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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언니'도 싫고, '따뜻한 말'과도 거리가 먼 사람이라. 그런데 책 표지에 둥실둥실 떠 있는 소제목들이 눈에 콕 박혔다. '완벽주의, 개나 줘버려', '사람들은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선택은 회사만 하는 것이 아니다' 뭐지 이 책? 자기계발서 맞나? 직장인 지침서라며? 따뜻한 말보다는 솔직한 말 같은데? 호기심에 책을 펼쳤다. 솔직함 속에 숨은 따뜻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아끼는 직장 동료 여럿에게 선물했다.

직장생활에 대한 솔직하고 가감 없는 이야기들을 더 들어보고 싶어 3월 둘째주, 작가에게 메일을 보냈다. 책날개 저자 소개에 '하루 중 꽤 많은 시간을 동료들의 상담에 할애하는 반전 있는 캐릭터'라고 되어있는데, 그 상담에 나도 몰래 낀 기분이었다.

인터뷰를 하면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를 끊임없이, 구체적으로 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불만만 늘어놓고 끝낼 게 아니라 그 너머를 보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부장의 신경질에, 컨트롤 안 되는 후배에 치여 답답한 오후 4시쯤 몰래 읽어볼 것을 권한다.

주인의식은 주인만 갖는 거다?

언니의 따뜻한 말 한마디
 언니의 따뜻한 말 한마디
ⓒ 윤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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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말이 인상적이에요. '회사를 왜 다니냐'는 부하직원의 질문에 '친구 사귀러 다닌다'라고 대답하셨다고. 회사에서 친구를 사귀는 비법(?) 같은 게 있는지. 회사에서 만나는 친구는 다른 친구(학창시절 친구, 동네 친구 등)와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제가 '친구 사귀러 회사 다닌다'고 하니 팀원이 '처음 들어본 대답'이라더라고요. 자아실현 같은 거 얘기할 줄 알았다고. 저는 진심이에요. 누구든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훨씬 지내기가 좋죠. 그런 사람이 있어야 회사에서도 버틸 수 있어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친구 사귀는 비법이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끼리끼리라고 하잖아요. 나와 비슷한 사람이 반드시 한 명은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마음 맞는 사람과 만나진다고 믿어요. 다만, 제가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해요. 이런저런 매력이 서로를 당겨 친구가 되는 거니까요. 제게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 사람을 당기는 힘,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다가갈 수 있는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요.

주의할 점이 있다면, 인맥 관리를 친구 사귀기로 착각하면 안 될 것 같고요, 내 편이 돼 줄 거라는 생각도 친구를 만드는 것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들이 원하는 모습을 자꾸 의식하게 되니까요. 나는 나고요, 이런 나에 공감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해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학교 때 친구, 동네 친구, 회사에서 만난 친구의 다른 점을 잘 모르겠어요. 같은 회사 다니는 동안은 아무래도 회사 얘기를 많이 하지만, 퇴직 후 만나면 또 자연스럽게 화제가 다양해지더라고요. 대신 OB모임처럼 같은 곳에서 일했다는 공통점 하나로 다 같이 만나는 모임은 전혀 안 나가요. 하하. 좋은 사람, 편안한 사람만 골라서 만나요. 이게 친구 사귀는 비법일까요?"

- 개인적으로 회사에 다니면서 가장 힘든 건, '내가 없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부속품이 된 느낌'인 것 같아요. 회사에 다니면서도 나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내가 없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부속품이 된 느낌'. 많이들 호소하죠, 저도 그랬고요. 그런데, 그게 진짜 고민을 정확히 표현한 걸까요? 직장에서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진짜 고민이 뭔지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걸 발견하게 돼요. 배운 사람들답게(?) 이런저런 포장을 하고 가면을 쓰는 것에 익숙해 있는 거죠. 그래서 진짜 고민이 무엇인지 들여다보는 것에 대화 시간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게 돼요.

