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텍스트(Text)에는 맥락(Context)이 있습니다. 문화 콘텐츠도 마찬가지입니다. 100% 정치적인 예술이 존재할 수 없듯이, 100% 순수한 예술도 없습니다. 문화 공연을 때로는 인문학적으로, 때로는 사회과학적으로 읽어봅니다. 마음에 안 들면 신랄하게 태클도 걸어보고, 재미있으면 '우쭈쭈' 칭찬도 합니다. 공연을 정치·사회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항상 성공하지는 않을 겁니다. 시도가 비록 재미(Fun)는 없더라도, 최소한 '뻔'한 리뷰는 쓰지 않으려 합니다. [편집자말]

*주의! 이 기사에는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사진 EMK뮤지컬컴퍼니의 주요 레퍼토리 공연인 뮤지컬 <몬테크리스토>가 돌아왔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에드몬드 단테스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되어 돌아와 복수를 한다는 이 작품은, 프랑스 소설을 원작으로 한 라이선스 뮤지컬이다. 지난 2016년 11월 19일 개막하여 2월 12일 서울에서 폐막하고 현재 지방 투어 공연 중이다.

▲ 끌려가는 단테스 고향으로 돌아와 파티를 벌이던 도중, 에드몬드 단테스는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병사들에 의해 끌려간다. 몬데고와 당글라스의 음모였다. ⓒ EMK뮤지컬컴퍼니


에드몬드 단테스는 전도가 유망한 선원이었다. 그의 앞날은 보장되어 있었다. 모렐 선주로부터 차기 선장감으로 신임 받고 있었고, 연인 메르세데스와의 사랑도 두터웠다. 그러나 친구에게 사적인 편지를 전달해달라는 나폴레옹의 부탁을 받고 나서 무언가 꼬이기 시작했다. 모렐 선주로부터 선단을 탈취하고 싶은 당글라스, 메르세데스를 짝사랑하여 빼앗고 싶은 몬데고. 두 사람은 나폴레옹의 편지를 빌미로 단테스를 몰래 고발한다.

그저 '사적인' 편지를 배달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던 단테스. 검사장 빌포트는 끌려온 단테스를 심문하지만, 그의 순수함을 믿고 풀어주려 한다. 하지만 편지의 수신인이 한때 황제파였던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대로 놓아줄 수가 없었다.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아버지와 이 사건을 연관시킬 끈을 끊어버리기 위해, 빌포트는 단테스가 억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샤또 디프 감옥으로 보내버린다.

"우리는 친구야, 원하는 것도 같지. 뜻을 함께해, 어떻게든 죄를 씌워야지. 우리가 살려면 어쩔 수가 없는 일. 협상을 하자. 조작 하자, 사실을 남몰래. 죄를 뒤집어씌우고 없애 버려. 우리끼리만 뜻을 함께 해. 항상 역사는 승리한 자들만의 작품이니까. 살짝 거짓 보태고, 멍청한 녀석들을 우리에게 믿게 해. 어서 사인을 해야겠어. 공식적인 것이 진실이지. 우리가 정의. 우리가 진실. 우리의 비밀." -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제1막, No.04 '역사는 승리자의 작품(A Story Told)' 중에서

정치적, 경제적, 사적 이해관계가 얽힌 이들이 의기투합했다. 그렇게 누명을 쓴 단테스가 갇히고, 그들은 각자가 원했던 걸 손에 넣는다. 법도, 원칙도, 정의도 사라진 것만 같은, 부정의가 판치는 세상. 그대로 이들의 승리가 확실시되는 듯했다. 14년이 지날 때까지는….

꾸준하게 사랑받는 작품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사진 EMK뮤지컬컴퍼니의 주요 레퍼토리 공연인 뮤지컬 <몬테크리스토>가 돌아왔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에드몬드 단테스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되어 돌아와 복수를 한다는 이 작품은, 프랑스 소설을 원작으로 한 라이선스 뮤지컬이다. 지난 2016년 11월 19일 개막하여 2월 12일 서울에서 폐막하고 현재 지방 투어 공연 중이다.

