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축구 시장은 거품이 끼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렇다 보니 2013년에 1억 유로의 이적료를 기록한 가레스 베일과, 지난해에 1억 500만 유로의 이적료를 기록한 폴 포그바와 같은 선수들의 이적료는 때 아닌 거품 논란에 쌓이게 되었다. 당장 다가올 여름 이적 시장 때 안드레아 벨로티와 킬리앙 음바페 등을 비롯한 선수들의 이적료 역시 최소 6000만 유로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들의 가치가 거품이라는 지적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제 축구 시장에서 이러한 거품 현상을 당연히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축구 시장의 거품 현상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축구 시장은 거품 현상이 없어서는 안 되는 시장이 되었다.

1) 특정 포지션에 대한 매물이 적은 현대 축구 시장

제품의 수요가 적으면, 특정 제품의 가치는 자연스럽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해당 제품에 프리미엄까지 붙게 된다면, 그 제품의 가치는 자연스럽게 배로 뛰게 된다. 지금 축구 시장이 보여주는 현상이 이러하다. 오늘날의 축구 시장은 좌우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최전방 공격수들 대한 매물이 현저하게 적은 반면, 플레이메이커와 박스 투 박스형 미드필더들의 매물은 초과된 상태다.

그렇다 보니 알바로 모라타와 같이 팀의 주전 공격수가 아닌 최전방 공격수들의 가치는 여전히 높다. 여기에 이번 시즌 가장 뜨거운 공격수이자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안드레아 벨로티와 피에르-에메리크 오바메양 등과 같은 공격수들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당장 벨로티의 이적료만 해도 1억 유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포지션에 대한 이야기를 떠나서 현재 축구 시장에서 월드 클래스라고 부를 수 있는 기량을 갖춘 선수들의 숫자가 매우 적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1990년대와 2000년대까지만 해도 월드 클래스 기량을 갖춘 선수들의 숫자가 매우 많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월드 클래스라고 부를 수 있는 기량을 갖춘 선수들의 숫자는 매우 줄어들었다(물론, 이처럼 월드 클래스라고 할 수 있는 선수들의 숫자가 줄어든 것은, 오늘날의 축구가 전술이 다양화되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축구 전술의 다양화로 인해서 뛰어난 기량을 갖추고 있음에도 몇 개의 부분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있으면 반쪽짜리 선수로 평가 받는 게 오늘날의 축구다).
 
이는 자연스레 기존의 월드 클래스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나 월드 클래스 기량을 갖출 것이라고 평가 받는 유망주들의 가치를 급증시키는 요인이 되었고, 선수들의 이적료 역시 동시에 증가하는 결과물을 이끌었다. 특히, 빅 클럽들이 일찌감치 유망주들의 영입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여 사재기하는 현상을 보여주면서 축구 시장에서 거품 현상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2) 오늘날 축구 시장은 자본이 너무 많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오늘날 축구 시장에 너무 많은 자본이 유입되었다는 것이다. 축구 역사상 막대한 자본이 유입된 일은 많았지만, 지금처럼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막대한 자본이 축구 시장에 유입된 적은 많지 않았다. 20세기까지 축구는 유럽과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만을 위한 종목으로 평가 받았지만,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축구는 전 세계 사람들을 위한 종목이 되었다.

축구가 오늘날처럼 전 세계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는 종목이 된 가장 큰 이유는,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과 같이 축구와 거리가 먼 국가들에서 월드컵이 개최된 영향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미디어가 발전하고, 전 세계 어디서든지 간에 중계를 볼 수 있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야구와 미식축구, 농구와 달리 축구는 제한적인 공간에서도 공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장점도 무시할 수 없었다. 전 세계 사람들은 이러한 축구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라 리가와 세리에A, 프리미어 리그, 분데스리가 등과 같은 유럽 리그를 보며 열광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를 일찌감치 꿰뚫었던 사업가들은, 유럽 축구팀들의 중계권을 구입하거나 이들을 스폰서해주면서 막대한 재정적 이득을 취했다. 또한, 이들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을 받았던 유럽 축구팀들 역시 막대한 재정적 이득을 취했다. 그러다가 2003년에 등장한 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처럼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외국인 구단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맨체스터 시티와 말라가, 파리 생제르망 등을 비롯한 중동 자본가들과 인터 밀란을 인수한 쑤닝 그룹처럼 중국 자본가들도 대거 등장했다. 이들은 클럽을 아예 운영했고, 이들에 의해 인수된 클럽들은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서 축구 시장을 흔들어 놓았다.

