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아르마딜로의 프로필 이미지.

작곡가 아르마딜로의 프로필 이미지. 그의 음악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 JYP퍼블리싱


1월 24일 발표된 노래 '행복한 척'은 국민 여동생 수지의 첫 솔로 EP <Yes? No?> 발매 전 선 공개된 곡이다. 각종 음악 사이트 차트정상은 물론 수지는 지상파 순위프로그램 KBS-TV <뮤직뱅크> 1위 트로피를 품에 안기도 했다.

'행복한 척'은 신진 작곡가라고 할 수 있는 JYP퍼블리싱 소속 4년 차 아르마딜로(본명: 김건우)의 작품인데, 그는 박진영의 '어머님이 누구니'·'너만 있으면 돼', <무한도전-영동고속도로가요제>에서 박진영과 유재석의 듀엣곡 '아임 소 섹시(I'm So Sexy)', 아이오아이(I.O.I.)의 '너무너무너무' 공동편곡자로도 알려져 있다.

2014년 여름, 홍대광이 노래한 'I Feel You'로 자신이 만든 곡을 처음 세상에 알렸던 아르마딜로는 '행복한 척'이 대중적 인기를 얻으며 가요계가 예의주시하는 작곡가로 급부상 중이다.

가장 좋아하고 존경해 온 롤 모델이자 JYP엔터테인먼트의 대표 프로듀서 박진영과 곡 작업을 함께 할 뿐 아니라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여러 음악적 가르침을 받고 있어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는 작곡가 아르마딜로. 그에게는 많은 사람에게 들려줄 수 있는 대중가요를 쓰고 싶다는 간절함과 절박함이 있었고, 마침내 그 꿈을 이루어냈다.

언제나 멜로디와 노랫말을 창작하고 편곡을 하는 과정은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다시 태어나더라도 그 길을 가고 싶다는 아르마딜로를 지난 9일 목요일 오후 4시, 소속회사인 JYP퍼블리싱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했다

첫 히트곡이 나오기까지

 JYP퍼블리싱의 작곡가 아르마딜로.

수지와의 작업은 그에게 큰 계기를 만들어줬다. ⓒ JYP엔터테인먼트


- '행복한 척'이 음원차트,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1위를 했다. 소감이 어떤지?
"감사한 마음이 무척 크다. 수지씨의 첫 솔로 앨범 선 공개 곡으로 발표된 후 혹시나 잘 안되면 어떨까 걱정이 많았는데, 반응이 좋아서 안심했고 기뻤다. 들뜬 기분이 오래 지속할 것 같았는데, 밀린 곡 작업을 계속해야 해서 얼마 안 지나 일상으로 돌아왔다. (웃음)"

- 첫 히트곡이라 가족의 반응도 남달랐을 것 같은데?
"음악을 하겠다고 결정하고 시작을 했지만, 미래가 불투명한 내 상황에서도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곡이 나오기 전부터 근심 어린 마음으로 지켜봐 주셨는데 다행히도 좋은 결과를 얻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씀하신다."

- 수지 솔로 음반 선 공개음악으로 선정됐을 때로 회상해본다면?
"우리 회사의 경우 한 가수의 타이틀 또는 선 공개 곡을 선정하는 시스템은 모든 창작자에게 공정하고도 냉정하게 적용된다. '행복한 척'을 완성하는데 개인적으로 진이 다 빠질 정도로 힘든 과정의 반복이었다. 가이드 트랙을 만든 후 3개월 넘게 여러 수정작업, 몇 차례의 모니터링 회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탄생한 노래라 그때를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행복한 척'은 어떻게 쓰게 되었고, 곡 녹음작업 과정은 어땠나?
"집에서 아내와 담소를 나누다가 우연히 여러 사람의 SNS 속 사진들을 보면서 행복한 모습을 담고 있지만, 다른 단면에는 어떤 이들에게는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슬픔 또는 아픔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척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싶었다.

워낙 유명한 가수와의 작업이어서 녹음을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이 무척 컸다. 토가 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웃음) 하지만 곡 녹음작업은 잘 진행되었고 마무리도 잘 됐다. 수지씨가 워낙 노래를 잘하고 곡에 대한 이해를 완벽하게 해서 즐거운 과정이었다."

- 이번 주 공개된 한 드라마 OST 수록곡도 썼던데?
"그렇다. <내성적인 보스>의 세 번째 공개 음원인데 B1A4의 리드 보컬 산들씨가 노래한 '한 걸음만 더' 작곡과 편곡을 했다. 결혼 준비를 하는 와중에 곡 제안이 들어와서 '행복한 척'과 더불어 내겐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 되었다. OST 곡 작업을 좋아한다. 드라마에 내가 만든 노래가 흐를 때 드는 감정 또한 남다르다."

- 살펴보니 드라마 주제가 <I Feel You>로 작곡가 데뷔를 했다.
"<괜찮아 사랑이야>란 드라마 삽입곡으로 홍대광씨가 노래했다. 드라마 제작사와 OST 건으로 이야기가 오가던 중 JYP퍼블리싱과 계약을 하게 되었다. 계약 이후 드라마에서도 'I Feel You'를 OST 음악으로 쓰겠다는 희소식을 접했고 2014년 8월 21일 정식 발매되어 아르마딜로란 작곡가로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 작품이다."

- 언제부터 작곡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나?
"중학교 때부터 대중음악이 좋아서 막연하게 멜로디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부모님께도 내 꿈을 말씀드린 후 본격적으로 작곡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고향인 강릉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 소재 한 대학 음대 작곡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간절함으로 이루어진 작곡가의 꿈

 JYP퍼블리싱의 작곡가 아르마딜로.

