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3일 새벽 1시(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리옹의 스타드 데 뤼미에르에서 열린 유로2016 F조 조별리그 헝가리와의 최종 3차전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포르투갈을 16강으로 이끌었다.

세계적인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 연합뉴스/EPA


얼마 전, 한화 이글스의 김성근 감독이 2017년 WBC에서 한국 국가 대표 팀이 무기력하게 탈락하자 "내가 예전부터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한국 야구는 위기다"라고 이야기했다. 김성근 감독은 한국 야구의 문제점으로 더 이상 김광현과 류현진과 같은 투수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는 등 한국 야구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 지적했다.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위기를 겪는 게 단순히 한국 야구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몇 년 동안 MLB와 NPB 등과 같은 해외 리그에서도 이러한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특히, MLB인 경우 2013년 드래프트에 지명된 크리스 브라이언트 이후 '역대급'이라고 할 수 있는 천재가 등장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좀더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MLB는 브라이스 하퍼와 매니 마차도, 맷 하비, 크리스 세일 등이 지명된 2010년 드래프트 이후 '역대급 드래프트'가 없는 상황이다. 이는 올해 있을 드래프트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야구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 종목이 이처럼 재능의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뛰어난 재능이 가장 많이 나온다고 하는 축구와 NBA 역시, 1980, 90년대 황금 세대의 플레이를 지켜봤던 올드 팬들의 눈을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오늘날 월드 클래스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줄어드는 이유는 뭘까?' 그리고 '정말 월드 클래스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줄어드는 것일까?'를 말이다.

1) 선진국의 출산율 감소

어떤 이들은 예전만큼 스포츠계를 주름잡고 있는 선진국들의 출산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예전만큼 월드 클래스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는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십만 명의 사람들과 경쟁하면서 끝가지 살아남은 한 명이 만 명의 사람들과 경쟁하면서 끝까지 살아남은 한 명 보다 더 뛰어난 것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대부분의 선진국들의 출산율이 예전만큼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인 경우, 경제 위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등과 같은 서유럽 국가들이 출산율이 증가하는 이유를 많은 이들이 그들의 체계적인 복지 제도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시리아 난민을 비롯한 이슬람 문화권으로부터 넘어온 이민자들의 유입과 과거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던 아프리카 대륙 사람들의 이민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사실상 스포츠계를 주름잡고 있는 선진국들의 출산율이 감소하는 이유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봐야만 한다. 왜냐하면 높아진 물가와 불안한 경제 체제, 그리고 소수의 부자들만이 부를 독점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심화로 인해서 선진국의 출산율이 자연스럽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2차적인 문제다. 필자가 생각하는 진짜 문제는 출산율 문제가 아닌 다른 것을 뽑고 싶다.

2) 미디어의 발전과 막대한 자본의 유입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오늘날의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다. 오늘날의 스포츠는 선수들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물론, 그만큼 선수들에게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선수들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오늘날의 스포츠가 선수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된 이유는, 아래에서 설명할 전술적인 부분도 어느 정도 있지만, 선수들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이 늘어난 것과 함께 인터넷과 미디어의 빠른 발전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인터넷과 미디어가 빠르게 발전하게 되면서 대중들은 어느덧 전문가 못잖은 스포츠 지식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중계권 문제만 없다면, 언제 어디서든지 간에 TV 중계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인터넷 뉴스와 블로그를 비롯한 다양한 미디어 매체들을 통해서 그 팀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스포츠 게임의 등장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가장 대표적인 스포츠 게임 회사인 EA SPORTS, 2K, KONAMI, SEGA 등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경기를 컴퓨터 게임과 같이 인식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선수들에 대한 기대감이 자연스레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필자가 알고 있는 몇몇 이들은 선수들이 왜 게임처럼 플레이할 수 없는지에 대해서 의아함을 나타내기도 한다.

무엇보다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부가 축적되면서 경기장에 찾아가는 사람들의 수요도 자연스레 증가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클럽은 팬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또 더 많은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 선수들의 영입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선수들의 몸값은 오를 수밖에 없었고, 선수들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눈높이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바로 이 몸값이다. 선수들의 몸값이 기하학적으로 늘어나게 되면서 대중들은 그 선수의 장점 보다 단점을 더 집중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어린 선수들을 육성하는 유소년 클럽들이나 고등학교, 대학교 등에서 육성되는 유망주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약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다재다능함을 갖추는 게 필수가 되었다. 문제는, 이에 따라 선수들이 과거 1980, 90년대에 뛰었던 황금 세대의 선수들처럼 자신들만의 확실한 강점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스포츠는 오늘날처럼 육각형 모양의 다재다능한 선수보다 어느 정도 약점은 있어도 몇몇 부분에서만큼은 확실한 강점을 가지고 있었던 삼각형에 가까운 선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스포츠에 막대한 자본이 유입되면서 선수들의 몸값이 증가하고, 미디어의 발전으로 대중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게 되면서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약점이 비판받는 빈도가 예전과 달리 극대화되는 경향이 생겼다. 또한, 이들에게 막대한 연봉을 지불하는 스포츠 클럽들 역시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보다 다재다능한 선수를 요구하는 경향이 생겼다.