제가 초급 관리자를 막 달았을 때 잘 안 맞는 팀원이 있었어요. 수시로 선배를 찾아가 그 친구의 문제를 이야기했죠. 저는 관리자로서 팀원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를 물었었어요. 그러자 선배는 "걔 다른 팀 보내라, 네 관리 능력을 의심받을까 봐 끌어안고 있는 거 아니냐. 그거 욕심이다"라고 하더라고요. 맞아요, 제 진짜 고민은 팀원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가 아니라 그 친구 때문에 내 관리 능력에 흠 잡히면 어떡하지 하는 것이었어요. 진짜 고민! 거기서 시작해야 해결에 이를 수 있는 건데 그게 잘 안 돼요.

뭔가 불안하고 고민될 때, 포장을 풀고 가면을 벗고 진짜 고민이 무엇인지 깊이 들여다봤으면 좋겠어요. 그게 나 자신을 잃지 않는 방법이기도 할 것 같아요. 예컨대, '그냥 다 힘들어'라기 보다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거예요. '힘들다'에서 시작해서, 왜 힘들지? 인정받지 못해 속상한 건가? 누구에게 인정을 못 받고 있지? 그게 나한테 진짜 중요한 건가? 그 사람한테 인정받는다고 내가 행복해지나? 이 감정이 나를 얼마나 힘들게 하고 있는 거지? 이런 식으로요. 그렇게 나를 중심에 두고 질문을 해 나가야, 해답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내가 없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부속품이 된 느낌'.
 '내가 없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부속품이 된 느낌'.
ⓒ 이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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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바칠 것이냐 말 것이냐 

- 요즘 나오는 직장생활에 대한 콘텐츠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뉘는 것 같아요. 무조건 열심히 하라는 열정파,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다는 시니컬파. '언니의 따뜻한 말 한마디'는 그 중간 어디쯤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조건적인 열정을 배제하는 동시에 나 자신을 돌아보고 중심을 잡으라는 메시지인 것 같은데... 회사 일에 열정을 너무 쏟아부으면 나만 손해 보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주어진 일만 정도껏 하면서 상사 욕하는 재미로 다니면 또 조금 공허한 기분이 들기도 해요.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회사 일에 100%를 쏟지 않으면 어디다 쏟아야 하는 걸까, 그런 생각도 들고. 회사 일에도 100%를 쏟지 못하면 다른 일에도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갈 것 같고.
"자본주의가 원래 인간이 맹목적으로 활기를 추구하도록 조종하고 있어요. 그렇지 못할 경우 죄책감을 느끼게 만들고요. 우리  조종당하지 말자고요.(웃음) 100%의 에너지를 쏟는 자체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걸 왜 하필 회사 일에 쏟아야 하죠? 마음이 동하면 열정적으로 일하다가, 지치면 좀 쉬고, 하기 싫으면 좀 놀고, 그러다 너무 놀았다 싶으면 또 일하고. 오히려 이렇게 스스로 자신의 리듬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하더라고요. 항상 100%를 발휘하는 것보다."

- 글을 보면 열정, 헌신, 주인의식, 완벽주의, 성실함 같은 개념들에 반대하는 입장인 것 같아요.
"열정이나 헌신, 주인의식, 성실함, 완벽주의 모두 좋은 말이죠. 다만 저는 이런 가치들이 사람을 맹목적으로 만들기 쉽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조직의 소통을 막는 결과로도 이어지고요. '월급 받잖아', '직장을 다니는 이상 성실함은 기본이지', '관리자인데 헌신이 안 보여' 하는 말을 저도 들었거든요. 제가 가진 문제 의식은 듣지 않겠다는 얘기잖아요? 그런 조직은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돼요. 더구나 21세기잖아요. 자꾸 맹목적으로 따르는 '돌쇠'를 찾는 상급자들을 보면 답답해요."

