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코리아 트위터 계정이 22일 오후 게재한 <마블 아이언 피스트> 관련 게시물.

넷플릭스 코리아 트위터 계정이 22일 오후 게재한 <마블 아이언 피스트> 관련 게시물. ⓒ @NetflixKR


"더욱 귀 기울이고 살펴보는 넷플릭스가 되겠습니다. 새롭고 도전적인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넷플릭스의 취지에 걸맞은 모습으로 여러분과 마주하겠습니다."

사용자들을 위한 연말연시 인사글이라 오해하면 곤란하다. 21일 오후 넷플릭스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이 글은 일종의 '해명문'이다. 넷플릭스 코리아는 이날 오후 유세윤이 출연한 새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마블 아이언 피스트>의 광고 영상을 게재했다가 트위터 사용자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광고는 삭제됐고, 영상을 게재한 지 3시간 여 만에 위와 같은 해명문이 올라왔다.

단순한 항의뿐만이 아니다. 넷플릭스의 멤버십을 해지하겠다는 트위터 사용자도 적지 않았고, 이미 해지했다는 '인증샷'을 올린 이도 있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시간 여 동안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넷플릭스여, '여성 혐오' 유세윤 광고는 아니됩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마블 아이언 피스트>의 홍보 포스터.

넷플릭스 시리즈 <마블 아이언 피스트>의 홍보 포스터. ⓒ 넷플릭스 코리아


방송인 유세윤의 광고에 대한 '불매' 움직임이 처음은 아니다. 유세윤은 지난 2015년 '옹달샘' 동료인 유상무, 장동민과 함께 진행했던 팟캐스트 방송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으로 물의를 빚은 이후 '여성 혐오'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그 해 '여성 혐오'에 반대하는 소비자들로부터 '옹달샘 불매'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일었고, 이로 인해 당시 '옹달샘' 멤버들은 몇몇 광고에서 즉각 하차하기도 했다. 이번 유세윤을 모델로 내세운 <마블 아이언 피스트> 광고에 대한 반감 역시 이러한 '여혐' 반대 목소리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헌데, 트위터 사용자들이 민감한 것 아니냐고? 상황을 좀 더 디테일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세계 최대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넷플릭스는 지난 1월로 한국시장 진출 1주년을 맞았다. 1년 간 10만 명 미만의 유료 가입자 수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 190여 개국, 9000여 만 명에 이르는 가입자를 자랑하는 공룡 플랫폼 기업이 한국에서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진단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애초부터 공격적인 마케팅과 현지화 전략을 활발히 펼치지 않은 넷플릭스 측은 오히려 2017년을 한국 진출의 원년으로 삼을 태세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 580여 억원의 제작비를 투자하고 올 여름 전 세계 독점 배급에 나선다. 또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활성화를 위해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와 <터널> 김성훈 감독이 손을 잡은 드라마 <킹덤>의 제작 소식도 알렸다.

미국 ABC, 마블 스튜디오와 넷플릭스가 공동제작한 <마블 아이언 피스트>의  핀 존스(아이언 피스트 역), 제시카 스트롭(조이 미첨 역) 등 주연 배우들도 오는 29일 내한이 예정돼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넷플릭스 코리아 측은 신작 드라마의 온라인 광고가 트위터 상에서 격한 논란에 휩싸이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넷플릭스 측은 일단 트위터와 유투브, 네이버 등 각종 플랫폼에서 해당 광고 영상을 삭제한 상태다.

넷플릭스와 트위터 사용자들이 뜨겁게 분출한 경고의 의미 

이게 전부가 아니다. 이날 벌어진 항의와 비판은 비단 <마블 아이언 피스트> 광고만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넷플릭스는 경쟁 중인 여타 국내 OTT 서비스와 비교해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1년 간 넷플릭스 코리아의 유료 가입자들은 '미드'나 해외 영상 콘텐츠 트렌드에 민감한 충성도 높은 사용자들이 주를 이룬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여성 혐오나 소수자 차별 등 정치사회적 이슈나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은 '훈련된' 영상 콘텐츠 소비자들과 겹칠 가능성도 농후하다.

예컨대, 이전 넷플릭스의 마블 히어로 시리즈인 <마블 데어데블>과 <마블 제시카 존스>, <마블 루크 케이지>에서 소수자와 약자, 페미니즘과 인종차별 반대 코드를 읽는 적극적이고 지적인 영상 콘텐츠 소비자들이라 할 수 있다. 넷플릭스를 작금의 위치로 만들어 준 <하우스 오브 카드>도 물론 즐기지만,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의 페미니즘, 성적 소수자 코드도 적극적으로 즐기는 동시에 온갖 진보적인 정치사회적 이슈로 점철된,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들을 즐기는 소비자 층이란 얘기다.

일정 정도 트위터 사용자층과 겹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 내 소셜미디어 플랫폼 중 넷플릭스에 열렬하게 반응했던 것 또한 트위터 사용자들이었다. 단순히 '프로불편러'들의 항의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를 물들이고 있는 페미니즘 열풍을 간과해서도 곤란하다.

넷플릭스에 열광한 현 사용자들은 단순히 방대한 양의 '콘텐츠 바다'에만 환호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와 다큐멘터리가 표방하는 작품들의 일관된 정치적·윤리적 방향성까지도 고려하는 적극적이고 훈련된 '영상 콘텐츠 소비자'들이다. '유세윤 <마블 아이언 피스트>' 광고에 뿔난 근본 원인도 거기 있다.

이와 관련, 넷플릭스가 전 세계에 진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 넷플릭스 추천 알고리즘을 한국 사용자들에게 적용했다면 어땠을까. 자사의 알고리즘으로 사용자들의 성향을 파악했다면, 이번 '유세윤 <마블 아이언 피스트>' 광고 논란은 안 벌어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번 넷플릭스 광고 논란은  주 소비자층의 '니드'를 기업들이 왜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반영해야 하는가에 대한 교훈을 줄 수 있는 짧고 굵은 전례라 봐도 좋을 듯 싶다.  

넷플릭스 아이언피스트 유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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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23년차 직원. 시민기자들과 일 벌이는 걸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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