축구 시장에서 이처럼 막대한 자본이 유입되고, 이들이 선수 영입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게 되면서 기존에 뛰고 있는 선수들의 몸값은 자연스레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2008년에 터진 리먼 브라더스 사태의 여파로 축구 시장은 자연스럽게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었고, 빅 클럽들과 비교해볼 때 상대적으로 재정이 불안정한 클럽들은 클럽의 재정을 위해서 그들의 핵심 선수들의 이적료를 높게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UEFA가 추진한 FFP룰 역시 축구 시장의 이적료를 증가시키는 데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AS 모나코와 같은 클럽은 구단주가 막대한 자본을 보유하고 있지만, AS 모나코가 연고지로 삼고 있는 모나코라는 도시 자체가 워낙 인구와 교통 면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보니 FFP룰을 준수하는 것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이들은 주축 선수들을 매우 비싼 가격에 팔아서 FFP룰을 준수해야만 했었다. 즉, 선수들의 이적료에 대한 거품 현상은 이러한 경제적인 부분이 모두 맞아 떨어지게 되면서 심화된 현상이라고 봐야만 한다.

3) 환율이 불안정한 시대

전 세계 시장의 환율이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기점으로 매우 불안정해졌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아니, 화폐는 원래 있으면 써야만 한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화폐의 가치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제 1파운드의 가치가 한화로 1800원대였다면, 오늘 1파운드의 가치는 한화로 1600원대로 떨어질 수 있다. 이러한 불안정한 화폐의 속성 때문에 축구 시장은 늘 막대한 자본을 써야만 하고, 이는 축구 시장의 가치를 유동적으로 만들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2007년에 터진 서프라임 모기지와 2008년에 터진 리먼 브라더스, 그리고 작년에 터진 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트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2000년대 중후반에 들어서면서 전 세계는 한 국가의 크고 작은 변화에 의해서 시장의 흐름이 결정되었고, 이는 가장 불안정한 자산인 화폐의 환율에 더욱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프리미어 리그처럼 파운드를 사용하는 국가들은, 브렉시트 사태로 인해서 파운드의 가치가 급락하게 되자 그들의 수익 역시 그들이 예상했던 것만큼 수익을 거두지 못 했다. 또한, 파운드의 가치가 하락하게 되면서 이들이 원하는 선수를 영입하려면, 그들이 책정했던 것 이상으로 이적료를 지불해야만 했었다.
 
단순히 파운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프랑스를 비롯한 많은 유럽 국가들이 극우 정당 집권이 유력해지고, 이들의 집권 이후 EU에 탈퇴할 것이 유력해지면서 이들이 사용하는 유로화의 가치도 파운드 못잖게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프랑스와 같은 국가들까지 EU를 탈퇴하게 된다면, 축구 시장의 거품 현상은 더욱 커질 것이다.

4) High Risk, High Return(허이 리스크, 하이 리턴)
 
레알 마드리드의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은 "가장 비싼 선수는 오히려 가장 싼 선수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은 높은 위험성은 결국 높은 수익을 가져다준다는 말로, 막대한 투자는 결국에는 막대한 수익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뜻한다.

레알 마드리드가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에 의해서 시작된 갈락티코 정책을 통해서 막대한 재정적인 수익을 거두자 바르셀로나와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등과 같은 클럽들 역시 레알 마드리드의 갈락티코 정책처럼 스타 플레이어들의 영입에 막대한 투자를 감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 역시 레알 마드리드처럼 막대한 재정적인 수익을 얻기 시작했다.
 
이는 축구가 스포츠의 개념을 떠나서 비즈니스적인 개념이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따라 많은 자본가들이 막대한 재정적인 이득을 위해서 축구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처럼 막대한 자본이 지속적으로 축구 시장에 유입되면서 어느덧 축구 시장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 명확해지는 시장이 되었다.

축구 클럽들이 막대한 자본을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는, 그만큼 축구를 보는 이들과 함께 클럽에 관련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구매자들의 숫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는 축구를 즐기는 이들의 수요는 늘어난다는 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최근에 중국을 비롯하여 막대한 인구를 가지고 있는 아시아 시장들이 적극적으로 개척되었고, 이들이 재정적으로 여유가 생기게 되면서 그 수요가 증가하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축구 시장은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도 그들이 투자했던 것 이상의 수익을 거두어들일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축구 시장은 자연스럽게 커져갔고,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지 않고서는 유지하기기 어려운 거대한 시장이 형성되었다. 즉, 축구 시장에서 지금과 같은 거품 현상을 보여주는 것은 당연한 현상으로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필자는 더 이상 선수들의 이적료를 놓고 그 선수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이제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축구 시장은 하루가 멀다하고 빠르게 팽창하고 있으며, 당분간 축구 시장에서 지금과 같은 거품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지 빠질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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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http://ryuilhan1993.blog.me/220952388667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에 미리 개재한 글임을 밝혀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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