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리는 사랑스럽다. 그에게는 애정을 듬뿍 받고 자란 '막내'의 에너지가 내재해 있다. 그 에너지는 분위기를 전환하는 건강한 긍정의 힘이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을 무장해제 시키는 맑고 밝은 기운이며, 어쩌면 할 말은 꼭 하고야 마는 '당돌함'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는 걸그룹 '걸스데이'에서 막내이기도 하고, 온 국민이 그를 '덕선'이라 기억하게 한 tvN <응답하라 1988>에서도 '쌍문동 5인방' 가운데 막내였다. 그렇다고 오해는 마시라. 현실에서 혜리는 두 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는 어엿한 언니니까 말이다.

'막내'의 에너지를 품고 있는 혜리에게 사람들은 쉽게 마음을 열게 된다. MBC <진짜 사나이>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됐던 '애교(투정에 가까웠지만)'는 대중들을 사로잡는 스타로서의 '힘'을 집약적으로 보여줬다. 발랄하고 장난기 가득한, 심지어 엉뚱하기까지 한 그의 모습들은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마력을 지녔다. 그 이미지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케이스가 바로 '알바몬'의 CF였다. 혜리는 최저시급을 비롯해 아르바이트생들의 근로기준법상 권리를 주장하는 CF 시리즈에서 "알바가 갑(甲)"이라 거듭 외쳤다.

"알바가 갑"이라고 외치던 혜리

 알바몬 CF에 출연했던 혜리

알바몬 CF에 출연했던 혜리 ⓒ 알바몬


▲ "알바를 무시하는 사장님께는 앞치마를 풀러 똘똘 뭉쳐 힘껏 던지고 때려치우세요. 시급도 잊지 말고 챙겨나가세요."
▲ "사장님들, 대한민국 알바들의 야간근무수당은 시급의 1.5배. 안 지키시면 으~응"

천연덕스러운 연기와 특유의 애교, 그 안에 내포된 '막내'의 당돌함. 그의 목소리는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가져왔다. 마치 우리 집 '막내'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고, 불합리함을 외치는 혜리의 외침에 다수의 사람은 귀를 기울였다. 지난해 3월 고용노동부는 혜리에게 '최저임금의 취지를 알리는 데 기여했다'라며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임창정과 함께 알바몬의 광고 모델로 다시 발탁돼 '알바의 상식' 편을 촬영했는데, 공개한 지 1달 만에 조회 수 1천 만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혜리를 두고 '애교' 하나로 엉겁결에 뜬 반짝스타라고 했다. 그가 <응답하라 1988>에 캐스팅됐을 때, 우려를 넘어 비난을 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혜리는 덕선이라는 캐릭터에 완전히 젖어 들었고, 그가 연기한 덕선은 온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당당하게 '덕선=혜리'라는 등식을 완성했다. 혜리가 아닌 덕선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물론 좋은 작품에 꼭 맞는 캐릭터를 연기한 덕분이지만, 혜리가 가진 잠재력과 역량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혜리=덕선, 사랑을 되돌려 주다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 ⓒ tvN


이처럼 '덕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국민적 사랑의 대상이 됐던 혜리는 자신이 받았던 사랑을 온전히 되돌려줄 줄 아는 마음가짐을 지니고 있었다. 대중들이 혜리를 사랑하고, 그에게 더 큰 애정을 쏟아붓는 이유를 거기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바로 그의 착한 심성 말이다.

지난해 2월, 혜리의 소속사인 드림티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응답하라 1988> 종영 후 혜리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에 기부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드라마를 통해 엄청난 사랑을 받은 혜리가 기부할 곳을 찾다가 '사랑의 열매'를 찾아 5000만 원 상당을 기부했다는 것이다. 소속사 측은 "혜리가 어린 시절 할머니, 할아버지와 어렵게 산 경험이 있어 노인과 아이들 복지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2014년 'HAPPY Together 연탄 100만 장 기부 캠페인'에 동참했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 12월에는 대구 서문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수많은 상인이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를 통해 5000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대구 서문시장 화재 소식을 접하고 마음 아팠다. 추운 겨울 피해를 본 상인들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했는데 알려져서 부끄럽다"는 혜리의 마음씨가 참으로 예쁘기만 하다. 단순히 '기부'를 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어려움을 맞닥뜨려 힘겨운 이들에게 '온기'를 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은 일이다.

막내인듯 큰딸인듯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덕선 역의 배우 이혜리가 27일 오전 서울 성수동의 한 호텔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막내와 큰딸의 모습을 모두 갖고 있는 혜리. ⓒ 이정민


그뿐인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의 홍보대사를 맡은 혜리는 '그들을 조국의 품으로'라는 제목의 영상의 해설에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런 국가적인 중요 사업에 함께 할 수 있어서 무엇보다 영광이다. 전사자 유해가 어서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우리가 모두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라는 다부진 그의 메시지가 고맙기만 하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철없는 '막내'라기보다는 영락없이 책임감이 강하고 섬세한 '큰딸'이 아닌가.

가수로서뿐만 아니라(8년 차 걸그룹의 신화를 쓰고 있는 걸스데이는 3월 복귀를 앞두고 있다) 배우로서도 다양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혜리를 응원한다. '막내'와 '큰딸'을 오가는 그의 유쾌하고 든든한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아직 1994년생에 불과한 그의 도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된다. 부디 그가 지금의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길 바란다. 또, (지금처럼) 대중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는, 그래서 사회를 조금 더 온기 넘치게 하는 스타로 성장하길 바란다.

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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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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