가장 트렌드한 음악을 만드는 게 목표라는 그. 그 목표와 현재의 아르마딜로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거리가 있을까. ⓒ JYP퍼블리싱


- JYP퍼블리싱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음대 작곡가 교육과정은 내가 하고자 하는 음악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군 제대 후 학교 대신 집에서 곡 작업 하는 일이 더 즐겁고 행복했다. 그때 가졌던 목표가 한국에서 가장 트렌드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JYP엔터테인먼트의 작곡가가 되는 것이었다.

2010년대 초중반 인터넷을 통해 정보의 홍수 속에 살던 무렵, 나는 무언가에 씌어 썼는지 JYP 사옥 앞에 가서 무작정 진영이형(JYP엔터테인먼트 박진영 대표 프로듀서)에게 내 데모 CD를 전하려 했었다. 더 심한 경우도 있었는데 진영이 형 집 근처에 가서 차가 진입할 때 달려가 내가 만든 곡이 들어있는 데모음반을 드리려다 경비원분들의 제지를 받은 적도 있었다. (웃음)

내가 일으킨 해프닝이 잠잠해진 후 매니저께서 JYP엔터테인먼의 작가로 지원할 방법을 자세히 알려 주었고, 이후 작사 작곡가들이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는 JYP퍼블리싱 주최 오디션에 참가했다. 그리고 내게는 꽤 길었던 오디션 과정을 거쳐 JYP퍼블리싱 소속작가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 공동 편곡자로 많은 곡에 참여했다. 만약 작곡과 편곡 중 하나만 선택을 해야 한다면?
"지금이라면 작곡을 우선 택할 것 같다. 10곡 넘게 공동 편곡자로 지금까지 함께 했는데, 하면 할수록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체감한다. 물론 진영이 형 곁에서 편곡에 대한 값진 가르침을 받고 있기에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다. 창작의 고통도 힘겨운 것도 사실이지만 편곡은 훨씬 더 많은 경험과 공부가 필요하기에 부족한 면이 항상 있다. 그래서 당장 한 가지만 골라야 한다면 작곡을 택하겠다."

- '아르마딜로'란 독특한 예명을 쓰고 있다
"곡 쓰는 일을 포함해서 무슨 일을 하든지 남들보다 조금 느린 편이다. 그래서 동작이 느린 야행성 동물 아르마딜로(Armadillo)란 이름을 정식 작곡가가 되기 전부터 사용했다. 그런데 회사와 계약을 한 후 '내 활동명을 바꿔야 하나?'하는 고민도 했지만, 왠지 새 이름을 쓰면 들어온 복도 달아날 것 같아 그냥 쓰기로 했다. (웃음)"

- 본인만이 갖고 있는 특별한 곡 작업 방식이 있나?
"가수가 정해지고 맞는 콘셉트의 곡을 만들기 위해 상당 시간을 할애하는 편이다. 그리고 편안한 공간에서 곡에 관한 아이디어가 잘 떠올라 집에서 주로 작업을 하고, 남들과 달리 아침 7~8시에 곡을 써나간다. 잠에서 덜 깨어나 취해있는 상태에서 원하는 멜로디가 나오는데, 날짜가 촉박한 경우에는 새벽 6시에 알람을 정해 깨어나 곡을 만들 때도 더러 있다.

평상시에 아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편인데, 내가 곡을 쓸 수 있는데 있어 든든한 밑거름이다. 다른 작곡가들도 같은 마음일 수도 있겠지만, 멜로디를 창작하는 일은 너무도 고통스럽다. 인터뷰 전까지도 만들어내야 하는 곡이 잘 안 나와 힘들었다. 창작자라면 감당해야 할 운명이기에 받아들일 것이고, 다시 태어나더라고 작곡가의 길을 택할 만큼 매력적이다."

- 녹음과정 시 가수들에게 공통으로 요구하는 부분이 있나?
"녹음하기 전 가창하는 분들의 의견에 먼저 귀 기울이면서 그 과정을 이어간다. 왜냐하면, 그들로부터 더 좋은 아이디어나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점들을 캐치할 수 있기 때문에 경청을 많이 하는 것이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 히트곡이 나왔기에 창작에 대한 부담감이 커질 것 같은데?
"그런 것 같다. 곡 의뢰를 한 가수와 회사 측에 미안한 상황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까 말했듯이 지금도 새로운 곡 작업을 하는 중인데 멜로디가 잘 떠오르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 그래도 내가 꼭 완성해야 할 작품이기에 타이틀곡이 되어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

- 본인이 만든 곡을 꼭 불러 줬으면 하는 음악인이 있다면?
"진영이 형이 내가 만든 노래를 불러줬으면 하는 꿈을 꾼다. 지금도 곡을 만들 때 '형에게 이 노래가 어울리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가끔 하는데, 언젠가 내게 '좋은 곡 나오면 들려줘'라고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중학교 때부터 존경하고 좋아했던 롤 모델 진영형의 앨범에 내 노래가 수록될 수 있도록 좋은 곡들을 만들고 싶다."

- 앞으로 어떤 작품을 쓰는 작곡가로 기억되길 바라나?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가사와 아주 화려하지는 않지만, 아르마딜로만이 그려낼 수 있는 멜로디로 오랫동안 대중의 귀에 머무를 수 있는 곡들을 발표하는 창작자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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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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