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우리는 에밋 중심이다. (라이온스) 간 선수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

경기 전 추승균 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27일 KT 전을 앞두고 KCC는 11승 21패로 서울 SK와 함께 공동 8위를 기록 중이었다. 6강 플레이오프의 커트라인인 울산 모비스(15승 7패)와는 네 경기 차이었다. 22경기를 앞둔 시점에서 결코 좁히기 쉬운 간격은 아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교체였다.

예상됐던 에밋의 복귀와 의외였던 클라크

 아이라 클라크(우)가 볼 다툼을 펼치고 있다.

아이라 클라크(우)가 볼 다툼을 펼치고 있다. ⓒ KBL


이번 KCC에 외국인 선수를 크게 요약하면 '예상했던 에밋의 복귀' 그리고 '의외였던 클라크의 교체'였다.

에밋은 지난 정규시즌 전 경기에 나와서 29분 25초를 뛰면서 25.72점이라는 높은 득점을 기록했다. 6.7리바운드와 2.8어시스트로 다재다능하다는 것도 플러스 요인이었다. 원맨팀이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에밋은 팀에 꼭 필요했다.

의외는 클라크였다. 이미 올 시즌 32경기에서 평균 31분 53초를 뛰면서 21.34점 9.8리바운드를 올린 리오 라이온스를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기 때문이다. 이유가 있었다. 특히 클라크도 2005~2006시즌 대구 오리온스를 시작으로 삼성-LG-KT-모비스를 거쳤다는 다양한 경험을 했다는 강점이 있었다. 여기에 유재학 감독도 '시계 형님'이라고 부를 만큼 한국 무대 경험이 있고, 성실하다는 것도 플러스 요인이었다.

결국, 와이즈의 높이나 수비력도 돋보였지만, 타짜 본능이 있는 에밋의 해결사 능력을 버리기는 힘들었고, 기량만 놓고 보면 클라크가 라이온스에 비해서 우월하다고 할 수 없지만, 성실성과 젊은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고 교체를 단행한 것이었다.

기대에 못 미친 두 외국인 선수의 복귀전

 상대의 공격을 막는 안드레 에밋(좌)

상대의 공격을 막는 안드레 에밋(좌) ⓒ KBL


1쿼터 초반 에밋의 컨디션은 좋지 못했다. 실책을 두 개나 범했고 골 밑과 외곽 모두 공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KT가 수비에서 철저히 막기도 했지만, 의욕이 너무 앞선 몸놀림이었다. 그나마 윌리엄스를 상대로 1쿼터 4분 36초 만에 첫 득점에 성공하더니 다음 공격에서도 먼 거리 미들슛 득점으로 영점 조절에 성공했다.

결국, 에밋은 1쿼터에만 4점을 올리며 신고식을 마쳤다. 클라크도 1쿼터 종료 2분 20초를 남기고 코트에 투입되어 곧바로 박철호의 파울로 얻은 자유투 한 개를 성공시켰다. 두 선수 모두 KCC 복귀 신고식을 마쳤다.

2쿼터 들어 두 선수는 같이 코트를 밟았다. 두 선수를 모두 바꾼 교체가 성공하려면 클라크, 더 정확히는 수비를 골 밑에서 얼마나 해주느냐가 관건이었다. 그러나 좀처럼 두 선수 간의 시너지는 나지 않았다. 더 정확히는 클라크가 골 밑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겉돌았다.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작전타임 이후 에밋이 보다 더 공격적으로 나섰다. 본인의 득점도 득점이었지만 스틸에 이어 속공 찬스에서 팀 동료인 이현민에게 노마트 슛 찬스를 내주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점점 팀이 원하는 에밋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점수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윌리엄스의 골 밑 득점과 조성민의 3점 슛을 앞세운 KT가 45-32로 앞섰다. KCC는 2쿼터 마지막 공격도 에밋에게 맡겼으나 실패했다. 험난한 후반을 예고케 하는 장면이었다.

3쿼터 시작과 동시에 클라크가 첫 득점을 올렸다. 자유투, 레이업 등 레퍼토리도 다양했다. 분명 골 밑에서 자리를 잡는 것도 고무적인 부분이었다. 에밋 역시 서서히 득점에 가세했다. 그러나 뭔가 폭발력이 부족했다. 에밋의 주특기인 원핸드 룩슛도 정확도가 아주 떨어졌다. 공격이 실패한 이후 백코트를 하지 않는 에밋에게 추승균 감독의 불호령도 떨어졌다.

 레이업을 시도하는 안드레 에밋(가운데)

레이업을 시도하는 안드레 에밋(가운데) ⓒ KBL


결국, 이날 에밋(22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와 클라크(12점 4리바운드)는 34점을 합작했다. 복귀전치고는 나쁘지 않았지만 분명 기대에는 못 미쳤다. 특히 수비에서 매치업 상대를 자주 놓치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4개월 쉬고 나와서 몸 자체도 무거운 것 같고, 체력적으로 그렇다. 볼 캐치력이 안 좋았다. 프로팀과 4개월 만에 하는 경기라 밸런스도 안 좋았다. 앞으로 밸런스만 찾으면 괜찮을 것 같다. 에밋 쪽 사이드로 많이 들어오다 보니 주태수가 1쿼터에 잘 받아먹었다. 공격이야 앞으로 더 좋아지겠지만, 수비에서는 안 맞는 것 같다. 두 선수 모두 오늘만큼은 움직임이 좋지 못했다."

경기 후 추 감독은 위와 같이 평했다. 두 외국인 선수의 기량 자체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지만, 팀에 완벽하게 녹아들고 시너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함을 보여준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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