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바쁜 한국, 우즈베크에 첫 실점 15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 한국-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전반 한국의 골키퍼 김승규와 수비진이 우즈베크 비크마예프에게 첫 골을 허용한 뒤 허탈해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5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 한국-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전반 한국의 골키퍼 김승규와 수비진이 우즈베크 비크마예프에게 첫 골을 허용한 뒤 허탈해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23일 중국 창샤에 위치한 허룽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중국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차전을 치른다.

그동안 적어도 축구라는 스포츠에서 대한민국과 중국간 라이벌 구도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라이벌의 의미를 지니기에는 양국의 축구 실력 격차가 너무 컸다. 아시아의 강호이자 월드컵 본선 단골손님인 한국에 비하여, 중국은 축구로 국제무대에서 딱히 두각을 나타낸 역사가 없다. 양팀간 역대 맞대결 전적도 18승 12무 1패로 일방적인 한국의 우위다. 오죽하면 '공한증'이라는 말까지 생겨난 이유다.

아시아에서 한국이 축구에 관해 라이벌로 의식할 만한 팀은 일본이나 이란 정도였다. 오히려 중국이 공한증 콤플렉스를 깨기 위해 혼자만의 경쟁심을 불태우다가 좌절하는 것이 주된 패턴이었다. 한국은 그동안 중국축구를 그다지 부담스럽거나 위협적인 상대로 인식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통산 32번째 한중전을 앞둔 양국의 분위기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월드컵 본선행의 운명이 좌우되는 중요한 고비에서 마주친데다, 최근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양국간 외교갈등과 국민정서까지 맞물려 그 어느때보다 예민한 분위기에서 한중전이 치러지게 됐다.

중국 현지인들이 한국인 타깃으로 혐한시위?

원칙적으로 봤을 때 스포츠에 정치적 이슈를 연계시키는 것은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전 세계의 유명한 국가대항전이나 클럽 더비매치를 보더라도 사회·역사적 배경과 무관한 라이벌전은 거의 전무하다. 멀리 볼 것도 없이 '한일전'만 봐도 양국의 오랜 국민감정과 더불어 항상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선 자존심 대결이 되기 일쑤다.

무엇보다 이번 한중전을 과열된 분위기로 몰아간 것은 중국 측의 반한 정서에서 비롯됐다. 중국은 사드 문제를 빌미로 한국에 각종 경제-사회적인 보복성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중국 현지인들이 한국인을 타깃으로 한 혐한시위나 위협적인 행동을 저지른다는 소문도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고 있다.

당초 축구대표팀도 이번 중국 원정을 앞두고 안전문제를 우려하여 선수단과 취재진, 원정팬들에 대한 안전 대책을 중국축구협회에 특별히 요구했을 정도다. 다행히 막상 현지에서는 중국 측의 철저한 안전통제로 아직까지 우려할 정도의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경기 당일날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기에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한편으로 이러한 중국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는 자연히 국내에서도 '반중' 정서를 자극하는 계기가 됐다. 사드 배치에 대한 국내 찬반 여론과는 또 별개로, 중국을 바라보는 한국의 국민감정 역시 극도로 악화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도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침탈과 탄압의 역사는 오히려 일본보다도 훨씬 더 뿌리가 깊은 게 사실이다. 최근 악화된 외교관계는 그동안 잠재되어있던 양국의 반한-반중 여론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이번 한중전을 한일전 이상가는 '벼랑끝 승부'로 만들어버렸다.

승리를 위한 슈틸리케호의 배수의 진 필요

오로지 축구 자체로만 봐도 이번 대결의 결과가 가져올 후폭풍은 이전의 한중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일단 중국의 경우, 이번 한국전에서 패하면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러시아월드컵 탈락이 확정된다. 최종예선 전반기 5경기에서 승리없이 2무3패에 그치고 있는 중국은 이미 탈락이 유력하긴 하지만, 하필 안방에서, 그것도 그토록 이기고 싶어하던 한국을 상대로 패배하여 탈락이 확정된다면 이중삼중의 굴욕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11월부터 중국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탈리아 출신의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은 적어도 남은 최종예선 경기에서 무언가 보여줘야만 하는 상황이다. 공한증에 진절머리를 내는 중국 축구팬들도 월드컵 본선행과 별개로 이번 한국전만큼은 이겨야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한국 입장에서도 이번 중국전은 무조건 승점 3점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 매치나 다름없다. 한국은 현재 승점 10점(3승1무1패)으로 이란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3위 우즈벡과도 1점차에 불과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월드컵 본선행이 가능한 승점을 22점으로 분석했는데, 남은 5경기에서 4승 이상을 거둬야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가장 부담스러운 이란(홈, 10차전)-우즈벡(원정, 11차전)과의 경기가 최종예선 막판에 몰려있는 것을 감안하면 초반에 최대한 승점을 벌어놔야한다. 만일 중국전에서 비기거나 패하기라도 한다면 한국은 다시 벼랑 끝에 몰리게 된다. 국내 팬들의 정서도 '축구에서 중국에 진다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이후 두 번의 한중전을 치러서 모두 승리한 바 있다. 2015년 우한 동아시아대회 2-0 승리에 이어 가장 최근의 맞대결이었던 지난 9월 최종예선 1차전 홈경기에서도 3-2로 이겼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아쉬움이 더 컸다. 지난 1차전에서 먼저 세 골차의 여유있는 리드를 벌리고도 후반 두 골을 내주며 마지막까지 진땀승부를  펼쳐야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입지도 불안한 상황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종예선 이후 부진한 경기력과 연이은 실언으로 팬들의 신뢰가 많이 낮아진 상태다. 2014년 9월 정식으로 한국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슈틸리케 감독은 최종예선을 완주할 경우, 역대 한국대표팀 감독 사상 최장수 사령탑에 등극한다.

하지만 중국전에서 미끄러질 경우, 슈틸리케 감독의 불안한 거취와 능력에 대한 의구심은 앞으로도 내내 대표팀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쩌면 홈팀중국보다도 더 절박하게 승리를 위한 배수의 진이 필요한 슈틸리케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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