▲ 충실한 기본기 EMK뮤지컬컴퍼니의 주요 레퍼토리 공연인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대극장 뮤지컬이 '쇼 비즈니스'로 갖춰야 할 기본기를 잘 갖추고 있다. 넘버, 의상, 군무, 무대 등 보고 듣는 면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뽐낸다. ⓒ EMK뮤지컬컴퍼니


알렉상드르 뒤마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한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지난 2월, 서울 공연이 끝난 이후 지방 순회공연에 돌입했다. 제주와 전주, 천안을 거쳐 26일 울산 공연을 마친 <몬테크리스토>는 오는 6월까지 창원·수원·광주·이천·부산·인천·안산·대구·대전 일정이 남아 있다.

2010년 초연 이후 벌써 네 번째 시즌을 맞은 <몬테크리스토>는 EMK뮤지컬컴퍼니를 대표하는 레퍼토리가 됐다. 고전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데다가 시즌이 계속되다 보니, 극 중에는 지금의 관점에서 봤을 때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시퀀스들이 있다. (예를 들면, 단테스가 파리아 신부 덕분에 너무 '쉽게' 세상에 복수할 수 있는 모든 기반을 마련한다든가) 주변부 캐릭터의 단발성 소비(특히 루이자와 발렌타인)도 심한 편이다. 하지만 '완벽한' 작품이 아님에도 매번 <몬테크리스토>가 '평타 이상'의 성과를 거두는 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많은 국내 팬을 보유한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적 작업은 이 작품에서도 훌륭한 성취를 보인다. 화려한 의상과 군무도 쇼 비즈니스라는 장르에 충실하다. 서사가 특별히 복잡하거나 어렵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유치하거나 가볍지도 않다. 원작에 비해 권선징악이 뚜렷하고, 뒷끝이 씁쓸하지 않도록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점 역시 관객이 무대에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돕는다. 역시 대극장 뮤지컬의 교범처럼 되어가고 있는 작품임엔 틀림없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사진 EMK뮤지컬컴퍼니의 주요 레퍼토리 공연인 뮤지컬 <몬테크리스토>가 돌아왔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에드몬드 단테스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되어 돌아와 복수를 한다는 이 작품은, 프랑스 소설을 원작으로 한 라이선스 뮤지컬이다. 지난 2016년 11월 19일 개막하여 2월 12일 서울에서 폐막하고 현재 지방 투어 공연 중이다.

▲ 단테스와 메르세데스 '몬테크리스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배우 중 한 명인 엄기준, 그리고 이번 시즌에 처음으로 합류한 린아. 신구 조화에서 나오는 케미스트리가 훌륭했다. ⓒ EMK뮤지컬컴퍼니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탄탄하고 안정적인 캐스팅이 돋보인다. '새신랑'이 되어 모든 연극·뮤지컬 팬을 대동단결케 한 류정한, 지금까지 모든 <몬테크리스토> 시즌에 참여한 '지옥송' 장인 엄기준, <복면가왕> 이후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카이, 전작 <키다리 아저씨>에서 인생 연기를 보여준 신성록이 주연 에드몬드 단테스(몬테크리스토 백작) 역에 쿼드러플 캐스팅됐다.

단테스의 연인이자, 그가 회심할 수 있도록 돕는 메르세데스 역에는 처연한 눈빛 하나만으로도 무대 위에 자기만의 공간을 만드는 조정은(관련 기사: 아들 몰라보고 죽일 뻔한 남자, 그를 붙잡은 유일한 여자), 필모그래피를 쌓아갈수록 빛을 더해가는 린아가 나섰다. 역시 <몬테크리스토> 전 시즌에 참여 중인 '잘생긴' 최민철은 반동 인물 몬데고를 맡아 훌륭한 무게감을 보여준다. 알버트를 맡은 빅스의 정택운(레오)은, 전작 <마타하리>에 이어 작은 비중임에도 성실한 연기와 노래를 선보인다. 앞으로의 뮤지컬 무대가 기대될 정도로.

무엇보다 이 작품을 주목해야 할 이유는 따로 있다. 부패한 권력자들의 결탁에 맞서 정의를 실현하는, 이른바 복수의 카타르시스. 간명한 스토리에 담긴 이 '사필귀정'의 시원한 메시지야말로 <몬테크리스토>의 매력이다.

