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사례 1] OO 공연 음악 작곡가 모집

최근 작곡 관련 커뮤니티와 현업 종사자(작/편곡가)들 페이스북에선 다음과 같은 구인 광고에 대해 논란이 일어났다.

"오케스트라 형식의 작곡 / 작곡가격: 분당 2만 원 /  음악 수정: 3회까지 / 공연 시 연주도 가능한 분 필요합니다. / 작곡된 저작권을 저희에게 귀속됩니다. / 작곡된 음악은 반드시 저작권에 문제가 없어야 합니다."

곡 1분당 2만 원, 해당 퍼포먼스가 5분짜리라고 해도 달랑 10만 원에 곡을 팔라는 얘기다. 게다가 공연에서 연주도 해줘야 하고 곡의 저작권도 내줘야 한다는 황당 모집 공고에 상당수 현업 종사자들은 분노를 넘어 허탈함을 표시했다. 게다가 적절한 보상이 없는 저작권 일방 귀속은 판례에 따라 엄연히 불법이다.

[사례 2] 작곡 레슨 선생 모집

유명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에는 아래와 같은 조건을 요구하는 구인 광고가 등록되었다.

"서울대,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이상 + 여성만 가능 / 1주일 2시간 강의, 시간당 1만 원 씩 월 8만 원"

1시간 1만 원에 고스펙 강의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이다. 참고로 2017년 시간당 최저 임금은 '6470원'이다. 결국 이 모집 공고는 이용자들의 항의가 잇따르며 결국 삭제되었다.

비일비재한 단가 후려치기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16년 9월 30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에서 열린 코리아세일페스타 개막공연에 참석해 출연진을 격려하고 있다. 현재 이 자리는 국정농단+블랙리스트 파문으로 인한 조 전장관의 구속으로 인해 공석이 된 상황이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16년 9월30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에서 열린 코리아세일페스타 개막공연에 참석해 출연진을 격려하고 있다. 현재 이 자리는 국정농단+블랙리스트 파문으로 인한 조 전장관의 구속으로 인해 공석이 된 상황이다. ⓒ 문화체육관광부


21세기, 이제는 누구나 작곡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예전 대비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많은 수의 창작인이 열과 공을 들여 작업물을 만들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운이 좋다면 히트곡을 통해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지만, 이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해외 대비 턱없이 저렴한 각종 음원 서비스 요금으로 인해 저작권료 수입이라는 것도 많은 방송, 공연 횟수를 보장하는 유명 인기 가수의 타이틀곡으로 채택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작곡/편곡자들에겐 결코 큰 액수가 되기 힘든 실정이다.

이런 이유로 가요 작업뿐만 아니라 온라인 게임, 예술 공연 또는 패션쇼 배경 음악 등 창작곡이 필요한 분야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많은 일감을 따와 작업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한 달에 20~30곡 이상 만들어내야 겨우 사무실이 돌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는 결코 과장된 게 아니다.

(기자 주: 과거 '작곡비'로 일괄 통용되던 가요 시장의 경우, 시간이 흐르면서 이는 점차 사라지고 향후 발생하는 저작권료로 '퉁'친다든지, 아니면 작곡/편곡까지 모두 도맡는다면 '작업비'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받아 작업을 진행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각종 부대 비용 -장비 구매/대여, 스튜디오 비용 등등 - 및 외부 세션 연주인 섭외비 등을 해결하면 여기서 남는 비용이 작곡팀들의 수입이 된다. 반면 각종 행사 관련 프로젝트에선 적게는 몇 백부터 많게는 몇 천만 원 단위의 계약을 맡고 필요한 곡들을 만들어 '납품'하는 형태로 진행되곤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작곡가는 숱한 좌절을 맛보기 일 수다. 위에 예시로 든 사례처럼 무리한 요구, 단가 후려치기 등 일반 타 업계의 갑질 논란은 음악 업계에서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을'(창작인)들이 제 목소리를 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돈줄을 쥔 건 '갑'(회사)이기 때문이다. "너희들 말고도 이거 해줄 사람 많아!" 이 한마디면 끝이다.

어떤 면에서 지금의 한국 대중음악계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말도 안 되는 조건+요구에 순응하고 작업하는 '을'들의 눈물과 열정 페이로 커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몇몇 사람들이 힘을 모아 제2, 제3의 저작권 협회라든지 연주인 모임 등 관련 단체를 결성하면서 음악인들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지만 아직 '갑질 논란'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표준 단가표 도입, 정부 차원의 제도적 보호 장치 마련돼야

 작곡 업계에서 '단가 후려치기'는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작곡 업계에서 '단가 후려치기'는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 김상화


일부 창작인 단체 등에선 각종 프로젝트 계약에 한해선 표준단가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여타 제조/서비스 업종의 경우, 시간당 공임이나 표준 작업(정비)시간 등 다양한 기준을 제시하고 여기에 맞춰 합당한 단가의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거래 관행을 개선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벤치 마킹해서 음악계에서도 최소한 여러 행사와 관련된 프로젝트 작업 등에 대해선 명확한 기준에 따른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는 게 몇몇 이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창작자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곳이 없기도 하거니와 관련 당사자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판이한 탓에 아직까진 일부의 주장으로만 머물고 있다.

일부 뜻 있는 사람들은 정부 차원의 '창작인 보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케이팝이니 한류니 하면서도 정작 관련 예술인 보호는 뒷전인 현실을 개탄하면서 민간 차원에서 해결하기 힘들다면 법적/제도적 보호장치를 국가가 나서서 마련 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현재로썬 관련 업무를 담당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장관 부재 사태로 인해 단시일 내 해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좋은 작업물이 좋은 환경에서 나오는 건 당연할 것이다. 언제까지 헐값 대접에도 군소리 안 하는 창작자들의 땀, 눈물에만 의존할 것인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작곡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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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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