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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기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지역 주민이라고 밝힌 그는 "모래 채취업자들이 태안군 행정과 주민들을 조롱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 2월초, 태안군청에 '불법으로 규사(모래)를 채취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쉬는 주말을 이용해 같은 장소에서 또다시 불법으로 모래를 채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말인 지난 25일 충남태안군원복면 신두리 사구 인근에서 불법 모래채취가 벌어지고 있다.
 주말인 지난 25일 충남태안군원복면 신두리 사구 인근에서 불법 모래채취가 벌어지고 있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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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찾은 원북면 신두리 사구는 엉망이었다. 인근 나무가 베이고 지표면에서 수십미터 아래에서는 모래를 채취해 덤프트럭으로 옮겨 싣는 대형 굴착기가 놓여 있었다.

태안군 담당직원은 "이미 산지관리법, 국토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린 바 있고, 서산경찰서에 고발까지 한 곳"이라며 "설마 또 불법채취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태안군 담당직원이 현장 점검에 나섰다. 하지만 그가 전한 현장 점검 결과는 더욱 뜻밖이었다.

담당 공무원은 "현장에 가서 불법 모래 채취를 중단하라고 했더니 거들떠보지도 않고 공사 중지 명령 공문도 받지 않았다, 모래를 계속 실어 갔다, 그래서 그냥 돌아왔다"고 말했다.

기자는 26일 오후 다시 현장으로 달려갔다. 오히려 대형 굴착기가 한 대 더 늘어났고,  덤프트럭은 두 대가 더 늘어났다. 이들은 모래를 계속 실어냈다.

지난 25일 재차 공사중지명령에도 불구하고 26일 불법 모래채취가 계속되고있었다.
 지난 25일 재차 공사중지명령에도 불구하고 26일 불법 모래채취가 계속되고있었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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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다시 담당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해당 직원은 "오전에 팀장님과 함께 나가 112로 신고하고 경찰과 함께 현장에 나가겠다"고 답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공사 중지 공문'은 못 받았다고 뭉개고, 현지 판단에 의한 '공사 중지 명령'도 무시하면서 공사를 계속 강행한 것이다.

대형트럭들이 모래를 운반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대형트럭들이 모래를 운반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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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군에 따르면 이곳은  원북면 신두리 사구가 인접한 곳으로 4,600㎡의 대지 위에  단독주택 5동(건축면적 573㎡)을 신축한다는 인허가를 받았다. 규사(사토)는 145루베(톤)만 신고돼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태안군이 확인한 초과 불법 규사 채취량만 1만 5000루베(톤)를 넘어섰다. 추가 조사와 주말에 반출한 양을 합치면 부당 이득금이 수 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법에는 징역 1년 이하와 벌금 1000만 원 이하로 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벌금 수백만 원으로 법적 처벌이 끝나는 경우가 태반이다. 업자들은 덤프 트럭 한 대당 27만 원 정도의 수익을 내니 당연히 걸리지 않고 모래를 팔면 단기간에 수 천만 원에서 수 억원을 벌 수 있다. 적발되더라도 결국은 수 백만 원 벌금만 내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박혀있다.  담당 공무원과 경찰의 지시를 무시하는 이유다.

태안군 관계자는 "지난달 10일과 11일 산지관리법과 개발행위 위반으로 공사 중지와 1차 고발이 된 상태에서 다시 주말에 불법 반출을 한 것"이라며 "다시 조서를 꾸며 2차 고발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태안군의 공권력이 철저히 무시를 당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지역 주민들은 "행정행위를 하는 공권력이 이처럼 나약하고 힘이 없어 보이면 안 된다"며 "이번 기회로 불법을 대놓고 저지르면 엄벌을 받는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도록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이 내려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법 모래 채취 차량에서 흘린 모래로 주변 도로가 비산먼지가 발생되고 있으나 업자들은 나몰라라하고 있다.
 불법 모래 채취 차량에서 흘린 모래로 주변 도로가 비산먼지가 발생되고 있으나 업자들은 나몰라라하고 있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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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태안군의 2차 고발에 의해 이제 공을 이어받은 서산경찰이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어디까지 어떠한 원칙을 가지고 진행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바른지역언론연대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신두리사구, #태안군, #불법모래채취, #무시되는 공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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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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