- 직원의 헌신을 강요하는 관리자에 관한 글, '저는 최 참판 댁 소작농이 아닌뎁쇼'에 많이 공감했어요. 요새도 그런 관리자들, 정말 많거든요. 관리자들이 동기부여 하는 역할을 해 줘야 한다는 작가님 의견에 공감해요. 한데 말단인 저 같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헌신을 강요하는 관리자들을 대할 때 팁이 있다면?
"우선, 거부하는 용기를 가져야죠. 방법적인 면에서는 각자의 스타일에 맞는 방식을 택하면 될 것 같아요. 툭하면 오후 6시 이후에 회의를 잡는 관리자가 있어요. 저는 두 번 중 한 번은 선약이 있다고 빠지는 방법을 택하되 참석하는 날에는 아주 모범적인 태도를 취하는 편이에요. 다른 동료들을 보면 회의 내내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한숨 쉬며 싫은 티를 내는 경우도 있고요. 자기 식대로 거부하는 거죠. 물론, 그 와중에 헌신적인 동료들도 있어요. 상급자는 저더러 당장 "헌신이 안 보인다"고 했지만, 그렇게 두 달쯤 지나자 6시 이후 회의는 사라졌어요. 거부하는 용기를 갖되, 거부의 방식은 각자 편한 대로, 그리고 작정한 경우가 아니라면 파국은 피하는 방법이면 좋겠네요."

직장 내 '또라이'를 대하는 법

- 개인적으로 회사생활을 하면서 힘든 건,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를 하는 관리자들을 대할 때예요. 책에 "열심히가 아니라 잘해야 한다", "뭔가 바쁘게 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것보다는 시야를 넓히는 도전을 해라", "실패를 경험해야 다른 방식의 대처가 가능하다. 완벽주의를 벗어던져라", "담담하게 부딪혀라" 등 주옥같은 말들을 많이 쓰셨는데... 저는 그러고 싶은데 위에서 안 도와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나는 완벽주의를 벗어버리고 크게 보고 부딪히고 싶은데 위에서 재량권도 주지 않고 자꾸 오타와 자잘한 실수를 걸고 넘어진다면?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오타랑 줄 간격만 지적하는 상급자의 관리 스타일에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라는 그럴싸한 이름을 붙여주면 안 될 것 같아요!(웃음) 그런 상급자를 견디는 건 어려운 일이죠. 그런데, 아직 사회초년생이라면 온 힘을 다해 견디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직장생활을 계속할 거라면 일단 일정한 경력을 갖는 게 무조건 유리하니까요.

그 기간을 거치고 나면 '낭중지추'를 믿으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재주가 있는 사람은 아무리 재주를 숨기려 해도 보이거든요. 그게 꼭 업무적 능력만이 아니라 친화력이라던가, 협력하는 태도라던가 두루두루요. 데리고 일하고 싶다는 관리자들이 많아지고, 이런저런 기회가 생길 거라고 자신을 믿어보면 좋겠어요.

고급 관리자가 된 후라면 할 이야기가 없네요. 저는 퇴직을 선택했어요. 제가 자신을 밟고 올라설까 봐 두려워하는 상급자에게는 신뢰를 쌓을 방법이 없었거든요. 퇴직을 하고 나서야 저를 믿고 수시로 도와달라고 했죠. 아직도 가끔 내가 다른 선택을 할 수는 없었을까 생각해요.

- 직장 내 '또라이'를 대하는 비법이 있다면?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또라이한테 걸려서 괴로운 경우가 꽤 많잖아요. 특히 그 또라이가 선배인 경우, 가끔 대들기는 해봐도 큰 틀을 바꾸지는 못하니까 벗어나지도 못하겠고. 또라이가 아부에 강한 경우에는 팀장들이 도와주지도 않고...
"책 중 <당신이 매번 당하는 진짜 이유>라는 글에도 썼는데, 이른바 '또라이'를 대처할 방법이 없어서 문제일까요? 아니에요.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싸우고 싶지 않은 게 문제예요. 상대가 더 난리 치면? 상황이 더 나빠지면? 하는 불안요인들이 훨씬 크게 다가오는 거죠.

