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8일 개막해 3월 12일까지 열리는 러시아혁명 100주년 특별전과 3월 2일~5일까지 열리는 6회 마리끌레르영화제 포스터

2월 28일 개막해 3월 12일까지 열리는 러시아혁명 100주년 특별전과 3월 2일~5일까지 열리는 6회 마리끌레르영화제 포스터 ⓒ 서울아트시네마, 마리끌레르영화제


러시아 감독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의 1925년작 <전함 포템킨>은 몽타주 기법의 기념비적인 영화다. 하나의 장면을 길게 이어 붙이지 않고 장면 장면을 끊어서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해 내는 몽타주 기법은 <전함 포텐킨>의 학살 장면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포템킨 호에서 시작된 혁명의 기운은 선상반란과 희생, 오데사 민중들의 자각, 학살, 반격, 연대 등의 순으로 이어지는데, 요즘 한국 사회를 대입해도 크게 낯설지 않다.

국내에서는 1988년 수입돼 1994년 개봉됐지만 여전히 러시아 고전영화로서의 갖는 가치와 의미는 상당하다. 비슷한 시기 만들어진 <10월>과 프세볼로드 푸도프킨 감독의 <어머니> 또한 러시아 혁명의 기운을 그려낸 수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1934년에 만들어진 <차파예프>는 레닌 사후 스탈린이 집권하면서 변하기 시작한 러시아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1964년에 제작된 마들렌 후치예프 감독의 <나는 스무 살>은 스탈린 사후 큰 변화를 겪은 러시아의 현실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이들 작품을 관통하고 있는 주제는 혁명이다. 러시아 혁명 100주년을 맞아 '혁명과 영화'를 주제로 한 특별전은 접하기 어려운 영화들을 골라 놨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3월 중순 개봉 예정인 <히든 피겨스> 1960년대 미국 사회의 흑백 인종차별과 남녀차별에 맞서 실력으로 맞서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받던 여성들이 노력과 능력으로 이를 극복해 나가는 드라마다. <나는 사랑과 시간과 죽음을 보았다>는 상처와 고통을 가진 주변 사람들을 통해 아픔을 치유해 나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3월말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역시 미국영화다.

이들 영화의 특징은 마리끌레르영화제 상영작으로 개폐막작에 선정된 작품이라는 것이다. 고품격 예술영화들을 중심으로 상영하는 마리끌레르영화제는 해가 갈수록 관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영화제다. 올해도 이런 기대를 충족할만한 작품들을 준비했는데, 겹치는 시기에 열리는 두 영화제가 시국 상황과 맞물리며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려시아혁명 100주년 특별전] 영화를 통해 보는 혁명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 감독의 1925년작 <전함 포텐킨>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 감독의 1925년작 <전함 포텐킨> ⓒ 서울아트시네마


러시아혁명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혁명과 영화'가 28일 저녁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개막했다. 한국외국어대 러시아연구소와 서울아트시네마가 함께 준비한 이 행사는 혁명을 키워드로 영화 11편이 상영된다. 1924년부터 2014년까지 시대를 관통하는 영화들이다.

이날 개막식에는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들도 참여해 국내 관객들의 관심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서울아트시네마 김성욱 프로그래머는 "작품을 가져오는데 상당히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외대 러시아연구소 관계자 역시 "작품 수급이 많이 힘들어 러시아에 있는 한국인 교수의 도움을 받아 가져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만큼 희소성이 있고 영화사적 의미가 큰 작품들이다.

개막작 <전함 포텐킨> 외에 1924년 작 <미스터 웨스트의 신나는 모험>은 소련을 무대로 한 흔치않은 슬랩스틱 코미디 영화다. '쿨레쇼프 효과(똑같은 표정의 얼굴도 앞 뒤 장면의 상황에 따라 관객들이 다르게 느낌) 불리는 실험 기법으로 유명한 레드 쿨레쇼프 감독의 작품이다.  배우로 활동을 시작했던 보리스 바르넷 감독의 액션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막심 고리끼의 소설을 영화화한 <어머니> 등과 함께 1920년대 러시아 영화사 초기의 대표작들이다.

1991년에 만들어진 <차르 암살>이나 2014년에 만들어진 <혁명의 천사들>, <샤갈 말레비치> 등은 동시대 러시아 감독들이 혁명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한국 현대사의 변화를 이끌어낸 시민혁명과 최근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촛불시위가 러시아 혁명 100주년을 맞는 해 이어지고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이번 특별전은 영화 상영 외에 강연도 곁들여진다. 러시아 혁명과 영화미학, 문화운동과 관련된 주제들에 대해 밀도 높은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러시아혁명 100주년 특별전 : 혁명과 영화" 오는 3월 12일까지 종로 3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며, 강연은 4일 <전함 포텐킨> 상영 후 박현섭 서울대 노문학과 교수의 '영화와 혁명'을 시작으로 주말에만 마련된다.

[마리끌레르영화제] 반트럼프 연대와 반박근혜 정서 담긴 프로그램

 6회 마리끌레르영화제 개막작 <히든 피겨스>

6회 마리끌레르영화제 개막작 <히든 피겨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오동진 영화평론가가 집행위원장을 맡아 모든 프로그램을 선정하는 마리끌레르영화제는 최근 할리우드 배우들의 반 트럼프 연대에 동참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개막작 <히든 피겨스>는 특히 그런 기운이 강한 영화다. 차별에 대항하는 흑인여성의 이야기라는 부분은 트럼프 등장 이후 미국 영화계의 투쟁을 지지하는 함의가 담겨 있다.

제6회 마리끌레르영화제가 오는 2일 개막해 5일까지 4일간 청담동 CGV씨네시티에서 개최된다. 한 해 영화제 시즌을 시작하는 행사로 의미를 부여받고 있는 마리끌레르영화제는 상업영화와 독립예술영화를 따로 구분 짓지 않고 작품성 있는 영화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 영화제의 프로그램 중 배우 정우성 주연의 <아수라>, <마담 뺑덕>, <비트>가 상영작에 포함돼 있는 것은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비트>는 관객과의 대화도 예정돼 있다. 블랙리스트 배우로 화제가 됐던 정우성의 작품이 비중 있게 선정된 것은 박근혜 정권의 반문화적 행태에 대한 비판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우성은 <아수라>를 지지하는 관객들이 마련한 특별상영 때 영화 대사를 바꿔 외친 "박근혜 앞으로 나와"는 온라인에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일본영화 <신고질라>와 신연식 감독 단편 특별전, 서극 감독이 제작자로 나선 <소드 마스터: 절대 강호의 죽음 (2016)> 등은 이번 영화제에서 특별하게 주목받고 있는 작품들이다. 곧 개봉 예정인 영화들을 미리 접할 수 있는 기회다. 영화제 기간이 짧아져서 개막작 외에 모든 상영작이 한번만 상영되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상영작은 <스나이터> <그을린 사랑> <플라워> <마미> 등 모두 37편이다.

오동진 집행위원장은 "짧지만 강렬한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영화제가 끝난 후 탄핵이 가결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러시아혁명 서울아트시네마 마리끌레르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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