지옥의 문 앞에서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사진 EMK뮤지컬컴퍼니의 주요 레퍼토리 공연인 뮤지컬 <몬테크리스토>가 돌아왔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에드몬드 단테스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되어 돌아와 복수를 한다는 이 작품은, 프랑스 소설을 원작으로 한 라이선스 뮤지컬이다. 지난 2016년 11월 19일 개막하여 2월 12일 서울에서 폐막하고 현재 지방 투어 공연 중이다.

▲ 자포코의 조사 자포코로부터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과 자신을 파멸시킨 사람들의 현황에 대해 전해 듣는 몬테크리스토 백작. 그는 화려한 복수를 꿈꾼다. 복수의 카타르시스는 달콤하니까. ⓒ EMK뮤지컬컴퍼니


"웃기는 세상, 사악한 자들이 판치는 곳. 내게 소중한 것 빼앗아간 그 순간마저 짓밟은. 비열한 것들, 너희도 금방 겪게 해주지. 벼랑 끝까지 너희를 몰아 넣고, 죄악의 대가 치러야겠지. 기대해도 좋을 걸 나의 심판을. 혹시 믿었나, 영원한 행복을. 설마 믿었나, 완벽한 인생. 선물할게, 끔찍한 지옥. 너희들에게. 분노한 신의 뜻을 대신하겠어. 신의 뜻으로 아멘." -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제1막, No.12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Hello to Your Doorstep)' 중에서

에드몬드 단테스는 샤또 디프에서 탈옥을 시도하던 파리아 신부를 만난다. 뱃일 말고는 특별히 아는 게 없었던 단테스는, 파리아 신부를 통해 여러 종류의 지식과 검술뿐만 아니라 통찰력도 전수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자신이 왜 이 감옥에 갇힐 수밖에 없었는지, 누가 자신을 모함하여 이 구렁텅이로 처넣었는지.

사고로 인해 결국 감옥에서 생을 마감한 파리아 신부. 그의 목숨을 빚으로 삼아, 단테스는 무사히 탈출에 성공한다. 그리고 파리아 신부가 남겨준 지도를 통해 숨겨진 막대한 보물도 손에 얻는다. 단테스는 자신의 이름을 몬테크리스토로 바꾸고, 파리아 신부로부터 배운 지식과 예법, 그리고 막대한 부를 활용해 백작 행세를 시작한다. 그 사이 자신의 친부는 사망했고, 자신을 아껴준 모렐 선주는 파산했고, 자신이 사랑했던 메르세데스는 한때 친구라고 생각했었던 배신자 몬데고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을 모함했던 이들이 어떻게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지 알게 된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화려한 복수를 계획한다. 자신이 지옥에 갈지언정, 그들 모두 역시 함께 지옥으로 떨어트릴 것을 맹세하며.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사진 EMK뮤지컬컴퍼니의 주요 레퍼토리 공연인 뮤지컬 <몬테크리스토>가 돌아왔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에드몬드 단테스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되어 돌아와 복수를 한다는 이 작품은, 프랑스 소설을 원작으로 한 라이선스 뮤지컬이다. 지난 2016년 11월 19일 개막하여 2월 12일 서울에서 폐막하고 현재 지방 투어 공연 중이다.

▲ 몬테크리스토 안의 단테스 메르세데스마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 단테스는, 철저하게 복수를 꿈꾼다. 그는 "에드몬드 단테스는 죽었다"며, 완전히 다른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살고자 한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진짜 자신을 메르세데스는 찾아낸다. ⓒ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캐치프레이즈는 "정의는 갖는 자의 것, 사랑은 주는 자의 것"이다. 정의는 투쟁을 통해 쟁취해야 할 대상이다. 내 손에 쥐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통해 정의는 실현된다. 그러니 '갖는 자의 것'이다. 에드몬드 단테스가 바로 정의를 가지려는 자이다. 몬데고와 당글라스, 빌포트 등 힘을 가진 자들이, 자신들이 정의라며 더럽혔던 그 가치를 단테스는 탈환하려 한다. <몬테크리스토>의 재미 중 하나가 바로 이 복수의 과정에서 나오는 카타르시스이다.