그런데, 저는 자꾸 싸우라고 말하고 싶어요. 싸움도 해 봐야 늘잖아요. 음... 자기계발서 저자답게 말하자면 싸움이 아니라 '갈등관리'라고 해야겠네요. 갈등과 문제 상황에서의 해결 능력을 키우려면 결국 부딪쳐봐야죠. 또라이는 어디나 있다고 하잖아요. 그리고 막상 부딪쳐보면 직전까지 크게만 보였던 리스크가 별거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거예요. 그러면서 갈등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방법도 익히게 될 거고요."

직장에서 진짜 어른으로 성장하기?

- 제가 가장 부러운 사람은 하고 싶은 일과 하고 있는 일이 일치하는 사람이에요. 회사에서도 그럴 수 있을까요? 둘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부장의 신경질에, 컨트롤 안 되는 후배에 치여 답답한 오후 4시쯤 몰래 읽어볼 것을 권한다.
 부장의 신경질에, 컨트롤 안 되는 후배에 치여 답답한 오후 4시쯤 몰래 읽어볼 것을 권한다.
ⓒ 이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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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말하면 잘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 하고 있는 일, 이 세 가지가 일치할 때 행복하겠죠. 그런 '순간'은 반드시 있더라고요. 다만, 그 순간이 항시적이거나 영원하지 않은 거죠. 회사 가는 길이 소풍 가는 길 같았던 때도 있었어요. 세 가지가 대략 일치하는 데다가 동료들도 하나같이 훌륭했거든요. 2년 조금 넘는 기간이었는데, '이게 무슨 복이냐, 지금까지도 없었지만 앞으로도 없을 시간이다'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렇게 주변 환경까지 받쳐준 경우는 그 이후에는 없었네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세상 모든 일이 항시적이거나 영원하지 않잖아요? 어떤 순간이 있을 뿐이죠. 하루 중 몇 분, 일주일 중 몇 시간, 1년 중 며칠이라도, 우리는 위 세 가지가 일치하는 순간을 보내고 있을 거예요. 그것만 해도 대단하지 않나요? 그 순간에 깨어있고 즐기면 좋겠어요."

- 책 부제가 '진짜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은 2030직장인을 위한 지침서'예요. 회사 생활을 통해 '진짜 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 될 수 있다면, 어떤 면을 통해서 성장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
"어른이 된다는 게 어떤 걸까 요즘도 생각하는데요, 여전히 잘 모르겠어요. 넘어졌는데도 울지 않을 수 있게 된 예닐곱 나이에도 어른이 된 줄 알았거든요. 그렇게 이제 어른이 됐나 싶으면 또 다른 시험대가 늘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시련과 상처를 자원화하면서 어른이 되는 거라고 하는데, 그런 면에서 직장은 성숙해질 수 있는 딱 좋은 환경 아닌가요? 자원화할 수 있는지 여부는 내 몫이지만 어쨌든 시련이 계속 닥치는 곳이니까요.

시련과 상처를 내 자산으로 만들자면, 그것을 내 식대로 풀 수 있어야겠죠. 다른 사람의 시선, 고정관념, 정해진 틀 너머를 상상하는 게 그 시작일 것 같고요, 제 책은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그 너머를 상상할 것인지 하는 이야기를 담았어요. 우리는 '원래 그래'라는 주문에 너무 쉽게 넘어가거든요.

예컨대, 휴가 쓰겠다는 부하직원 문자에는 예의 없다고 화를 내면서 해고 통보를 문자로 하는 회사에는 "회사란 원래 냉정한 곳이지" 하거든요. 모욕적인 언사를 일삼는 상급자를 두고도 "무시해, 저 사람 원래 그래"라고 하고요. 그리고 더 이상 뭘 할지 생각하지 않아요.

