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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기사 : [3.8 세계여성의날③] "정시퇴근만이라도..." 우린 왜 이게 어려울까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대전지역 여성단체의 이야기를 3월 1일부터 8일까지 연재합니다. - 기자 말

"선생님~ 연필 깎아주세요."

일주일에 두 번 우리 단체에 한글 공부하러 오는 52살 지적장애 회원이 건네는 인사이다. 가끔씩 당뇨가 심하고 기운이 없어 공부시간 내내 엎드려있기도 하지만 이 날 만큼은 그녀가 '학교'로 여기는 우리 여성장애인연대에 오는 경건한 시간이다.

벌이도 없이 음주와 폭력만 일삼는 남편을 피해 갓 스물 넘은 딸과 살지만 딸이 얼마의 수입이 있고 비장애인 남편이 근로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 수급자도 탈락되어 생계와 약 복용 등도 어려움을 겪다가 최근 주민센터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의료비 수급과 주거급여 혜택은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생계는 앞으로도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1908년 미국의 사회적 약자, 여성들이 생존권과 인간답게 살 권리를 요구하며 처음 나선 3.8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2017년 대한민국 사회적 약자 중의 약자, 한 여성장애인의 실상이다.

2017년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바람을 전한다

대전여성장애인연대 활동 포스터
 대전여성장애인연대 활동 포스터
ⓒ 대전여성장애인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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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활동을 하는 대전지역 여성장애인의 경우도 월 평균 소득 합계 '50만 원 미만'이 70%, 월평균 가구소득 합계 '100만원 미만'이 40%정도이다. 게다가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약간의 수입도 수급권 박탈의 위험을 느껴 아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교육상황을 볼 때도 장애인실태조사 2011년도 기준 여성장애인 중졸 이상 학력은 37.6%로 남성장애인의 68.1%와 현저한 차이가 있으며 대전시 여성장애인의 최종학력을 보면 '무학'이 21.9%, 대학이상의 학력은 9.8%로 전반적인 교육 수준이 매우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학업 중단의 이유는 본인의 의지보다는 집안형편과 사회환경적 요인에 있음을 알 수 있어 평생교육프로그램을 통한 다양한 학습의 기회제공이 절실히 필요하다.

대전여성장애인연대가 빈손에서 시작해 지역 여성장애인 삶의 질 향상과 인권 확보를 위해 10년이 넘도록 달려온 결과 정회원 400명의 단체로 성장하며 기초교육과 다양한 사회교육, 인권교육들을 수행하고 있다.

한 회원은 아들이 학교에 입학하면 어머니의 학력란에 무학이라고 쓸 수 없다며 2009년부터 본회에서 운영하는 기초교육인 검정고시 초등과정을 시작으로 포기하지 않고 공부한 결과 고등과정까지 합격하고, 2017년에는 대전 모 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수시전형에서 합격하여 사회복지사가 되어 다른 사람들을 돕겠다는 꿈을 이루어 가고 있다.

여성대통령이 취임하여 열악한 여성장애인의 삶에 보탬이 될 것으로 일말의 기대를 했으나 오히려 한 해도 빠짐없이 예산감축, 사업 통폐합으로 흔드는가 하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여당 야당 가릴 것 없이 여성장애인 교육권에 관련해서는 질의조차 없었다. 장애인정책발전 5개년 계획이 4차에 걸쳐 시행되고 있지만 여성장애인 정책과 제도가 나열만 되어 있을 뿐,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실제 추진이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2017년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바람을 전한다. 여성장애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각 부처가 중장기적인 종합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 '여성장애인역량강화지원센터'와 같은 성인지적인 관점이 반영된 생애주기별 지원 정책을 제도화해야 한다. 이는 여성장애인의 생존권을 향한 절박한 요구이기도 하다.

대전여성장애인연대는요
2006년 4월 19일 창립했다. 성폭력과 교육의 사각지대에 있는 여성장애인들을 위해 부설기관으로 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라온 평생교육원을 운영하고 있다. 여성 장애인의 자립을 위해선 직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대전여성장애인자립지원센터도 꾸렸다. 2014년 7월부터는 라온 여성장애인합창단을 창단하여 정기공연과 창작뮤지컬도 무대에 올리며 지역 내 큰 울림을 주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전혜련 기자는 대전여성장애인연대 대표입니다.



태그:#대전여성장애인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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