그러나 <몬테크리스토>는 사적 복수를 통한 자력 구제가 정답이라고 이야기하는 작품이 아니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된 에드몬드 단테스가, 끝까지 복수심에 미쳐 날뛰었다면 정의는 실현되지 않았을 것이다. 복수하겠다며 자신에게 결투를 신청한 몬데고의 아들 알버트, 단테스가 그를 총으로 쐈다면 어땠을까? 알버트의 약혼녀이자 빌포트의 딸인 발렌타인은 알버트를 살려달라며 간청한다. 만약 단테스가 발렌타인까지 연좌제로 묶어 죗값을 치르도록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이 작품의 끝은 전혀 다른 결말을 초래했을 것이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사진 EMK뮤지컬컴퍼니의 주요 레퍼토리 공연인 뮤지컬 <몬테크리스토>가 돌아왔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에드몬드 단테스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되어 돌아와 복수를 한다는 이 작품은, 프랑스 소설을 원작으로 한 라이선스 뮤지컬이다. 지난 2016년 11월 19일 개막하여 2월 12일 서울에서 폐막하고 현재 지방 투어 공연 중이다.

▲ 그 눈빛을 기억해 샤또 디프에서 단테스가 죽은 줄 알았던 메르세데스. 알버트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몬데고와 살게 됐지만 그녀는 한 번도 단테스를 잊은 적이 없다. 그리고 그녀가 기억하고 있는 눈빛을 다시 마주한다. ⓒ EMK뮤지컬컴퍼니


복수에 취해 지옥의 문 앞까지 걸어가던 그를 붙잡은 건 메르세데스였다. 욕망에 취한 이들은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에드몬드 단테스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는 한눈에 알 수 있었다. 14년의 풍파가 그의 외모를 변하게 하였지만, 거친 수염과 화려한 옷으로 치장하고 있지만, 단테스를 사랑하는 메르세데스는, 자신이 기억하는 그 눈빛 속 영혼의 소유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그녀의 손에는 여전히 단테스와의 사랑을 맹세했던 반지가 반짝이고 있으니까.

단테스가 정의를 상징한다면, 메르세데스는 사랑을 상징한다. 정의가 내 손으로 쟁취해야 할 대상이라면, 사랑은 내 손에서 떠나보내 상대의 손에 쥐어줘야 할 것이다. 한 번도 몬데고에게는 준 적이 없었던 사랑을, 메르세데스는 단테스에게 준다. 이 사랑은 온전히 메르세데스의 것이며, 그 사랑은 단테스에게 전달됨으로써 완성된다. 메르세데스로부터 사랑을 받은 단테스는 지옥의 문턱에서 발길을 돌린다. 그리고 메르세데스와 진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한다. 정의와 사랑을 동시에 손에 쥔 채로.

"놀라운 일 많았고, 수많은 삶 살아도 느껴본 적 없었지. 경이로운 순간, 이렇게 뒤늦게야 나 용서를 배우네. 날 버티게 한 분노, 물거품처럼 사라졌어. 모두 끝났어. 다시 돌아갈 수 있어, 그 시절로. 그 동안의 고통은 끝나고, 희망만 남아." -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제2막, No.20 '과거의 나 자신(The Man I Used to Be)' 중에서

정당한 복수에 반기를 드는 이들에게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사진 EMK뮤지컬컴퍼니의 주요 레퍼토리 공연인 뮤지컬 <몬테크리스토>가 돌아왔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에드몬드 단테스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되어 돌아와 복수를 한다는 이 작품은, 프랑스 소설을 원작으로 한 라이선스 뮤지컬이다. 지난 2016년 11월 19일 개막하여 2월 12일 서울에서 폐막하고 현재 지방 투어 공연 중이다.

▲ 언제나 그대 곁에 Reprise "지금 이 순간도, 항상 또 영원히, 우린 항상 함께해. 나 언제나 그대 곁에서 있을 거에요. 우리 함께, 그대와. 어떤 어려움이 우리를 막아서도." ⓒ EMK뮤지컬컴퍼니


근대 국가의 '법치'는 사적 복수를 금지하고, 공적 복수로 정의의 실현을 일원화한다. 억울하고 부당한 일이 있을 때, 법과 제도는 힘없는 자들을 대신해 힘 있는 자들을 심판한다. 그것이 '공권력'이다. 법에 대한 불신이 팽배할 때, 사람들은 제도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고 한다. 복수가 복수를 낳고, 피가 피를 부르는 세상은, 법치가 정의 구현과 국민의 법 감정 해소에 실패했을 때 도래한다.