이러한 현상은 어린 선수들에게 매우 좋지 않다. 어린 선수들은 코치들로부터 다양한 교육을 받지만, 그 이전에 자신만의 확실한 강점을 갖추는 데 주력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스포츠가 자연스레 선수들에게 다재다능함을 요구하게 되면서 선수들은 자신만의 확실한 강점을 갖추는 것보다 자신들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 주력하는 빈도가 늘어났다. 그렇게 해야 자신들이 프로 무대에 데뷔할 확률이 높고, 프로 무대에 데뷔 이후 살아남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다재다능함 어느 정도 버린다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좀 더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3) 빠른 전술의 변화와 조직력을 중요시 하다

막대한 자본의 유입과 미디어의 발전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지만, 필자는 빠른 전술의 변화와 조직력을 중요시하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스포츠 전술은 종목을 막론하고 변화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그리고 확실한 전술적 철학을 가지고 있는 감독들의 수가 자연스레 증가하면서 그 속도가 더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감독들은 자신들의 철학에 맞는 선수들을 선발로 내세울 수밖에 없고, 선수들은 선발 출전을 위해서 그 감독에 맞는 선수로 변화하고자 한다. 또, 감독들이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라는 논리를 확고히 하면서 팀의 조직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생겼다. 이에 따라 팀을 분열시킬 수 있는 선수들이 아무리 뛰어난 기량을 갖춘다고 해도 팀을 떠나는 현상이 늘어나게 되었다.

문제는, 이처럼 빠른 속도로 전술이 변화하는 점과 조직력을 중요시하는 부분이 무조건 좋은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어제만 해도 월드 클래스 기량을 갖췄다고 평가받았던 선수들이 몇 가지의 단점 때문에 선발 명단에서 제외되는가 하면, 현대 스포츠에 맞지 않다는 좋지 못한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 때문에 필자는 월드 클래스 선수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이러한 급격한 전술적인 변화 때문에 예전만큼 월드 클래스 기량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선수들의 숫자도 함께 줄어들었다고 생각한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선수가 하메스 로드리게스와 메수트 외질이다. 이들 모두 월드 클래스 기량을 갖춘 선수들인 것은 사실이지만, 오늘날 축구의 전술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단점 때문에 몇몇 이들로부터 '계륵'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또한, 오늘날에 들어서면서 재평가를 받는 월드 클래스 선수들도 많아졌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1950년대와 1960년대 축구계를 제패했던 페렌츠 푸스카스와 수비형 미드필더의 교과서로 평가받는 클로드 마켈렐레 등이다. 선수 시절 왼발로 축구계를 정복했던 푸스카스는 몇몇 이들에게 '왼발 밖에 사용하지 못 하는 반쪽짜리 선수다. 그가 오늘날 축구계에 뛴다면 그는 계륵과 같은 선수로 전락할 것이다'라는 평가를 받는가 하면, 마켈렐레는 '수비력과 폭넓은 활동량은 인정하지만 플레이 메이킹과 빌드업 능력, 패스 능력에서는 아쉬운 선수다. 그가 오늘날 축구계에 뛴다면, 계륵이나 다름없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패스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고 해도, 또 양발을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또 수비력이 좋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더라도 그것을 상쇄할 수 있는 뛰어난 장점이 있었다. 아니, 전술과 조직력을 중요시하는 측면이 지금처럼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선수들의 약점이 지금처럼 치명적으로 작용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전술이 발전하면서, 또 조직력을 중요시하는 측면이 강해지면서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약점이 치명적으로 작용하기 시작했고, 감독들은 승리하기 위해서, 또 자신들의 철학을 위해서 자신과 맞는 선수들, 그중에서도 뚜렷한 강점은 적지만, 그만큼 약점이 적은 다재다능한 선수들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러한 선수들의 선례는 어린 선수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린 선수들은 선배들의 사례를 보면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포기하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보완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너무나 빠른 속도로 전술이 변화하고 있다 보니 어제까지만 해도 각광받았던 선수가 오늘이 되면 계륵이 되는 선수로 추락할 수 있다. 감독들 역시 마찬가지다. 어제까지만 해도 뛰어난 전술가로 각광받았던 감독이 오늘이 되면 시대에 뒤처진 감독으로 추락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이러한 전술적인 변화 때문에 선수들과 감독들이 현역에서 은퇴하는 시기가 늘어나기보다는 앞당겨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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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에 앞서 먼저 게재한 글입니다. http://ryuilhan1993.blog.me/22096103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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