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종주국 미국이 역대 최초로 WBC 결승에 진출했다.

짐 릴랜드 감독이 이끄는 미국 야구대표팀은 2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제4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준결승에서 일본을 2-1로 간신히 누르고 결승에 진출했다. 미국은 오는 23일 네덜란드를 꺾고 결승에 선착한 푸에르토리코와 우승을 놓고 격돌하게 됐다.

미국의 선발 투수 태너 로악(워싱턴 내셔널스)는 4이닝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고 6명의 불펜 투수들도 효과적으로 이어던지며 일본 타선을 제압했다. 한편 일본은 이날 경기장에 내린 비의 영향으로 특유의 촘촘한 수비를 선보이지 못했고 4회 연속 준결승 진출이라는 성과에 만족하며 대회를 마감했다.

일본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뜻밖의 수중전

아오키 노리치카(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제외하면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하는 선수 전원이 불참했음에도 일본은 6전 전승으로 준결승에 올랐다. 일본 프로야구의 두꺼운 선수층과 고쿠보 히로키 감독의 지도력을 확인할 수 있는 선전이었다. 다만 2라운드까지는 대진운이 좋았다는 평가도 받고 있어 일본 야구가 정말 세계 야구의 강호로 인정을 받으려면 미국과의 4강전 승리가 매우 중요하다.

반면에 미국은 1라운드에서 도미니카, 2라운드에서 푸에르토리코에게 덜미를 잡히며 F조 2위로 4강에 올랐다. 빅리그 올스타급으로 구성된 화려한 선수들의 면면에 비하면 다소 고전하기도 했지만 경기 후반에 강한 면모를 드러냈고 두 번의 역전 경기를 만들어내며 짜릿하게 준결승에 진출했다. WBC의 실질적인 주최국인 미국은 이전 세 번의 대회에서 아직 한 번도 결승 무대를 밟아본 적이 없다.

초반은 투수전으로 이어졌다. 일본의 선발 투수로 등판한 일본 프로야구 탈삼진왕 스가노 토모유키(요미우리 자이언츠)는 미국의 강타선을 맞아 전혀 주눅들지 않고 담대한 투구를 선보였다. 미국의 선발 로악 역시 1라운드 도미니카전의 난조를 극복하고 빅리그 16승 투수다운 구위와 관록을 선보이며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

팽팽한 균형을 깬 건 날씨 변수와 수비였다. 일본은 4회초 수비에서 크리스티안 옐리치(마이애미 말린스)의 평범한 2루 땅볼을 기쿠치 료스케(히로시마 도요 카프)가 뒤로 빠트리면서 위기를 자초했다. 미국은 이어진 2사 1,2루 기회에서 '해적선장' 앤드류 맥커친(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이 좌전 적시타를 터트리며 귀중한 선취점을 뽑아냈다.

이번 대회 전승을 달리고 있는 일본은 6회 홈런 한 방으로 경기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 4회 실책을 저지르며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던 2루수 기쿠치가 6회말 공격에서 1사 후 미국의 2번째 투수 네이트 존스를 상대로 동점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기쿠치는 프로 5년 동안 통산 홈런이 45개에 불과할 정도로 슬러거 타입과는 다소 거리가 먼 타자였기에 더욱 극적인 홈런이었다.

하지만 경기 내내 다저스타디움에 내린 비는 미국의 편이었다. 미국은 8회초 1사2,3루 기회에서 아담 존스(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평범한 3루 땅볼을 일본의 3루수 마쓰다 노부히로(소프트뱅크 호크스)가 한 번에 잡지 못했고 그 사이 3루 주자 브랜든 크로포드가 홈을 밟았다. 미국은 8회부터 마크 멜란슨(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팻 네섹(필라델피아 필리스), 루크 그레거슨(휴스턴)을 차례로 투입하며 승리를 지켜냈다.

온 우주가 돕고 있는 미국의 해결사 아담 존스

김현수의 팀 동료이기도 한 존스는 2006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해 2008년 볼티모어 이적 후 본격적으로 주전으로 도약했다. 존스는 빅리그 11년 동안 5번의 올스타 출전과 4번의 골드글러브 수상경력을 가진 볼티모어의 간판스타다. 화려한 경력에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존스가 매우 좋은 선수임에는 분명하지만 빅리그에서 손꼽히는 슈퍼스타라고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이번 WBC에서 존스는 미국 대표팀 내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하고 있다. 물론 2라운드까지 존스의 타율은 .233(30타수 7안타)에 불과했다. 하지만 6회 이전과 이후의 존스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 존스는 6회 이전 18타수 1안타에 그친 반면에 6회 이후에는 12타수 6안타 2홈런 4타점을 기록했다. 이번 대회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놀란 아레나도(콜로라도 로키스) 대신 미국의 해결사로 활약하고 있는 셈이다.

존스는 일본과의 준결승에서도 4타수 1안타에 그치며 썩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진 못했다. 하지만 8회 1사 2,3루에서 크로포드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땅볼을 기록하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물론 정상적인 수비가 이루어 졌다면 홈에서 아웃이 될 타구였지만 이번 대회 존스에게는 '우주의 기운'이 흐르는 듯하다.

비록 두 번째 투수 존스가 동점 홈런을 맞긴 했지만 살얼음 같은 한 점차 승부를 지켜낸 불펜진의 활약도 돋보였다. 특히 준결승에 등판한 5명의 불펜 투수 중 투구 수 30개를 넘긴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선발로 등판했던 로악(투구수 48개)을 제외하면 모두 23일 푸에르토리코와의 결승전에서 다시 등판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에 파죽지세로 4강까지 올라왔던 일본은 야구 종주국 미국의 벽에 막혀 아쉽게 통산 3번째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하지만 미국의 강타선을 상대로 선발 스가노가 6탈삼진, 두 번째 투수 센가 코다이(소프트뱅크)가 5탈삼진을 기록하는 등 마운드에서는 오히려 미국을 능가하는 구위를 과시했다. 다만 믿었던 수비에서 흔들렸고 수비가 불안할 때마다 여지없이 점수를 내주며 아쉽게 제4회 WBC 여정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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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준결승 미국 일본 아담 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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