에드몬드 단테스가 살았던 세계는 그 공권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던 곳이었다. 혁명과 반혁명이 교차하는 혼란기,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사람들은 외곽으로 밀려나며 애꿎은 피해를 본다. 정의를 실현해야 할 권력이 오히려 몇몇 권력자의 손아귀에서 잘못 운용되었다. 때때로 우리도 그런 세상을 본다. 법은 이 사회의 기득권을 위해서만 존재할 것 같고, 저들만의 카르텔이 평생 지속하리라는 착각.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은 바뀌지 않고, 결국 내 살길만 내가 잘 보전하면 될 것 같다는 오해.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사진 EMK뮤지컬컴퍼니의 주요 레퍼토리 공연인 뮤지컬 <몬테크리스토>가 돌아왔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에드몬드 단테스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되어 돌아와 복수를 한다는 이 작품은, 프랑스 소설을 원작으로 한 라이선스 뮤지컬이다. 지난 2016년 11월 19일 개막하여 2월 12일 서울에서 폐막하고 현재 지방 투어 공연 중이다.

▲ 메르세데스의 기도 에드몬드 단테스가 돌아오기를 바라며, 메르세데스는 그가 샤또 디프에 있는 동안 열심히 기도한다. 언뜻 기도는 통하지 않고, 모든 것은 음모를 꾸민 자들이 바라는 대로 흘러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에, 그 기도는 결국 응답을 받은 셈이다. ⓒ EMK뮤지컬컴퍼니


지금 여기의 대한민국. 아버지로부터 딸까지 이어져 영원히 역사에 존속할 것만 같았던 독재의 신화가 부서졌다. 청기와집 아래에서 결탁하여 정치적·경제적·사적 이득을 취하던,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던 이들이 법의 심판대에 섰다. 우리는 공정하고 올바른 법적 절차를 통해 저 위에 군림하던 자를 고꾸라트렸다. 헌법과 법률에 보장된 제도를 통해서, 우리는 우리의 세계를 구해냈다. 정의를 우리 손에 쥐었다. 이제는 서로 사랑하며 새 시작을 준비할 때이다. 자연인 박근혜씨는 내일(30일), 구속영장 심사를 위해 검찰에 출석한다.

물론, 이 정당한 분노, 정의로운 복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복수를 복수로 갚고야 말겠다고 이를 갈고 있는 이들이 태극기를 들고 여기저기에서 설치고 있다. 그 세력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이들을 취하려는 권력자들도 있다. 그들에게 이 작품의 마지막을 상기시키고 싶다. 에드몬드 단테스는 복수하겠다며 칼을 뽑아 달려드는 몬데고에게 마지막 기회를 줬다. 그 기회를 몬데고는 걷어찼고, 그 결과는, 추락 그리고 사망이었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사진 EMK뮤지컬컴퍼니의 주요 레퍼토리 공연인 뮤지컬 <몬테크리스토>가 돌아왔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에드몬드 단테스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되어 돌아와 복수를 한다는 이 작품은, 프랑스 소설을 원작으로 한 라이선스 뮤지컬이다. 지난 2016년 11월 19일 개막하여 2월 12일 서울에서 폐막하고 현재 지방 투어 공연 중이다.

▲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포스터 지난 2016년 11월 19일 개막하여 2월 12일 서울에서 폐막하고 현재 지방 투어 공연 중인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뮤지컬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한 번은 볼 만한 작품이다. 요즘 같은 시국에 관객의 답답한 마음을 조금은 풀어줄 공연. 지방에서 공연을 관람할 기회 자체가 많지 않은 현실에서, 이번 지방 투어를 가급적이면 놓치지 말자. ⓒ EMK뮤지컬컴퍼니



몬테크리스토 메르세데스 지옥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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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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