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가 흥미로운 이유는 선수들이 남긴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들의 활약을 여러 시각에서 볼 수 있다는데 있다. 특정구장에서 성적이 좋았던 타자들에 대한 기록 또한 이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는데, 지난 2016시즌 9개구장(제2구장 제외)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한 홈팀 타자와 원정팀 타자를 소개하고자 한다.

(평가기준: 규정타석 산출지표인 경기수*3.3을 토대로 홈팀 타자의 타석 수는240타석, 원정팀 타자의 타석수는 26타석으로 계산. 단 잠실의 경우 LG와두산은 80경기*3.3=264타석, 원정팀의 경우 16경기*3.3=53타석으로기준 측정)

7. 인천 SK행복드림구장(2002년개장)

 SK 최정(좌), 16시즌 삼성 최형우(우)

SK 최정(좌), 16시즌 삼성 최형우(우) ⓒ SK와이번스, 삼성라이온즈


홈팀 1위 타자: 최정(.321, 22홈런 47타점)

14, 15시즌 동안 최정은 원정에서 더 많은 홈런을 쳤다. 우타자에게 특히 친화적인 SK행복드림구장에서 그 효과를 받지 못한 것으로 보였지만, 완전하게 부상을 털어낸 16시즌에는 홈 구장의 이점을 120% 이상 누렸다(14,15시즌 합산 10홈런-> 16시즌 22홈런).

또한 지난 시즌 홈구장에서만 20홈런을 때려낸 타자는 최정이 유일하다. 하지만 홈런 개수에 비해 타점은 지나치게 낮았는데, 결국 SK타선이꾸준히 지적 받은 부분이지만 최정 앞에 주자가 없으면 홈에서 30홈런을 쳐도 득점 생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올 시즌 SK가 해결해야 할 우선 과제가 최정의 기록을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원정팀 1위 타자: 최형우(16시즌 삼성, .469, 3홈런 12타점), 김태균(한화, .424 4홈런15타점)

김태균과 최형우가 1위자리를 놓고 다퉜는데, 홈런과 타점은 김태균이(4홈런 15타점), 타율과 OPS는 최형우가 앞섰다(최형우OPS 1.372, 김태균 OPS 1.361). 심지어 최형우가 한 타석 적게 들어서면서 안타는 1개 더 많이 때려냈으나(최형우 32타수 15안타, 김태균 33타수 14안타), 총루타수에서는 김태균이 1루타가 더 많았을 만큼 둘의 우열을 가리기가 매우 어려웠다. 야구에 만약은 없다지만 만일 WBC를 고척이 아닌 인천에서 개최했더라면 둘의 타격감이 돌아왔을지도 모른다.

8. 부산 사직구장(1985년 개장)

 LG 오지환(좌), 롯데 황재균(우)

LG 오지환(좌), 롯데 황재균(우) ⓒ LG트윈스, 롯데자이언츠


홈팀 1위 타자: 황재균(.354, 14홈런 57타점)

아마 올 시즌이 끝나고 사직구장에서 가장 잘 친 롯데 타자의 기록을 확인해보면 그 주인공은 이대호가 될 가능성이 높다.그러나 그가 자리를 비운 동안 롯데 공격의 선봉을 이끌었던 타자는 황재균이었고, 그 활약만큼이나 사직에서의 타격 역시 뜨거웠다. 특히 14시즌 타율 .358 7홈런-8도루, 15시즌타율 .296 15홈런-4도루로 장타와 주루에서 불균형을 보였던 것과 달리, .354 14홈런 18도루를 기록하면서 5툴플레이어로 진화를 거듭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점이다. '발전할 줄 아는' 황재균이 MLB에서 어디까지 올라설 것인지 기대가 커진다.

