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리에 두 선수가 나눠 뛰기 때문에 출전 시간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면 현존하는 여자프로농구(WKBL) 최고의 선수는 단연 우리은행 위비의 박혜진이다. 삼천포여고 시절부터 고교 최고의 듀얼가드로 명성을 떨치던 박혜진은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우리은행에 입단해 2012-2013 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우리은행의 통합 4연패를 이끌었다.

이번 시즌에도 박혜진의 활약은 그야말로 군계일학이다. 우리은행이 치른 28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37분18초를 소화하고 있는 박혜진은  13.68득점(7위, 국내선수 공동1위), 5.79리바운드(9위,국내 선수 2위), 5.18어시스트(1위), 1.46스틸(8위, 국내선수 5위). 3점슛 성공률 37.2%(3위)를 기록하고 있다. 박혜진이 없었다면 우리은행도 지금처럼 독주를 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 박혜진의 뒤를 열심히 쫓고 있는 동갑내기 선수가 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박혜진에 이어 2순위로 프로에 진출한 이 선수는 박혜진과 마찬가지로 경기 조립과 득점이 모두 가능한 듀얼 가드다. 아직 전체적인 기량은 박혜진에 미치지 못하지만 적어도 외곽슛 만큼은 박혜진뿐 아니라 이번 시즌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감각을 뽐내고 있다. 비로 삼성생명 블루밍스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박하나가 그 주인공이다.

삼성생명 이적 후 기량 만개한 박하나

 성장이 정체돼 있던 박하나에게 삼성생명 이적은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성장이 정체돼 있던 박하나에게 삼성생명 이적은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 삼성생명 블루밍스


전남 영광의 홍농초등학교에서 농구를 시작한 박하나는 숙명여중을 거쳐 숙명여고를 다니며  본격적으로 전국 무대에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박하나는 숙명여고 3학년이던 2008년 춘계 중고 농구연맹전 결승에서 박혜진의 삼천포여고에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하지만 여고부 득점왕을 차지하며 이름을 날렸고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신세계 쿨캣(현 KEB하나은행)에 지명됐다.

박하나도 나름 고교무대를 주름잡던 스타 출신이었지만 역시 프로의 세계는 차원이 달랐다. 신세계에는 이미 김지윤(은퇴)이라는 국가대표 출신의 걸출한 가드가 있었고 박하나는 프로 입단 후 4년 동안 식스맨을 전전하며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박하나는 하나은행이 신세계를 인수한 2012-2013 시즌부터 주전으로 활약했지만 두 시즌 연속 한 자리 수 득점에 그치며 성장이 정체됐다.

설상가상으로 박하나의 멘토였던 김지윤이 2012-2013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고 김이슬, 신지현 등 어린 가드들이 보강되면서 박하나는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2013-2014 시즌을 끝으로 FA자격을 얻은 박하나는 삼성생명과 3년 계약을 맺고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팀을 옮겼다. 이적 당시 계약 액수(2억1100만원)로 인해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박하나는 실력으로 논란을 잠재웠다.

삼성생명 이적 후 평균 30분 이상의 안정적인 출전시간을 보장받은 박하나는 2014-2015 시즌 정규리그3 5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11.46득점3.06리바운드1.94어시스트1.2스틸을 기록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외국인 선수 모니크 커리(우리은행, 16.29점)를 제외하면 팀 내 최다 득점으로 이적 첫 해부터 삼성생명의 토종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박하나는 2015-2016 시즌에도 평균 10.17득점3.6리바운드2.37어시스트1.37스틸을 기록하며 이미선(은퇴)의 출전시간이 부쩍 줄어든 삼성생명을 이끌었다. 비록 삼성생명은 박하나가 가세한 후 두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지만 프로 입단 후 성장이 더뎠던 박하나에게 삼성생명으로의 이적은 선수생활에 있어 반전의 계기를 맞는 좋은 기회였다.

WKBL 유일의 40%대 3점슛 성공률의 주인공

박하나는 이번 시즌 팀 내 역할이 더욱 커졌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주전 포인트가드 이미선이 은퇴하면서 박하나가 득점뿐 아니라 경기 조율에도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박하나 역시 자신이 짊어져야 할 중책을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의욕이 너무 앞섰던 탓일까. 박하나는 시즌 개막 직전 연습경기에서 손가락 부상을 당하며 수술을 받았다. 최대 두 달의 공백이 예상되는 제법 큰 부상이었다.

하지만 박하나는 11월 23일 하나은행전에서 복귀전을 치렀고 꾸준한 활약으로 삼성생명을 상위권으로 이끌고 있다. 삼성생명은 새해 들어 8승3패의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박하나의 활약은 단연 눈부시다. 특히 박하나는 최근 6경기 연속 두 자리 수 득점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 기간 동안 박하나의 평균득점은 16.3득점이다. 2월4일 하나은행전에서나는 3점슛 4방을 포함해 시즌 최다인 21득점을 터트리기도 했다.

박하나의 이번 시즌 성적은 평균 9.95득점 2.59리바운드 1.86어시스트1.27스틸. 부상 후유증 때문인지 삼성생명 이적 후 개인 기록은 가장 떨어진다. 하지만 외곽슛만큼은 데뷔 후 최고의 감각을 뽐내고 있다.지난 시즌까지 통산 3점슛 성공률이 28.5%에 불과했던 박하나는 이번 시즌 무려 44.9%라는 고감도의 3점슛 감각을 뽐내고 있다. 현재 WKBL에서 40%가 넘는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박하나가 유일하다.

현재 삼성생명은 3위 KDB생명 위너스에게 4.5경기 앞서며 여유 있는 2위를 달리고 있다. 남은 경기수와 양팀의 전력을 고려하면 이 순위가 뒤집힐 확률은 매우 낮다. 2012-2013 시즌 이후 4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을 눈앞에 둔 삼성생명은 4년 전 우리은행에게 당한 챔프전에서의 패배를 설욕하길 바라고 있다. 그리고 삼성생명의 바람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토종에이스 박하나의 활약이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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