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의 최전성기를 이끈 이승현과 이종현, 두 호랑이가 올 시즌 5라운드 맞대결에서 처음으로 맞붙었다.

5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6~17 KCC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와 고양 오리온 두 팀의 올 시즌 다섯 번째 맞대결은 갈길 바쁜 공동 5위와 3위의 맞대결로 관심을 끌었다. 모비스는 현재 7위인 LG가 조성민 영입 이후 상승세를 달리고 있기 때문에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6위권을 사수해야하는 상황이다. 오리온도 2위인 삼성과 두 경기차 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4강 직행 티켓을 위해서는 승리라 절실했다.

이러한 두 팀의 사정 못지않게 주목을 끈 최고의 매치업이 있었다. 바로 이종현과 이승현 두 고려대 선후배 같의 매치업이었다.

 경기전 이종현의 생일을 이승현(가운데)이 축하해 주고 있다.

경기전 이종현의 생일을 이승현(가운데)이 축하해 주고 있다. ⓒ 서민석


천하무적 시절

두 선수가 고려대에서 같이 뛸 당시 고대는 그야말로 천하무적이었다. 상대적으로 경희대-연세대의 기세에 밀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두 선수가 고대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는 단연 최강이었다.

고려대의 전성기를 이끈 두 선수의 수상 경력만 바도 화려함 그 자체다. 먼저 선배인 이승현을 보자. 2011년 대학농구 신인왕을 시작으로 2014 MBC배 대학농구 MVP,대학농구 정규리그 MVP,대학농구 챔프전 MVP까지 2014년을 자신의 해로 만든 바 있다.

후배 이종현은 또 어떤가? 2013년 MBC배 대학농구 MVP를 시작으로 그해 프로아마 최강전 MVP,대학 농구 신인왕,대학농구 챔프전 MVP까지 그야말로 발군의 펼치고 프로무대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에 와서 두 선수의 활약도 돋보인다. 벌써 세번째 시즌을 맞이한 이승현은 올 시즌 부상의 여파로 결장한 6경기를 제외한 30경기에서 평균 32분 52초를 뛰면서 10.47점 6.8리바운드를 기록중이다. 후배 이종현도 비록 다섯 경기만을 치른 시점이지만, 평균 28분 59초를 뛰면서 11.4점 8.8리바운드 2.6블록슛을 기록 중이다. 분명히 한 사람 몫 이상을 해주고 있는 두 선수였다.

 이종현(가운데)를 수비하는 이승현(좌)

이종현(가운데)를 수비하는 이승현(좌) ⓒ KBL


이종현의 판정승

경기 전 화두는 당연히 두 선수의 매치업이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수비에서 에런 헤인즈는 네이트 밀러가 맡고, 이승현을 이종현과 맞붙이겠다."고 말했다. 추일승 오리온 감독도 비슷한 전략을 들고 나왔다. 두 베테랑 감독들은 두 선수를 변칙적으로 막기 보다는 가장 잘 아는 상대에게 맡기는 방향을 택한 것이다.

나란히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두 선수. 이종현이 먼저 1쿼터 1분 45초만에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점으로 팀의 첫 득점에 성공했다.

오리온은 1쿼터 2분 55초만에 빠르게 작전타임을 불렀다. 그러나 작전타임 이후 이승현 이종현 상대로 평소 경기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양손 드리블에 이은 돌파를 시도하다가 공을 밀러에게 빼앗기는 실책을 범했다. 분명 조급한 인상이었다. 그러나 이내 김동욱의 어시스트를 받아 골밑에서 득점에 성공했다. 서로가 부담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득점에 성공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묘한 것은 이종현보다는 선배 이승현이 뭔가 평소 하지 않는 플레이가 계속 나왔다. 이종현이 1쿼터 종료 2분 26초를 남기고 함지훈과 교체되어 매치업을 이룰 때도 미들레인지 점퍼를 시도했으나 림을 가르지 못했다. 2쿼터에도 던진 회심의 3점슛도 림을 외면했다. 분명 수비에서는 자신의 존재감을 단단하게 보였지만 공격에서의 성공률이 아쉬웠다.

그 사이 이종현은 리바운드와 블록슛으로 골밑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였다. 특히 2쿼터 막판 바셋의 공격을 블록하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었다. 뒤늦게 이승현도 탑에서 3점슛을 성공시켰지만 전반은 공/수에서 이종현에게 높은 점수를 줘야할 플레이였다. 스코어도 35-28로 모비스가 앞섰다.

 이승현(우)을 상대로 훅슛을 시도하는 이종현(좌)

이승현(우)을 상대로 훅슛을 시도하는 이종현(좌) ⓒ KBL


후반에서 갈린 승부 

후반 들어 이종현은 3쿼터 시작 2분 16초만에 얻은 자유투 두 개를 모두 놓쳤다. 그러나 수비에서는 연달아 굿디펜스를 만들면서 오리온의 공격의 흐름을 꺾었다. 이승현은 좀처럼 3쿼터 들어서도 공격에서 감을 찾지 못했다. 손쉬운 레이업도 놓치는 등 평소 그가 보여준 분명 거리가 있었다. 결국 3쿼터 5분 4초를 남기고 장재석과 교체될 수 밖에 없었다. 이종현 역시 3쿼터 2분 52초를 남기고 와이즈와 교체됐다. 둘다 4쿼터를 대비하기 위한 꿀맛 같은 휴식을 부여받은 것이다.

묘한 것은 둘다 코트를 떠난 직후였다. 모비스는 이종현을 대신해 교체된 와이즈가 헤인즈-장재석이 벋힌 오리온 골밑을 맹폭했다. 오리온은 가드인 바셋이 모처럼 득점을 이끌었지만 골밑의 열세를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두 선수는 4쿼터 시작과 동시에 다시 코트를 밟았다. 이종현은 이승현과의 매치업 상황에서 가볍게 2득점에 성공했다. 이승현을 스탭으로 속이고 반대편으로 올라가서 득점을 성공시킨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이승현은 결정적인 노마크 레이업 득점을 놓치면서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곧바로 이어진 공격을 모비스는 이종현이 3점슛으로 연결시키면서 4쿼터 종료 2분 26초를 남기고 스코어는 70-57까지 벌어졌다. 오리온은 4쿼터 종료 2분 46초를 남기고 작전타임 직후 이승현과 허일영을 교체하기에 이른다. 정상적인 공격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상황에 따른 교체였다.

이날 이종현은 34분 37초를 뛰면서 7점 12리바운드 6어시스트 5블록슛,이승현은 32분 10초를 뒤면서 5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각각 기록했다. 두 선수 간의 매치업에서 경기의 승패가 갈린 셈이었다.

 2쿼터 도중 오리온 바셋과 황인태 심판이 충돌하는 아찔한 장면

2쿼터 도중 오리온 바셋과 황인태 심판이 충돌하는 아찔한 장면 ⓒ 서민석


이종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대학 때는 동계훈련 시즌이라 항상 힘든 생일이었다. 프로에서는 팬들이 선물도 주고 경기도 있으니 빨리 프로에 오고 싶었다"며 "좋아하는 승현이형이랑 경기를 해서 많이 배웠고 승리까지 거둬 기분 좋은 생일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경기 준비는 똑같이 한다. 2년전 프로 아마에서 당한 모습이 있어서 오늘은 그런 모습 보이면 안 되니깐 오늘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승현이 형 발목이 완전치 못했다. 완전해져서 같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록 코트 안에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맞상대였지만 경기가 끝나자마자 좋은 선배와 후배사이로 돌아갔음을 엿볼 수 있는 인터뷰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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