원정팀 1위 타자: 오지환(LG, .542, 3홈런 8타점)

사직, LG, 우투 좌타. 3가지 키워드만 놓고 보면 떠오르는 단어는 "사직택"이다(박용택 16시즌 사직구장 성적 24타석 .400,1홈런 3타점). 하지만 16시즌만큼은 그 단어의 답을 오지환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 규정타석을넘긴 원정팀 타자들 가운데 9개 구장에서 가장 높은 OPS(1.551)를기록하며 사직을 지배하는 사나이로 거듭났다. 참고로 14시즌의경우 '다른 의미로' 사직을 지배했는데(14시즌 사직구장 타율 .150, OPS .491), 2년만에 환골탈태한 모습이다. 한편 나지완은 마산구장에 이어 사직도 폭격하면서(.438,6홈런 12타점) 경남지역에서 강세를 보였지만 오지환의 활약이 워낙 두드러진 탓에 안타깝게도 2관왕은 무산됐다.

9. 서울 잠실구장(1982년 개장)

 두산 박건우(좌), LG 박용택(우)

두산 박건우(좌), LG 박용택(우) ⓒ 두산베어스, LG트윈스


 롯데 김문호

롯데 김문호 ⓒ 롯데자이언츠


잠실은 '한지붕 두가족'이 쓰는 탓에 규정타석의 기준 역시 조정이 필요했다. 홈인 LG와 두산 모두 홈 72경기에 '잠실 원정' 8경기가 추가로 더해져 80경기가 기준이 되었다. 덕분에 규정타석의 기준 역시 260타수로 상승했으며, 원정 팀들 역시 16경기를 잠실에서 치르기에 53타수로 그 기준이 상향 조정 되었다.

홈팀(LG) 1위 타자: 박용택(.349, 5홈런 57타점)

홈팀(두산) 1위 타자: 박건우(.348, 10홈런 46타점)

잠실의 특성상 양 팀에서 모두 선정했는데, 그 결과 'Mr. LG' 박용택과 차기 'Mr. 두산' 박건우가 간발의 차로 1, 2위를 차지했다. 박용택은 정교함으로, 박건우는 장타력으로 주자들을 불러 들였다(박용택 잠실 98안타 중 단타 83개. 박건우 잠실 89안타 중 2루타22개, 3루타 2개, 홈런 10개). 타격에임하는 스타일은 조금 다르지만 때로는 리드오프로써, 때로는 중심타자로써 출루와 타점 양쪽에 모두 충실했다는 점에서 둘 모두 잠실에 적합한 타자임을 입증했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주제인 잠실 홈런왕 타이틀은 김재환이 가져갔다(17홈런 76타점. LG는 히메네스 12홈런 53타점). 잠실에 특화된 라인업을 구축하기 시작한 LG와, 잠실에서도 장타가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 두산. 한집에 사는 양팀의 타격 지표가 올 시즌에는 어떻게 나타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원정팀 1위 타자: 김문호(롯데, .379, 1홈런 14타점)

지난 시즌 롯데 팬들에게 위안삼을 만한 것은 두 가지였다. 투수 쪽에서는 '박트리오'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타자 쪽에서는 드디어 김문호가 긴 어둠에서 깨어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활약은 잠실에서도 빛을 발했는데, 놀라운 것은 잠실에서 3-4-5를 기록했는 점이다(출루율 .474, 장타율 .545).

다른 원정구장과 달리 경기 수가 2배로 많은 잠실에서의 성적임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특히 장타를 7개나 기록했는데(2루타 4개 3루타 2개 홈런 1개), 원정경기에서 기록한 장타가 총 23개임을 감안하면 잠실에서의 장타 비율이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으며, 14타점을 올리면서 잠실에서 만큼은 롯데의 해결사 노릇까지 해냈다(최준석 15타점, 강민호13타점, 황재균 10타점). 과연 김문호의 16시즌 성적이 비상의 시작인지, 아니면 타고투저 시즌에 잠시 편승한 것인지는 올 시즌을 지켜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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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한달수기자
KBO 야구 구장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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