꼭 뭘 해야 한다기보다 일단, 뒤꿈치를 들고 '원래'의 너머를 보면 좋겠어요. 그러다 보면 내 식대로 풀어갈 방법도 떠오를 거예요. 그래야 시련과 상처가 휘발되거나 단순 봉합되지 않고 나의 자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하나를 겪고 나면 조금 더 자란 어른이 되어있지 않을까요?"

- 친구 말고 회사생활에서 얻고자 노력해야 하는 건 뭘까요? 성장의 방향을 어디로 잡아야 할까요?
"먼저, 회사생활에서 뭘 꼭 얻어야 하나요? (웃음) 그래도 성장의 방향에 대해서는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요. 사람과 세상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기본적으로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잖아요. 의식적으로 밖을 향해 눈을 돌릴 필요가 있더라고요. 나를 둘러싼 울타리를 조금씩 넓혀가는 노력, 그래서 나를 객관화하는 동시에 더 많은 타인을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성과, 승진, 더 많은 연봉 같은 것은 쫓는 게 아니라 따라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더구나 그것들이 언제나 내 노력과 비례하지도 않고요. 어쩌다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해도 그게 나의 내적인 성장과 무슨 상관이겠어요."

- 꼭 지켜야 할 내 중심이란 건 구체적으로 뭘까요? 커리어의 방향? 직장생활에서 얻고자 하는 것?
"어떤 상황에서든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 것. 이게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앞서도 말했지만, 우리는 우리의 진짜 고민을 잘 몰라요. 그래서 내가 진짜 행복한 길이 뭔지도 잘 몰라요. 그리고 엉뚱한 길로 가죠.

저는 일정 기간을 계약직으로 근무했는데, 국장이 내 계약연장 권한을 갖고 있다는 생각에 처음 몇 년을 국장의 의중과 국장의 시선을 살피는 노예(!)로 살았어요. 그리고 힘들어했죠. 심리적으로도 위축되고, 일도 내 생각은 치워두고 국장의 생각을 잘 수행하는 선에서 끝내곤 했어요. 망했죠.

정말 오래도록 생각했어요.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뭘까. 내가 진짜 원하는 건 정규직이 되는 게 아니라 멋진 사람이 되는 거더라고요. 물론 정규직이 되고 싶기도 했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건 멋진 사람이 되는 거였어요. 그때부터 국장의 노예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 작가님은 자기 중심을 지키면서 회사생활을 해 나가신 것 같아요. 반면 "답답하면 당신이 팀장 하든가"라는 말씀도 하시고. 자기 중심을 지키면서도 승진도 하는 비결이 있다면?
"제가 늘 자기중심을 지켰던 건 아니에요. 앞에서도 얘기했지만요. 어떤 순간에 정신을 차렸던 거죠. 그리고, 그게 도약의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여기서 도약이란, 직장에서의 성취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제가 내적으로 단단해진 느낌을 의미해요. 그리고 앞서도 말했지만, 취업도 그렇고 승진도 그렇고, 능력 있고 잘해서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2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는데요, 점점 더 확신하게 돼요.(웃음) 내가 뭔가 노력하고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되는 거더라고요. 그러니 너무 애쓰거나 너무 낙담하지 말고, 시간을 내 편 삼아서 길게 보고 버티면 좋겠어요."

- 다음 책은 뭐에 대한 건가요?
"아직 고민 중이에요. 글을 쓴다는 건 어쨌든 나의 정체성을 드러낸다는 건데, 제가 이 부분에서 두려움이 크더라고요. 새로운 글을 쓰는데, 제 경험을 빼거나 다른 사람의 경험으로 각색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래서 출간을 할 수 있겠나 싶더라고요.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언니의 따뜻한 말 한마디 - 진짜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은 2030을 위한 "쿨한" 직장인 지침서

윤정연 지음, 책뜨락(2016)


태그:#자기계발서, #서평, #저자 인터뷰, #윤정연, #직장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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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부부의 히말라야 여행,' '불량한 부부의 불량한 여행 - 인도편'을 썼습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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