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 조기 마감한 WBC를 뒤로 하고 시범경기가 진행중이다. 겨우내 많은 팀에서 사령탑이 바뀌기도 했고 큰 돈을 들여 좋은 선수를 보강하고 따뜻한 곳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했으며 이제 한국 땅에 돌아와 시범경기를 진행함으로써 3월 31일부터 시작되는 긴 패넌트레이스를 치르기 위해 실전감각을 쌓는 중이다.

kt위즈는 초대 감독이었던 조범현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고 덕장이라 불리는 김진욱 감독을 2대 감독으로 선임하며 통 큰 투자를 약속했다. 하지만 kt위즈는 감독과 함께 단장도 교체가 되었고 거포 3루수를 원했던 김진욱 감독의 바람은 지난 스토브리그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난 시즌 중반까지 kt위즈에서 3루수로 뛰었던 고 앤디 마르테와 부상 등의 문제로 재계약을 하지 않았고 대신 1루수 조니 모넬을 영입하며 3루에 공백이 생겼다.

KT 심우준 이번 시즌 심우준은 3루수로 많이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 KT 심우준 이번 시즌 심우준은 3루수로 많이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 KT위즈


김연훈, 문상철, 김사연 등 3루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선수는 있지만 주전급 선수라고 보기는 어려운 선수들이라 겨우내 김진욱 감독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삼성과의 시범경기 2연전을 통해 본 김진욱 감독의 선택은 심우준이었다. 지난 시즌부터 심우준은 박기혁의 뒤를 이을 유격수 자원으로 분류된 선수였다. 3루수로 종종 기용되기는 했으나 대부분 박기혁의 부상으로 인한 공백이나 체력 안배가 필요할 때 유격수로 기용되었다. 이번 시즌에는 주전 3루수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2017시즌은 심우준에게는 시험적인 시즌이 될 것이다. 이런 심우준을 보면 두산 베어스의 3루수 허경민이 떠오른다.

2008년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 우승의 멤버인 허경민은 당시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다. 같이 출전한 멤버 중 김상수(삼성 라이온즈)와 오지환(LG 트윈스)이 현재 프로에서 유격수로 뛰고 있지만 당시 유격수는 허경민이었을 만큼 유격수로서 재능이 있었다. 하지만 2009년 두산 베어스에 2차 1라운드로 지명되어 입단했을 때 허경민에게는 자리가 없었다. 주전 유격수로 손시헌이 뛰고 있었고 이대수, 김재호 등 백업도 탄탄했다. 그 사이 군복무를 마쳤고 김동주가 전열에서 이탈하고 이원석이 군복무를 위해 상무에 입대하게 되자 3루 자리에 공백이 생겼다. 최주환이 비어있는 3루를 선점했지만 수비에 밀려 포지션 경쟁자인 허경민에게 자리를 내주었고 당당히 주전으로 거듭났다.

주전 3루수로 도약한 허경민은 두산 베어스의 2015, 2016시즌 우승의 숨은 공신이었다. 비록 한국시리즈 MVP를 정수빈과 양의지에게 2년 연속 내주기는 했지만 2년간의 한국시리즈에서 36타수 15안타 12타점 0.417의 타율을 기록했다. 또한 프리미어12와 2017 WBC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프리미어12 우승에 일조했다. 팀내 포지션 경쟁에서 밀렸지만 유격수에서 3루수로 포지션을 옮겨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심우준이 허경민의 전철을 밟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 현재 무주공산이나 다름 없는 3루자리에 심우준이 들어선다면 선수 개인에게도 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심우준의 수비력은 인정 받았기 때문에 타석에 더 자주 들어서서 경험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kt에는 박기혁의 백업 선수로 마땅한 자원이 없다는 게 약점이다. 이미 박기혁이 나이를 많이 먹었다는 점도 그것이다. kt위즈가 심우준을 한 해 동안 3루수로 기용하고 다음 시즌에는 FA로 3루수를 영입한 뒤 심우준을 다시 유격수로 돌릴 가능성도 있다. 혹은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kt위즈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네이버 블로그 '무명작가'에 게재된 글입니다.
심우준 KT위즈 허경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