픽 티켓 3장 확보가 유력시 되고 있다.

그 외에도 캐나다는 케이틀린 오스먼드, 가브리엘 데일먼을 앞세운다. 미국과 일본이 주춤한 사이, 오히려 캐나다 선수들의 성적이 급상승하고 있어 캐나다 여자싱글 선수들이 올림픽 티켓 3장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평창의 무대에 설 24명의 선수를 확정할 이번 세계선수권 대회의 여자싱글 경기는 29일 쇼트프로그램, 31일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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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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